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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경 제11권
46. 단니기품(檀膩★品)
단본에는 순번이 52이다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그 나라에는 빈두로타사(賓頭盧埵闍)라는 바라문이 있었다.
그의 아내는 얼굴이 추악한데 두 눈까지 새파랬다. 그에게는 시집간 딸만 일곱이 있었고 아들은 없었다. 그 집도 빈곤하였지마는 그 딸들도 궁하였다. 그 아내는 성질이 포악하여 늘 남편을 꾸짖었다.
그리고 딸들은 번갈아 와서 무엇을 달라고 하였는데, 그때 그 요구대로 주지 못하면 눈을 흘기면서 훌쩍거렸다. 또 그 사위 일곱 놈이 그 집에 몰려들면, 받들어 대접하되 그 뜻을 어길까 조심하였다. 밭에 곡식이 있었으나 거두어들이지 못하여 남의 소를 빌려 거두어들이고는, 소를 잘 지키지 못하여 늪에서 잃어버렸다.
그때 바라문은 혼자 앉아서 생각하였다.
‘나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시고 매운 쓰라림이 한꺼번에 닥치는가? 안으로는 포악한 아내에게 몰아치이고 일곱 딸년들에게 들볶이며, 사위들이 모여 와도 대접할 것이 없는데 또 남의 소까지 잃고 간 곳을 모르니.’
그는 소를 찾아 두루 돌아다니다가, 몸과 마음이 한꺼번에 피로해 근심하고 번민하였다. 그는 우연히 어느 숲 속에 이르러, 나무 밑에 앉아 계시는 부처님을 뵈었다. 모든 감관은 조용하고 아무 일 없이 편안하였다.
그때 그 바라문은 지팡이로 턱을 고이고 한참 서서 바라보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났다.
‘저 사문 구담은 지금 가장 안락하다. 나쁜 아내의 욕설이나 다툼이 없고, 딸년들의 들볶음이나 가난한 사위들의 시끄러운 걱정도 없으며, 또 밭에는 익은 곡식이 없으니 남의 소를 빌렸다 잃어버릴 걱정도 없고.’
부처님께서는 그 마음을 아시고 말씀하셨다.
“네 생각과 같다. 지금 나 같아서는 고요하여 어떤 걱정도 없다. 진실로 나쁜 아내의 저주나 나무람도 없고 일곱 딸들의 들볶음도 없으며, 또 일곱 사위들이 집에 몰려오는 일도 없고, 밭에 익은 곡식이 없으니 남의 소를 빌렸다가 잃어버릴 걱정도 없다.”
부처님께서는 이어 말씀하셨다.
“너는 집을 떠나고 싶으냐?”
그는 아뢰었다.
“지금 저 같아서는 집이란 무덤처럼 보이고, 여자들의 온갖 인연은 마치 원수 속에 사는 것과 같습니다. 부처님께서 가엾이 여겨 저에게 중이 되기를 허락하시면 저의 소원에 꼭 맞겠습니다.
부처님께서 곧 “잘 왔구나, 비구여” 하시자,
그의 수염과 머리털은 저절로 떨어지고, 몸에 입은 옷은 가사로 변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위해 설법하셨다. 그는 자리에서 온갖 번뇌가 아주 없어지고 곧 아라한이 되었다.
아난은 이것을 보고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장하십니다. 부처님의 방편 교화는 참으로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저 바라문은 전생에 어떤 복을 지었기에 온갖 근심을 떠나 이런 좋은 이익을 얻었습니까? 그것은 마치 깨끗한 천에 빛깔이 쉬이 물드는 것과 같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저 바라문은 오늘만 내 은혜를 입어 괴로움을 떠나고 안락을 얻은 것이 아니라, 지나간 세상에서도 내 혜택을 입어 온갖 액난을 면하고 또 안락을 얻었느니라.”
“알 수 없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지나간 세상에, 어떻게 그를 구제하여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셨습니까?”
“자세히 듣고 잘 명심하라. 나는 너를 위하여 자세히 분별하여 말하리라.”
