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ideology) : 한 시대나 사회 또는 계급에 독특하게 나타나는 관념, 믿음, 주의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사람에게 우상과 다를 바가 없는 '한물 간 이념(ideology)'에 대해 언급하려면 저부터 누구인지 알려야 하겠습니다.
저는 사유재산제와 자유시장 경제 시스템을 신봉하는 자유시장론자입니다. 저는 철부지였던 어릴 때도, 지금도 공산주의는 싫어합니다. 저는 그리스도인이며, 김진홍 목사님과 두레성서연구모임에서 다년간 성경을 배우고 함께 활동해 온 사람입니다. 저는 박정희,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을 뽑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ㅈㄷㅅ 목사님이 누구이신지 잘 모르지만, 그분의 주장대로 기독교와 공산주의는 함께할 수 없다는 생각도 동의합니다. 저는 자유 없는 독재 정치, 자유 없는 경제의 집산체제는 생리적으로 싫습니다.
저는 희년법 씨름에 지쳐있어서 정치나 이념 논쟁은 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이념 논쟁은 자칫하면 서로의 감정만 상하고 무위(소모적)로 끝이 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ㅈㄷㅅ 목사님의 글에서 "기독교는 박정희, 박근혜, 전두환, 윤석열 정권과 함께 해야 한다"는 주장과 [우리는 “나는 좌파도 아니고 우파도 아닌” 무소속, 중도라는 분들은 어느 나라 사람인지 묻고 싶다.] 는 주장은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한 말씀 올립니다.
왜냐하면, 저는 그리스도파이지, 우파도 아니고, 좌파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ㅈㄷㅅ 목사님은 기독인은 우파에 속해야만 한다고 보시는데 왜, 기독교인이 우파에 속해야만 합니까? 성경은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고 했습니다(수 1:7). 저는 대한민국 국민이면, 모두가 지금의 정치 집단이나 이념 집단이 생각하는 우파도 아니고, 좌파는 더욱 아닌 중도파로서 예수 그리스도만 따르는 자들이어야 할 것으로 봅니다.
ㅈㄷㅅ 목사님이 공산주의를 싫어하고 공산주의로 물들게 하는 사상도 배격해야 하며, 기독교를 지키려는 그 순수한 신앙은 동의합니다. 공산주의가 교회를 핍박했고, 반대자들을 죽이는 잔악성을 고발하고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동의합니다. 그러나, 공산주의를 반대한다고 비기독인 정치 집단과 그 집단의 이념(사상, 정신)까지 기독교 공동체나 기독교 정신(영성 또는 신앙)과 동일시하려는 이분법적 판단은 잘못된 것이라고 봅니다. 저는 공산주의자도 아니지만, 예수를 믿지 않는 박정희, 박근혜, 윤석열 집단의 파도 아닙니다. 그냥 그들의 정치나 정책이 옳다고 여기는 부분만 지지하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지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승만 대통령이 그리스도인으로서 대통령이 되어 공산주의를 막아내고,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기틀을 세우고 세계 자유 우방국과 함께 한 치적은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의 사사오입 개헌과 3.15 부정선거, 친일파를 묵인, 수용한 것은 지적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나라를 기근에서 구하고 경제를 발전시킨 것은 누구도 인정하는 큰 업적이지만, 그가 군대를 동원하여 초법적(초헌법적) 통치를 한 것도 되씹어야 할 부분입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이후락을 북쪽으로 비밀리 보내어 김일성과 체결한 1972년 7.4 공동성명은 평화와 통일을 위한 구국의 결단이고, 김대중 대통령이 북쪽을 방문하여 김정일과 체결한 2000년 6.15 공동선언은 자유 민주국가를 위태롭게 하는 종북 좌파의 퍼주기라고만 하면, 그것이 바른 역사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 이념 성향이 기독교라고 말하면, 후대의 역사가들이 기독교를 어떻게 보겠습니까?
그리고, 박정희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은 그리스도인이 아닙니다. 신앙을 떠나서 경제 부흥만으로 점수를 준다고 하면, 북이스라엘의 아모리 왕조나 여로보암 2세의 통치에서도 나라는 부국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나라를 망하게 했던 바알 신봉자들이었습니다.
ㅈㄷㅅ 목사님은 이런 것을 감안하지 않고, 전체를 몰아서 우파와 좌파로 양분하여 우파는 기독교, 좌파는 공산주의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그런 이분법은 사람들을 남자와 여자로 구분해 놓고, 다시 그 사람들을 군인과 일반인으로 분류해서 어느 한쪽에 집어넣어 버리는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여자는 군인이 될 수가 없고, 남자는 일반인이 될 수가 없다는 오류가 나올 수 있습니다. 하나의 사회를 두 부류로만 나누어서 어느 한쪽은 선으로, 다른 한쪽은 악으로 규정을 합니다. 이런 이분법적 나눔으로 어느 한쪽을 악으로 몰면, 이념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혼란을 줄 수가 있습니다. 이러한 이분법은 서양의 이원론과 중국의 음양론이 가질 수 있는 약점입니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질문을 드려보겠습니다.
(1) 성경 희년법은 토지의 시한부 거래는 허용해도(레 25:15,16) 토지의 소유권과 영구 매매는 금지합니다(레 25:23). 그러면 성경 희년법은 우파입니까? 좌파입니까? 사실 경제적으로 보면 토지가치를 노동가치라고 잘못 알고(우기고) 노동을 우상화한 집단이 공산주의이고, 토지가치를 사람이 만든 자본가치라고 역시 잘못 알고(우기고) 자본을 절대화한 집단이 자본주의입니다. 성경은 토지가치를 노동가치도 아니고, 자본가치도 아니며, 하나님이 만드신 토지가 생산한 가치라고 합니다. 곧 성경은 공산주의도 자본주의도 아닌 100% 사유재산제와 시장경제체제입니다.
