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무인도’ 많은 인천이 좋아요” 인천의 생태계, 세계를 지키다 ⑥ 저어새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엔 무수한 동식물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공존한다. 새가 없으면 해충이, 최상위 포식자가 없으면 초식동물이 크게 늘어난다. 먹이사슬이 붕괴돼 생태교란이 일어나는 것이다. 우리 인천시는 지속 가능한 지구환경을 만들어가자는 ‘탄소중립’을 정부 목표보다 5년 앞당겨 선언한 탄소중립 선도 도시다. <굿모닝인천>이 2023년 세계를 지키는 인천 생태계를 탐구한다. 여섯 번째 생태 탐험으로 멸종위기종이면서 ‘인천시 깃대종’인 ‘저어새’를 만났다.
▲ 인천은 천연기념물 저어새가 많이 찾아오는 저어새의 고향이다. 강화 도래미마을 논에서 저어새들이 먹이를 잡고 있다. 강화도 각시바위, 남동유수지 찾아서 수백 마리, 새끼 낳고 먹이 활동 분주 지난 5월 16일 오후 강화도 분오리항 앞바다. 밀짚모자처럼 생긴 ‘각시바위’ 위에서 100여 마리의 새들이 쉬고 있다. 흰색 깃털에 긴 주걱 같은 부리를 가진 녀석들. ‘인천 깃대종’인 ‘저어새’(천연기념물 205-1호)들이다. 둥지 위에서 알을 품고 있는 암컷, 그런 둥지를 지키는 수컷, 물이 빠지길 기다리며 한 다리로 선 채 잠자고 있는 녀석. 저어새들은 저마다의 모습으로 각시바위에 머무는 중이다. 민물가마우지와 청둥오리 몇 마리도 눈에 띈다. 갯벌의 물이 빠지거나 모내기를 위해 논을 갈 때면 저어새들은 본격적인 먹이 활동을 시작한다. 녀석들은 긴 주걱 같은 부리를 갯벌이나 논에 꽂은 뒤 휘휘 저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그렇게 풀게, 길게, 긴발딱총새우, 숭어 치어, 망둥어, 양태 같은 갯벌 생물을 사냥해 만찬을 즐길 것이다. 저어새들이 각시바위에 날아든 건 무엇보다 234.6km2에 이르는 강화도의 갯벌을 맘껏 누비기 위해서다. 강화갯벌은 우리나라 갯벌의 약 9.2%, 인천 갯벌의 약 32%를 차지한다. 강화도엔 또 저어새들이 안심하고 새끼를 키울 수 있는 무인도와 민물 먹잇감이 있는 깨끗한 논이 많고, 편히 쉴 수 있는 곳도 여럿 있다. 1980년대만 해도 300여 마리에 불과하던 저어새가 6,600여 개체로 늘어난 것도 저어새가 서식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 지난 5월 20일 남동유수지에선 저어새들의 탄생을 축하하는 ‘저어새 생일잔치’가 열렸다. 행사장에 놓아둔 저어새 인형 뒤쪽에서 어린이들이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여상경(56) 생태교육허브물새알 대표는 “인천시민들의 꾸준한 노력으로 저어새들이 서식하기 좋은 조건이 갖춰지며 개체수가 점차 늘고 있다”며 “앞으로 최소 존속 개체군인 1만 개체가 될 때까지 다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로벌에코투어연구소(소장 노형래)가 주최, ‘2023 생태탐방가이드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으로 진행한 이날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저어새 생태 강의를 듣고 각시바위 앞까지 배를 타고 가서 저어새를 탐조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기 저어새야, 생일 축하해! 건강하게 자라렴~” 지난 5월 20일 남동유수지 저어새생태학습관에선 ‘저어새 생일잔치’가 열렸다. ‘인천에서 제주까지 저어새의 사계절’을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는 인천에서 난 저어새들을 축복하는 자리였다. ‘모두가 준비하는 저어새 생일잔치’ 행사에선 내가 만난 저어새 가족 그림 그리기, 저어새 풀꽃 케이크 꾸미기, 저어새 판화 놀이 등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저어새 탐조 활동과 인천 깃대종 5형제 부스 체험도 즐겼다. 생일 노래 부르기, 싱어송라이터 황승미의 축하 공연도 이어졌다. 김인수(46) 인천시 환경국장은 “지난 3월 열린 저어새 환영 잔치에서도 보았듯 저어새를 사랑하는 인천시민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시민들이 저어새를 반갑게 맞이하도록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홍콩 등 저어새 자매 서식지와의 국제 교류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광활한 갯벌과 깨끗한 논, 무인도 청정지역 ‘인천은 저어새들의 천국’ 풍부한 먹잇감과 편안한 안식처. 저어새들이 인천으로 오는 이유는 번식하기 위해서다. 새끼를 낳고 기르려면 풍부한 먹잇감이 필수인데, 인천엔 생태계의 보고인 갯벌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것이다. 저어새들이 많이 찾는 곳 가운데 하나가 남동유수지 내 ‘저어새 인공섬’이다. 남동유수지에 찾아오는 저어새 개체수는 매년 400마리 정도. 이곳엔 저어새 보호를 위해 애쓰는 ‘저어새 생태학습관’이 있다. 강화도 각시바위와 연평도, 교동도, 볼음도, 시흥갯골 등지도 저어새가 즐겨 찾는 곳이다. 서만도, 신도, 분지도, 구지도, 석도, 비도, 대송도, 소송도, 매도, 수하암 같은 무인도 역시 저어새들이 좋아하는 장소다.