“예, 잘 듣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먼 옛날 아승기겁 전에 큰 나라 왕이 있었다. 이름이 아파라제목가(阿波羅提目佉)―진(晉)나라 말로 단정(端正)이라는 뜻이다―였는데, 그는 도로써 나라를 다스려 백성을 억울하게 하지 않았다.
그때 그 나라에 바라문이 있었는데, 이름이 단니기(檀膩★)였다. 그는 집이 매우 가난하여 먹는 것은 배를 채우지 못하였다. 마침 익은 곡식이 조금 있었으나 거두어들일 수가 없어 남의 소를 빌려 가지고 가서 곡식을 거두었다. 곡식을 거두고는 소를 몰고 가서 주인에게 돌려 줄 때에, 주인 집 문 앞에 몰아다 놓고는, 주인에게 알리기를 잊고 그대로 돌아왔다. 그 주인도 소를 보았으나 아직 일이 끝나지 않은 줄 생각하고 몰아 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두 집이 모두 챙기지 않았기 때문에 그만 소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 뒤에 주인이 가서 소를 돌려 달라고 하자,
그는 말하였다.
‘벌써 돌려 주었다.’
둘 사이에는 승강이가 벌어졌다. 그래서 주인은 단니기를 데리고 왕에게 가서 소를 받으려고 하였다.
그는 마침 밖에 나갔다가 왕의 말 먹이는 사람을 만났다. 그는 단니기를 부르면서 말하였다.
‘그 말을 붙들어 달라.’
단니기는 돌을 집어 말을 보고 던졌다. 돌이 말 다리에 맞자 그만 말 다리가 부러졌다. 그도 단니기를 붙들고 왕에게로 함께 갔다.
얼마를 가다가 그들은 강물을 만났으나 건널 곳을 몰랐다. 마침 어떤 목수가 입에 끌을 물고 옷을 걷어 올리고 건너왔다.
단니기는 그에게 물었다.
‘어디로 해야 건너겠던가?’
그는 이 말을 듣고 곧 대답하다가 입이 열리자, 끌이 물에 떨어졌다. 아무리 찾았으나 얻지 못하였다. 그도 단니기를 붙잡고 왕에게로 함께 갔다.
그때 단니기는 여러 빗쟁이들에게 졸릴 뿐 아니라 배도 고프고 목도 말랐다. 길가 주막에서 술을 조금 얻어 평상 위에서 마시다가, 이불 밑에 어린애가 누워 있는 것을 모르고 깔고 앉아 아기가 배가 터져 죽었다.
그러자 그 아기 어미는 그를 붙들고 놓지 않으면서 말하였다.
‘이 무도한 놈아, 억울하게도 우리 아이를 죽였구나.’
그리고는 단니기를 붙들고 왕에게로 갔다.
그는 어느 담 밑을 지나다가 가만히 생각하였다.
‘나의 불행이여, 온갖 재앙이 한꺼번에 닥치는구나. 만일 왕에게 가면 나를 죽일지도 모른다. 차라리 지금 도망치면 혹 벗어날 수도 있으리라.’
그는 이렇게 생각하고 담을 뛰어넘었다. 그 담 밑에는 직공(織工)이 있었는데, 그 위에 떨어져 직공은 곧 죽었다. 직공 아들은 그를 붙잡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 왕에게로 갔다.
얼마를 가다가 그는 어떤 나무 위에 앉아 있는 꿩 한 마리를 보았다.
꿩은 멀리서 그에게 물었다.
‘단니기님, 당신은 어디로 가십니까?’
그는 위의 사실을 꿩에게 모두 이야기하였다.
꿩은 말하였다.
‘당신이 거기 가시거든 저를 위해 대왕께 아뢰기를, 〈제가 다른 나무에 있으면 제 울음 소리가 듣기 싫은데, 이 나무에 있으면 제 울음 소리가 아름다우니, 그것은 무슨 까닭입니까?〉라고 해 주십시오. 당신이 대왕을 뵙거든 저를 위해 이렇게 물어 주십시오.’