(2) 미국 정치에서는 공화당이 보수에 속하고 우파입니다. 그러면 민주당이 진보에 속하고 좌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ㅈㄷㅅ 목사님의 생각대로 이분법으로 나누어서 좌파를 공산주의자라고 하면, 민주당 출신인 바이든 대통령은 좌파 대통령이고, 공산주의자가 될 것입니다. 그러면 윤석열 대통령이 지금 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러 미국까지 가고 있나요?
(3) 일본은 늘 우파가 집권합니다. 그러면 일본이 기독교 국가입니까? 일본은 기독교 국가도 아니고 한국과는 감정의 골이 깊은데 왜 국교를 맺고 교류를 해야 하나요? 저는 일본에 대해서는 ‘반일’보다 ‘극일’을 하자는 주의입니다.
(4) 베트남을 공산국가로 분류했습니다. 그러면 그런 베트남에 왜 투자를 하고, 관광도 합니까? 공산국가는 진멸하여 없애버려야 할 대상 아닙니까? 공산국가 베트남과 교류하다가 공산주의 사상에 물이 들 염려는 없나요? ㅈㄷㅅ 목사님이 우려하는 공산주의를 척결하려면 늘 반공(反共)만 해야 하고, 승공(勝共) 정책은 쓰면 되지 않나요? 물론 이 주장이 북쪽에 관심을 가졌던 전직 대통령(문재인)을 두둔하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으니 오해하지 않으시기 바랍니다.
(5)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을 만나서 핵무기를 없애고, 세계의 평화를 증진시키려고 했습니다. 그러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파입니까? 좌파입니까?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나서 잘 해보려고 했던 정책이 미국을 북한 공산정권에게 갖다 바치려고 한 역적이고, 원수로 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사람이 다시 대통령에 출마하려고 하는데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6) 예수님 시대에 모세오경만 성경(정경)으로 인정하고, 권력층에 빌붙어서 매관매직으로 제사장직에 올라서 그 권력으로 예수님을 적대시했던 사두개인들은 우파입니까? 좌파입니까?
(7) 박하와 근채는 뿌리 수를 세어가며 십일조를 드리지만, 정의, 자비, 신의는 버렸다고 예수님께 저주를 받았던 바라새인들은 우파입니까? 좌파입니까?
(8) 부자층과 기득권층의 분별 없는 삶과 행동을 질책하고, 고아와 과부, 병든 자, 소외된 자, 가난한 자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려고 했던 예수님은 이분법으로 나누면 계급론자이고, 좌파가 아닐까요?
ㅈㄷㅅ 목사님 견지로는 이런 생각은 중도라서 마지막 때에는 어느 나라 사람인지도 모르고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되나요? 기독교가 말하는 가치와 진리는 그렇게 구분하는 것이 아닐 것 같습니다.
기독교는 우파도 아니고 좌파도 아닌 예수 그리스도파입니다. 그래서 우파와 좌파가 대립하는 곳에 복음으로 하나 되게 할 수는 없나요? 예수님은 우리의 화평이신지라 중간에 막힌 담을 허신다고 하는데(엡 2:14) 우리가 우파와 좌파로 담을 쌓아놓고 죽기 살기로 다투어야 할까요? 기독교의 적은 이런 갈라치기를 좋아하는 이념의 벽을 고착시키는 것, 그 자체가 아닐까 합니다. 콘크리트 같은 이념의 벽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깨지고, 녹아져야 합니다. 복음은 이념의 도구가 아니며, 더구나 어느 한쪽의 편향된 생각에 매이지 않습니다.
ㅈㄷㅅ 목사님 주장처럼 어느 민족 누구에게나 결단할 때 있나니 참과 거짓이 싸울 때는 (ㄱ. 기독교와 ㄴ. 공산주의)를 구분해야 하겠습니다. 그러나 자본주의를 신봉하는 체제 안에서도 (ㄷ. 여호와를 추종하는 자와 ㄹ. 바알을 추종하는 자), (ㅁ. 기독인과 ㅂ. 불신자)를 구분해야 할 것입니다. ㅈㄷㅅ 목사님처럼 ㄱ과 ㄴ의 구분도 필요하지만, (ㄱ과 ㄴ)에만 몰입하면, 가깝게 있는 (ㄷ과 ㄹ), (ㅁ과 ㅂ)을 식별하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습니다.
좋은 신앙과 전통을 지키고, 나라를 살리려고 그렇게 자기 신념에 철저했던 보수적 종교인이 바라새인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바리새인들이 왜 예수님께 그토록 강한 질책을 받았는지 우리는 두려운 마음으로 세상을 다시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현실 정치나 이념에는 너무 그렇게 우나 좌에 집착하지 않고, 예수님만 따르면서 사는 예수 그리스도파로 남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물론, 이런 말씀을 올리는 저도 제 생각이 옳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ㅈㄷㅅ 목사님께서 공산주의를 우려하고 기독교와 나라를 지키려는 우국충정에서 하신 말씀인데 진위 구별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 토를 달았다면 죄송할 뿐입니다. 하여 저가 가진 오류나 잘못이 있다면 꾸짖어 주십시오. 달게 받겠습니다. 다만, 부족한 이 사람이 두서없이 생각을 올렸지만, 그래도 시국을 보는 관점에서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