▲ 저어새들은 논이나 갯벌에서 먹이 활동을 한다. 새끼 저어새들은 염분을 소화 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새끼를 키우는 저어새들은 논에서 미꾸라지 같은 민물생물을 잡아 먹인 다. 장봉도 논을 찾은 저어새들이 먹이를 잡고 있다. 어미 저어새는 주로 서식지 가까운 갯벌이나 논에서 먹이 활동을 한다. 어린 저어새는 염분을 소화시킬 능력이 없기 때문에 어미들은 새끼들을 위해 논에서 잡은 미꾸라지, 붕어, 논우렁, 잠자리 유충 등을 먹인다. 식물 뿌리도 유조들의 먹잇감이다. 다 자란 성조가 되면 비로소 칠게, 망둥어 같은 갯벌 생물을 먹을 수 있다. 강화도 초지대교 일대 논도 저어새들이 많이 날아드는 곳이다. 농약을 거의 쓰지 않아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깨끗한 환경에서만 자라는 멸종위기종 매화마름 군락지가 있어 저어새와 인간이 공존하는 환경생태 공간으로 피어났다. 새는 자연 생태계의 바로미터 지속 가능한 환경 만들어가야 저어새는 몸길이 75cm 정도로 하얀색 몸에 검은 부리와 다리를 가졌다. 저어새의 부리는 긴 주걱처럼 생겼는데 이 부리를 좌우로 휘휘 저으며 먹이를 찾아낸다. 이처럼 부리를 휘휘 저으며 먹이를 찾는다는 뜻에서 ‘저어새’라 이름 붙인 것이다. 서양에선 얼굴이 까맣고 숟가락처럼 생긴 부리를 가졌다 해서 ‘블랙페이스드 스푼빌Black-faced Spoon-bill’이라고 부른다. 중국인들은 얼굴이 까맣고 주둥이가 중국 악기 ‘비파’를 닮았다고 해 ‘흑검비로黑瞼琵鷺’라 부르며, 일본에서는 ‘검은 얼굴의 주걱 해오라기’라 이름 지었다.
▲ 시흥 관곡지를 찾은 저어새 전 세계 6종의 저어새 가운데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종은 ‘저어새’와 ‘노랑부리저어새’ 두 종이다. 저어새는 멸종위기종 1급이자 천연기념물 205-1호, 노랑부리저어새는 멸종위기종 2급, 천연기념물 205-2호로 각각 지정됐다. 저어새는 길고 검은 부리에 눈이 박혀 있는 것처럼 보이며, 노랑부리저어새는 부리가 아닌 얼굴에 눈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저어새들의 번식지는 한국, 북한, 중국, 러시아로 대만, 중국, 일본, 홍콩, 제주도,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등지에서 겨울을 난다. 동아시아에 주로 서식하고 있는 셈이다. 유조와 성조는 부리로 구분할 수 있다. 유조는 부리가 밋밋한 반면, 성조는 거칠고 주름이 잡혀 있다. 보통 암컷은 세 살부터, 수컷은 네 살부터 새끼를 낳기 시작하는데 새끼를 낳기 전 수컷은 둥지 재료를 물어 나르고, 암컷은 이 재료를 엮어 둥지를 만든다. 5월쯤 암컷 한 마리는 2~4개의 알을 낳으며 수컷은 낮에, 암컷은 밤에 번갈아 알을 품는다. 포란 기간은 24~26일이며, 새끼가 알에서 나오면 암수가 함께 새끼를 키운다. 알에서 깬 새끼의 부리는 모양이 뾰족하고 색깔이 연한 주황색이지만 자라면서 검은색으로 변하고 부리 모양이 주걱처럼 바뀐다. 대개 35일 정도가 지나면 날기 시작하지만, 부모와 떨어져 ‘둥지를 떠난’(이소離巢) 이후에도 독립하지 못 한 채 따라다니는 녀석들이 있다.