다음에 그는 독사를 보았다.
독사는 물었다.
‘단니기님, 지금 어디 가십니까?’
그는 곧 사실을 독사에게 모두 이야기하였다.
독사는 말하였다.
‘당신이 대왕에게 가시거든 저를 위해 여쭙기를, 〈제가 아침 일찍 처음으로 구멍에서 나올 때에는 몸이 부드럽고 연하여 아무 고통도 없는데, 저물어서 들어갈 때에는 몸이 거칠고 뻗뻗하여 아프며, 구멍에 걸려 들어가기 어렵습니다〉라고 해 주십시오.’
단니기는 그 부탁도 받았다.
그는 가다가 또 어떤 여자를 만났다.
여인은 물었다.
‘당신은 어디로 가십니까?’
그는 위의 사실을 모두 그 여자에게 말하였다.
여자는 말하였다.
‘당신이 왕에게 가시거든 저를 위해 여쭙기를, 〈제가 시가에 가면 친정이 생각나고 친정에 있으면 시가가 생각나는데, 이것은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습니다〉라고 해 주십시오.’
그는 또 그 부탁을 받았다.
그때 여러 빚쟁이들은 그를 둘러싸고 왕 앞에 이르렀다. 그때 소 주인은 왕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이 사람이 내 소를 빌려 갔는데, 돌려 달라 해도 돌려 주지 않습니다.’
왕은 그에게 물었다.
‘너는 왜 소를 돌려 주지 않는가?’
단니기는 말하였다.
‘저는 참으로 빈곤합니다. 익은 곡식이 밭에 있을 때에 그는 은혜로운 생각으로 제게 소를 빌려 주었습니다. 저는 추수를 마치고 소를 몰고 가서 주인에게 돌려 주었고 주인도 소를 보았습니다. 말로는 알리지 않았지마는 소는 분명 그 문 앞에 있었습니다. 나는 빈 손으로 돌아왔는데, 마침내 그 소를 어떻게 잃어버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왕은 그 사람에게 말하였다.
‘너희들 둘이 다 잘못이다. 단니기는 입으로 알리지 않았으니 그 혀를 끊어야 하겠고, 너는 소를 보고도 챙기지 않았으니 네 눈을 뽑아야 하겠다.’
그 사람은 왕에게 아뢰었다.
‘차라리 제 소를 버리겠습니다. 제 눈을 빼고 저 사람 혀를 끊는 것은 원치 않습니다.’
왕은 곧 두 사람의 화해를 허락하였다.
말 먹이는 사람이 나와 말하였다.
‘저 무도한 사람이 제 말의 다리를 분질렀습니다.’
왕은 단니기에게 물었다.
‘너는 저 왕가의 말을 때려 다리를 분질렀는가?’
그는 꿇어앉아 아뢰었다.
‘저 빚쟁이가 저를 데리고 길을 걸어 오는데, 저 사람이 저를 불러 말을 잡아 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말이 빨리 달아나므로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돌을 집어 던졌더니, 잘못 말 다리에 맞아 부러졌습니다. 그것은 고의가 아니었습니다.’
왕은 말 먹이는 사람에게 말하였다.
‘너는 저 사람을 불렀으니 네 혀를 끊어야 하고, 저 사람은 말을 때렸으니 그 손을 끊어야 하겠다.’
말 먹이는 사람이 왕에게 아뢰었다.
‘말은 제가 대신 마련하겠습니다. 형벌만은 내리지 마소서.’
그들은 서로 화해하였다.
다음에는 목수가 앞으로 나와 말하였다.
‘단니기는 제 끌을 잃게 하였습니다.’
왕은 단니기에게 물었다.
‘너는 또 왜 남의 끌을 잃게 하였는가?’
단니기는 꿇어앉아 아뢰었다.
‘제가 물 건널 곳을 물었을 때, 저 이는 얼른 대답하다가 입에 문 끌을 물에 떨어뜨렸는데, 아무리 찾아도 찾지 못하였습니다. 실로 고의가 아니었습니다.’
