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경 제5권
46. 불설군신경(佛說君臣經)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왕사성(王舍城)의 영취산(靈鷲山) 속을 유행하셨는데, 대비구 대중 1,250명과 함께 계셨다.
이때 여러 비구들은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여러 하늘이 모두 감화를 받아 일찍이 없었던 것을 얻었다. 이에 세존께서는 항상 자비로 불쌍히 여기시건만, 조달(調達)은 오히려 여래를 해칠 생각을 갖고 있구나. 그런데 부처님께서는 크게 불쌍히 생각하시는 넓은 뜻으로 그를 대하시는구나.’
또한 어떤 비구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하기도 했다.
“지난날에 세존께서는 어찌하여 조달이 나쁜 마음을 품고 모함하여 해치려는 것을 살펴서 알지 않으시고 그로 하여금 집을 버리고 머리를 깎게 하셨을까?”
혹은 어떤 비구는 각각 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이미 조달이 나쁜 마음을 품고 해치려 한 것을 알고 계셨을 것이다.”
또는 이런 논의도 하였다.
“누가 조달로 하여금 머리를 깎고 사문이 되게 하였을까?”
부처님께서는 멀리서 여러 비구들이 이러한 일들을 함께 얘기하는 소리를 들으시고 비구들이 있는 곳으로 오셔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조달이 흉악한 것은 헤아릴 수가 없도다. 줄여서 말해도 끝이 없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그러하니라. 조달이라는 비구는 항상 여래를 해치려는 마음만을 품고 일찍이 온화하고 기쁘게 하려는 일이 없었느니라.
나는 항상 자비심으로 그를 항복시켰으니, 그러한 것이 아주 먼 오랜 옛날부터 헤아릴 수가 없었다.
그 이래 부처는 조달이 흉악하여 위험에 빠뜨리고 모함하려는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을 안 것이 오래 되었는데 항상 자비심으로 그를 항복시켰다. 이와 같이 계속하여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로 하여금 사문이 되어 착한 일과 덕을 행하도록 한 것이다. 이것이 근본이 되어 출가한 인연으로 구호(救護)를 얻게 하려 한 것이다.
조달은 이번 세상에서만 나에게 해치려는 마음을 품은 것이 아니나, 나는 늘 지극히 참된 자비심으로 그를 널리 항복시켰느니라.
과거 아주 오랜 옛날에 바라내성(波羅柰城)에 대유(大猶)라고 하는 왕이 있었는데 법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의 뜻을 거스르지 않았다.
왕에게는 밀선재(蜜善財)라고 하는 대신이 있었다. 지혜가 총명하여 통하지 않는 것이 없었으며 그 이름난 덕이 특히 뛰어나서 세간에서 같이할 이가 없었다. 그 성품이 좋고 남다르게 온화하고 단아했으며, 안온하고 걱정이 없으며, 항상 자비심을 품고 있어 많은 이들을 불쌍하게 여기며 뜻을 부드럽고 여유 있게 가졌다.
그 왕은 석자(釋子)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도 없고 자비심도 없으며 항상 남의 잘못을 살펴서 그것을 이용하려 하고 마음을 흉악하게 가져 착하고 유쾌한 것이 없었다.
그때 그 왕은 밀선재 대신과 함께 있었다.
대유왕은 대신에게 말했다.
‘사람은 무엇을 먹어야 하며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많이 얻으면 편안하고 위험이 닥치지 않으면 큰 이익을 얻게 되는 것이오.’
그리고 때맞추어 게송으로 말했다.
음식과 말을 적게 하면 얻는 것이 많고
참지 않아야 많이 불어날 것이요
인욕하면 손해를 보나니
밀선재는 어떠하오.
밀선재 대신이 왕에게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대왕은 성내는 성품[種]이시니
성내고 원한을 품는 것이 마음이 하는 일
남을 해치지도 않고 성도 안 내는 것이
바로 행동의 근본입니다.
왕이 다시 게송으로 물었다.
어찌하면 편안히 잠들고
어찌 행해야 우환이 없을까?
어찌하면 한 법에 이르고
밀행(蜜行)이 선재(善財)에 이르는가?
현성은 무엇을 칭찬하며
죽음에 이르러 걱정이 없겠는가?
누가 이 일을 책임지고
걱정을 없애서 우환이 없어질까?
대신이 다시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화내지 않으면 편안히 잠들 수 있고
성냄이 없어지면 우환이 없어집니다.
화내는 것은 독의 근본이 되니
대왕께서는 마땅히 이것을 아셔야 합니다.
성현이 칭찬하시는 바를 알면
이로 인해 우환이 없으리니
이것이 왕에 대한 대답이옵니다.
인욕행을 칭찬하고
화내는 것을 꾸짖나니
이것이 왕에 대한 대답이옵니다.
분별하여 항복시키되
청정하지 않음이 그 짬을 얻거나
흉악함을 더하지 않으면
평등한 덕을 세울 수 있나이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의 대유국왕이 누구인지 알고 싶으냐? 이는 조달이고, 대신 밀선재는 바로 나였나니, 불도(佛道)를 얻어서 그 본말을 연설하였느니라.”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