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백산에서의 회상......!
태백산에서 건너편에 멀리 바라보이는, 언뜻 보기에 군사시설 중계소가 눈에 띄는 함백산을 언제 넘어서 피재까지 가나 은근히 부담이 가는 시간이 있었다.
5월 13일 예정된 시간에 어평재에서 어김없이 함백산을 향해서 오름짓을 시작하고 때로는 된비알도 종종 올라가면서 날은 서서히 밝아왔고, 어느새 장엄한 일출을 볼 사이도 없이 저 멀리 해를 밀어 올리는 산에서 한 뼘이나 될 만큼 이미 높이 솟아 오른 태양!
시작부터 옷깃을 속속들이 파고들만큼 부는 바람은 우리를 불어 날아갈 듯이 어찌 그리도 세차게 불어대는지......! 모두들 자켓을 입고 랜턴을 켜고 올라가는데, 일단 시작만 하면 수도꼭지 틀어놓듯이 쏟아지는 땀도 나지 않을 정도로 바람은 줄기차게 불어댄다.
함백산 정상에서는 몸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로 더욱 세찬 바람이 불어대고 있었고, 바람 때문에 얼굴 인상이 찌그러질 정도로 불어대는 정상에서 바라 본 정선군 고한읍 지역! 지난 겨울에 한번 다녀갔던 스키장 콘도가 가장 윗부분에 자리하고 있었고, 그 아래 동네는 탄광이 아니었으면 사람이 살만한 동네도 아니었고, 그야말로 비행기 날아가면 날개 한쪽밖에 안보일 그런 동네가 좁다란 골짜기를 따라 뻗어있다.
고한!!!
1981년 1월 24일. 군대를 제대하고 복직발령을 받은 곳이 고한중학교. 그 당시 강원도교육청으로부터 전화로 연락받은 학교 이름은 생소하기도 했을 뿐만 아니라 희한한 동네도 다 있다고 했었다. ‘고환중학교’로 들었으니까.
그 당시에 근무하던 모든 교직원들도 딱히 테니스 이외에는 별로 놀거리가 없었다. 오후 나절 잠깐 테니스라도 치고 나면 얼굴과 콧구멍이 시커멓게 되고, 머리를 감으면 머리 감은 물이 시커멓게 될 정도였으니까.
퇴근하여 걸어 들어간 자취방. 재래식 장판이어서 노란색인데, 걸어 들어간 자리에 서서 뒤를 돌아보면 걸어 온 발자국이 있는 곳은 상대적으로 더욱 노랗게 보였다. 하긴....... 허공에 떠다니는 석탄이 5톤이라고 뻥을 칠 정도였으니까.
비라도 내려서 석탄먼지 풀풀 날리던 길이 물과 섞여 반죽이 되고나면 도저히 구두를 신고 출근을 할 수 없어 장화는 필수적으로 있어야 한다. ‘마누라 없인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 산다’고 할 정도였으니까.
그래도 나는 오기로 백구두를 신고 다녔다.
퇴근 후에 가는 곳은 의례히 삼겹살집. 1차로 삼겹살과 소주를 걸치고 2차로 내기 당구를 치고, 3차는 색시집, 또 다시 4차는 맥주집. 그래도 그 당시에는 선생월급 받아서 한달에 몇 번은 색시집도 갈 수 있었다. 호봉이 오르고 보수도 그 때에 비해서 꽤 많이 오른 지금 시절에 그런 곳에 몇 번을 간다......? 집안 말아먹을 일 있나......?
그렇게 하루하루를 신나게 먹어대고 마셔대고......! 3월 학기초에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고 초임발령을 받은 교사들이 여러 명 왔다. 그 중에는 현재의 내 아내도 있었고. 연애라는 걸 하는 동안에도 직원 중에 단 한명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교원 인사규정에 부부교사는 한 학교에 있으면 안된다는 규정이 있어서 학교라도 떨어진 다음에 결혼을 해야 하는데, 어머니께서 어디 용한곳에 가서 점을 봤는데, 올해 혼인을 안하면 평생 떨어져 살아가야 한다나......?