왕은 목수에게 말하였다.
‘그는 너에게 물었으니 그 혀를 끊어야 하겠다. 그리고 대개 물건을 가지는 법은 손을 써야 예가 되겠거늘, 너는 입에 물었기 때문에 물에 떨어뜨렸으니, 이제 네 앞니 두 개를 부러뜨려야 하겠다.’
목수는 이 말을 듣고 왕에게 아뢰었다.
‘차라리 끌을 잃겠습니다. 형벌은 내리지 마소서.’
그들은 서로 화해하였다.
다음에는 주모(酒母)가 왕에게 말하였다.
왕은 단니기에게 물었다.
‘너는 왜 남의 아이를 죽였는가?’
단니기는 꿇어앉아 아뢰었다.
‘빚쟁이들이 저를 핍박할 뿐 아니라, 또 배가 고프고 목도 말라, 저기서 술을 조금 얻어 평상에 올라가 먹었는데, 이불 밑에 어린애를 눕혀 둔 줄은 몰랐습니다. 술을 먹고 나니 어린애는 죽어 있었습니다. 고의가 아닙니다. 원컨대 대왕은 살펴 용서하소서.’
왕은 주모에게 말하였다.
‘네 집에서는 술을 팔기 때문에 손님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왜 손님들 앉는 자리에 아이를 눕히고 보이지 않게 이불을 덮었는가? 지금 너희들은 다 허물이 있다. 네 아이는 이미 죽었으니 저 단니기를 네 남편으로 삼아 아이를 낳게 한 뒤에야 놓아 보내라.’
그때 주모는 머리를 조아리고 아뢰었다.
‘제 아이는 이미 죽었으니 서로 화해하기를 허락하소서. 저는 저 굶주린 바라문을 남편으로 삼지 않겠습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서로 화해하게 되었다.
다음에는 직공 아이들이 앞으로 나와 아뢰었다.
‘이 사람은 미친 듯이 날뛰어 우리 아버지를 밟아 죽였습니다.’
왕은 단니기에게 물었다.
‘너는 왜 억울하게 남의 아버지를 죽였는가?’
단니기는 대답하였다.
‘빚쟁이들이 저를 핍박하여 나는 매우 겁이 났습니다. 그래서 담을 뛰어 넘어 도망치다가 우연히 그 위에 떨어졌습니다. 실로 고의가 아니었습니다.’
왕은 그 사람에게 말하였다.
‘둘이 다 잘못이다. 그대 아버지는 이미 돌아갔으니, 저 단니기를 그대 아버지로 삼아라.’
그 사람은 아뢰었다.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결코 이 바라문을 아버지로 삼지는 않겠습니다. 서로 화해하기를 허락하소서.’
왕은 곧 그들의 화해를 허락하였다.
그때 단니기는 제 일이 모두 끝나자 한량없이 기뻐하여 그대로 왕 앞에 있었다.
어떤 두 어머니가 한 아이를 데리고 왕에게 와서 제각기 제 아들이라 주장하였다.
왕은 현명하고 지혜로워 방편으로 그 두 여자에게 말하였다.
‘지금 아이는 하나인데 두 어머니가 서로 주장하는구나. 너희들 둘은 각기 그 아기 한 팔씩 잡고 당겨라. 누구나 빼앗는 이가 바로 그 어머니다.’
그 어머니가 아닌 이는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므로 힘을 다해 마구 잡아당기면서 아이가 상할까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아이를 낳은 어머니는 아이를 매우 사랑하기 때문에 끌려 가면서도 아이를 아껴 차마 잡아당기지 못하였다.
왕은 그 참과 거짓을 분별하고, 그 힘을 다 낸 여자에게 말하였다.
‘이 아이는 실로 네 아들이 아니다. 억지로 남의 아이를 욕심낸 것이다. 지금 내 앞에서 사실대로 고백하라.’
그는 곧 머리를 조아리고 왕에게 아뢰었다.
‘실로 거짓이었습니다. 남의 아이를 억지로 제 아이라 하였습니다. 대왕님의 밝고 거룩하심으로 저의 죄를 용서하여 주소서.’
