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해일륜_44. 교의 바다에 현현한 글귀를 촬요하여 밝게 가리는 것(敎海玄句撮要明辨)
객이 묻기를,
“삼장교해三藏敎海 가운데 가장 오묘하고 가장 현현한 글귀를 듣기 원합니다.”
용성이 웃으며 말하기를,
“깨친 자는 모든 말씀(言言)이 오묘한 법이지만, 미혹한 자에게는 세간법과 출세간법이 다 망견이 될 것이고, 깨친 자에게는 세간과 출세간법이 다 오묘한 법이 되는 것이다. 꿈 가운데 있는 자는 보고 듣는 것이 다 꿈이요, 꿈을 깨어난 자는 보고 듣는 것이 다 꿈이 아닌 것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내가 간략히 말할 것이다.
옛날 사람이 말하기를 ‘눈이 잠을 쫓지 아니하면 모든 꿈이 저절로 없고, 마음이 다르지 아니하면 만법이 허물없다’32)고 하니 깨끗이 정신을 가다듬어 들어야 할 것이다.
주먹을 들고 묻기를 ‘보는가?’
땅을 치고 말하기를 ‘듣느냐?’
‘듣고 보는 것이 이 무엇인가?’
‘만일 깨치면 참으로 현현하고 오묘하니라.’
『금강경』에 말씀하시기를, ‘모든 상을 취하지 아니하면 여여如如하여 요동치 아니한다’33)고 하며, 또 말씀하시기를,
‘만일 얼굴과 빛으로 나를 보려고 하거나,
소리로 불러 나를 구求하면
이 사람은 사도를 행하는 것이라.
대각을 볼 수 없는 것이다.’34)
라고 하셨다. 또 말씀하시기를,
‘일체법이 꿈 같고 꼭두각시 같으며,
물거품 같고 그림자와 같으며,
우레 같고 번개와 같으니
이와 같이 관하라.’35)
라고 하며, 또 말씀하시기를, ‘과거 마음도 얻을 수 없고, 현재 마음도 얻을 수 없으며, 미래 마음도 들을 수 없다’36)고 하셨다.
또 말씀하시기를, ‘대각께서 만일 말씀하신 것이 있다 하여도, 나의 말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며, 대각께서 만일 말씀하신 것이 없다고 하여도 나의 말을 알지 못함이다’라고 하며, 또 말씀하시기를, ‘정한 법 있음이 없는 것이 대각의 말씀이며, 정한 법 있음이 없는 것이 아뇩보리이다’37)라고 하시니 이것을 깨치면 참으로 미묘하니라.
또 『능엄경』에 말씀하시기를, ‘모든 것을 가히 돌려보낼 곳이 있는 것은 자연히 네가 아니지만, 가히 돌려보낼 수 없는 것은 네가 아니고 누구냐?’38)고 하시며, 또 말씀하시기를 ‘참다운 지견知見에 망견妄見을 세우면 이것이 무명의 근본이요, 참다운 지견에 망견이 없으면 진견眞見이라고 이름한다’고 하며, 또 말씀하시기를 ‘비유하자면 허공의 자체自體가 여러 가지 형상이 아니지만, 모든 물상物相을 건립할 수 있는데, 사람의 본성도 이와 같다’고 하며, 말씀하시기를 ‘우리의 본성은 인연因緣도 아니고, 자연自然도 아니며, 인연 아닌 것도 아니고, 자연도 아닌 것도 아니니, 일체상을 여의고 일체법에 상즉(卽)하였다’39)고 하시니 이것을 깨치면 참으로 미묘한 것이다.
또 『원각경』에 말씀하시기를, ‘환幻인 줄로 알면 곧 여읠 것이니 방편을 지을 것이 없고, 환幻을 여의면 곧 각이니, 또한 점차漸次가 없다’40)고 하시며, 또 말씀하시기를, ‘대각께서 원각을 닦는 것이 허공의 꽃과 같은 줄 알면 또한 몸과 마음이 생사를 받을 것이 없으니, 일부러 지어서 없는 것이 아니라 본성이 없기 때문이다’41)라고 하셨다.
또 말씀하시기를, ‘허공이 아니라 허공의 본성인 까닭이며, 항상 요동치 아니하고 대원각성이 괴멸이 없는 까닭이며, 지견이 없는 까닭이며, 법계성과 같아서 구경에는 원만하여 시방에 두루한 까닭이다’42)라고 하시며, 또 말씀하시기를, ‘일체시一切時에 있어 망념을 일으키지 말고, 저 모든 망령된 마음을 또한 쉬어서 멸하려고 하지도 말아야 한다. 망상경계에 머물러 알음을 더하지 말고, 저 알음이 없는데 진실을 가리지 말라’43)고 하시니 이것을 깨치면 참으로 미묘한 것이다.
『화엄경』에 말씀하시기를, ‘과거 전체가 이 법을 설하며, 현재 전체가 이 법을 설하고, 미래 전체가 이 법을 설하며, 국토가 이 법을 설하고, 중생이 이 법을 설하며, 두두물물頭頭物物, 화화초초花花草草 모든 것이 이 법을 설하는데, 마땅히 일진법계의 성품을 보라. 십법계등十法界等과 일체의 유정무정有情無情이 다 일진심一眞心의 대광명체가 지은 것이다’라고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