▲ 저어새들이 인천을 찾아오는 건 먹이가 풍부한 갯벌이 있기 때문이다. 송도갯벌을 찾은 저어새들이 날아오르고 있다. 저어새와 공존하는 인천, 세계를 위하여 저어새를 위협하는 요소는 중금속으로 오염된 바다 또는 갯벌 매립부터 낚싯줄 같은 해양쓰레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기후와 환경에 민감한 새들은 자연환경의 상태를 알 수 있는 바로미터다. 새가 살 수 없는 곳에선 인간도 생존하기 어렵다. 인천을 찾아오는 저어새들의 개체수가 더 늘어나고 인간과 새가 공존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가야 할 때다.
▲ 강화 매화마름을 찾은 저어새
▲ 서만도 하늘을 나는 저어새
▲ 인천시가 저어새들을 위해 만들어놓은 남동유수지 인공섬에는 매년 봄여름 수백 마리의 저어새들이 날아와 새끼를 낳고 먹이 활동을 벌인다. 남동유수지 작은 섬에 모여 있는 저어새 무리 환경 칼럼 저어새를 지키는 자연유산 ‘인천의 무인도’ 노형래 환경 칼럼니스트 전 세계 6,000여 마리의 저어새 중 80% 이상인 5,000여 마리의 고향이 바로 인천의 무인도다. 인천 섬 168개 중 무인도는 130여 개다. 이 중 서만도, 신도, 분지도, 구지도, 석도, 비도, 대송도, 소송도, 매도, 각시바위, 수하암, 남동유수지 섬 등 평소 듣지 못한 인천의 많은 무인도에서 천연기념물 205-1호이자 인천시 깃대종인 저어새가 나고 자란다. 환경부는 인천의 많은 무인도 중 저어새의 산란지인 이 무인도를 환경부 특정도서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1980년대 300여 마리에 불과하던 저어새가 2023년 현재, 20배가량 증가한 이유는 분명 인천시와 저어새를 사랑하는 시민들의 노력 덕분이다.
▲ 인천 무인도는 저어새들의 천국이다. 장봉도 바다 위를 날고 있는 저어새들 저어새 개체수가 3,000여 마리에서 정체된 2000년대 초반에 인천시민들이 아주 극적인 일을 벌인다. 바로 아무도 찾지 않고 남동공단에서 흘러내린 각종 오폐수로 몸살을 앓던 남동유수지 물을 정화하고, 그곳에 저어새들이 산란할 수 있도록 저어새 인공섬을 조성해 준 것이다. 강화도 분오리항 앞 작은 바위섬인 ‘각시바위’에선 둥지를 튼 저어새들을 위해 둥지 재료인 나뭇가지를 올려다 주며 저어새의 산란을 돕는 시민들이 하나둘씩 늘어가기도 했다. 그 결과 2023년 현재, 남동유수지 2개의 인공섬과 각시바위에서는 매년 100여 쌍의 저어새가 둥지를 틀며 안정적으로 개체수를 늘릴 수 있었다. 왜 전 세계의 저어새가 우리나라 전체 2,800여 개 무인도 중 유독 인천의 무인도에서 주로 산란을 하는 걸까? 이는 무인도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먹이가 풍부한 인천 갯벌과 강화도를 중심으로 넓은 농토가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저어새 새끼는 염분 소화 능력이 없어 소금기가 없는 먹이를 먹어야 한다. 천적을 피해 무인도에서 산란했지만, 가까운 곳에 민물과 넓은 논이 있어야 안전하게 새끼 저어새를 키워낼 수 있다. 저어새 산란지인 구지도는 연평도가 거점이다. 서만도는 장봉도를 거점으로 삼고, 각시바위, 대송도, 소송도, 석도, 비도 등 많은 무인도는 강화도와 교동도, 석모도 등 넓은 농토를 지닌 섬을 어머니 섬으로 삼는다. 인천시민들의 노력으로 지구상에서 멸종해 가던 저어새 수가 조금씩 증가하고 있긴 하지만 1만 개체를 넘으려면 아직 멀었다. 저어새들이 안정적으로 둥지를 틀고 산란할 수 있는 무인도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수도권 매립지 안암호와 교동도 난정저수지 등지에 저어새가 산란할 수 있는 인공섬을 만들어주는 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남동유수지 인공섬을 만들고 각시바위를 지켜낸 우리 인천시민이라면 저어새를 위한 인공섬 만들기에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 노형래 / 글로벌에코투어연구소 대표, 해양문화교육협동조합 이사장, <바다 그리고 섬을 품다> 저자
원고출처 : 굿모닝인천 웹진 https://www.incheon.go.kr/goodmorning/index 글 김진국 굿모닝인천 편집장│사진 홍승훈 포토그래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