왕은 아이를 그 어머니에게 돌려 주고 각기 놓아 보내었다.
또 어떤 두 사람이 흰 천을 가지고 와서 서로 제 것이라 시끄러이 다투었다. 왕은 또 지혜로써 위와 같이 판결하였다. 그때 단니기는 왕에게 아뢰었다.
‘그 빚쟁이들이 저를 데리고 올 때에 길가에서 어떤 독사가 제게 간곡히 부탁하기를,
〈제 뜻을 대왕님께 여쭈어 주십시오.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습니다. 구멍에서 나올 때에는 몸이 부드러워 나오기가 편하고, 구멍으로 들어갈 때에는 구멍에 걸려 고통 스러운데, 무슨 까닭인지 저는 알 수 없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왕은 대답하였다.
‘그것은 까닭이 있다. 구멍에서 나올 때에는 아무 번뇌가 없어 마음이 편하고 부드럽기 때문에 몸도 또한 그렇다. 뱀이 밖에 나오면 새와 짐승과 다른 일들이 그 몸을 침노하여 잔뜩 성이 났기 때문에 몸이 곧 거칠고 커진다. 그러므로 들어갈 때에는 구멍에 걸려 들어가기 어려운 것이다.
너는 가거든 그에게 말하기를,
〈만일 네가 밖에 있을 때에도 마음을 단속하여 성내지 않되, 처음 구멍에서 나올 때와 같이 하면 그런 걱정은 없을 것 같다〉고 하라.’
그는 또 왕에게 아뢰었다.
‘또 길에서 어떤 여자를 만났는데 그는 제게 대왕께 여쭈어 달라고 부탁하기를,
〈즉 제가 시가에 있으면 친정이 생각나고, 친정에 있으면 시가가 생각나니, 무엇 때문에 그런지 그 까닭을 모르겠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왕은 대답하였다.
‘그대는 가서 말하하기를,
〈너는 삿된 마음으로 친정 근처에 군서방을 두었기 때문에 네가 시가에 있으면 그 군서방이 생각나고, 거기 지치면 도로 본서방이 생각난다. 그래서 그런 것이다〉라고 하라.
그리고 너는 말하기를,
〈네가 만일 마음을 단속하여 삿된 길을 버리고 바른 길로 나아가면 그런 걱정은 없을 것이다〉라고 하라.’
그는 또 왕에게 아뢰었다.
‘길가 나무 위에 있는 꿩 한 마리를 보았습니다.
그는 제게 대왕께 여쭈어 달라고 부탁하기를,
〈제가 다른 나무에 있으면 우는 소리가 아름답지 못하고, 이 나무에 있으면 우는 소리가 화창합니다. 어째서 그런지 그 까닭을 모르겠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왕은 말하였다.
‘그럴 까닭이 있다. 그 나무 밑에는 큰 가마의 금이 있기 때문에 그 위에서 울면 소리가 화창하고, 다른 곳에는 금이 없기 때문에 그 위에서 울면 소리가 아름답지 못한 것이다.’
왕은 이어 단니기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허물이 많았으나 나는 이미 다 용서하였다. 너는 집이 매우 곤궁하다. 저 나무 밑의 한 가마 금은 내 소유라야 하겠지마는, 나는 그것을 너에게 준다. 너는 가서 파 가져라.’
그는 왕의 분부를 받고 낱낱이 감사하였다. 그리고 그 금을 파 가지고 장사하고 농사하면서 모든 필요한 것에서 모자람이 없었고, 갑자기 큰 부자가 되어 한평생 안락하게 지냈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이어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때의 대왕 아파라제목거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이 내 몸이요, 바라문 단니기는 바로 지금의 저 바라문 빈두로타사니라. 나는 옛날에도 그의 온갖 재앙을 구제하고 보물을 주어 안락하게 하였고, 지금 부처가 되어서도 그의 고통을 덜어 주고 다함이 없는 법 창고의 보물을 주었느니라.”
아난과 대중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