처음엔 아버지가 무슨 쓸데없이 어디가서 희한한 것 보고 다닌다고 어머니를 나무라시더니 어멈......? 나중엔 아버지도 어머니 말씀에 넘어가셨다.
“올해 안에 결혼식 해라!”
“아이고 아버지 제가 하기 싫어서 그런 게 아니고 인사규정이 그렇게 안되게 되어 있어요!”
“그럼 내가 직접 가서 교장선생님을 만나서 담판 짓겠다”
그 머나먼 충주에서 고한까지 오셨다.
“교장선생님! 내가 자식이라곤 딱 이놈 하나 뿐인데, 꼭 올해 안에 결혼을 시켜야겠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허 참......!”
난감한 교장선생님.
“뭐....... 결혼이야 인륜지대사 인데, 제가 하지 말라고 할 수 있습니까! 그냥 시켜야지요!”
11월 8일 충주에서 결혼식을 하고, 같은 교무실에서 근무를 하는데......!
아니 이놈의 술집 아가씨들이 눈치도 없이 교무실로 술값 외상값을 받으러 온다. 그게 어디 한두번도 아니고, 흐이그~~~쪽팔리고 난처하고......!
그곳에서 선생이라고 하면 술값은 얼마든지 외상으로 잘 줬다.
지금 생각하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신혼시절임에도 불구하고 1주일에 하루 정도 일찍 들어간다고 보면 될까? 거의 매일 12시 넘어서 만취가 되어 들어가고.
하루는 또 늦게 귀가를 하는데, 아내가 집밖에 나와 서있다. 깜짝 놀라기도 하고 은근히 켕기기도 하고.
“어......? 왜 나와 있어?”
아무 말도 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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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었으면 대답을 해야 할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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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말도 안하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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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 아니 이거 어째 분위기가 이상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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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결혼생활이 이런 건 줄 알았으면 결혼 안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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떵~~~!!! 머리를 햄머로 한방 맞은 거 같다!
깨갱~~~!
머리 속이 확 비어지고 순간 너무도 염치가 없다.
그 이듬해 3월에 우여곡절 끝에 나는 고한여자고등학교로 발령이 났고, 그 해 여름엔 아들을 얻었고, 총각때 그토록 마셔댔던 술값 외상값과 누적된 가계 적자는 둘이 벌어서 1년이 되어서야 다 갚았다. 그 당시 누구나 들어가던 재형저축은 그 이후에나 가능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몹쓸 가장이었다. 그래도 남편이라고 참고 살아 준 아내에게 고맙다.
그래도 내가 지금까지 한 가지 큰 소리 치는 것은
“그래도 노름은 절대 안하잖아!!!” ㅋ ㅋ ㅋ
멀리서 고한을 바라보며 참으로 많은 젊은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곤 아름다운 함백산에서의 조망을 즐기며 또 다시 다리에 힘을 준다!
여보! 고마워!
우리 백두대간이 끝날 때까지,
아니 얼마를 살지 몰라도 살아 있는 날까지
건강하게 하고 싶은 거 실컷 하고 살자!
첫댓글 우앙 아침부터 감격 먹어서 눈물 날뻔했자나여..... 나두 등반 그만 다니구 애들하구 와이프한테 잘해야 되는데 그게 왜 그리 안되는지....^^
셈!!! 지금은 안그러시죠?속상하고,화가나서 흘리는 눈물은~~소리가 나지만(소리내서 울지만),정말 마음이 아파서 흘리는 눈물은 소리없이 주루룩 주루룩 흐른답니다..그래서 소리없이 흘리는 눈물이 더 무서운 거래요..소리내서 엉~엉~ 울어버리고 나면 가슴까지 시원해지지만.소리없이 흘리는 눈물은 가슴속깊은곳에 자리를 잡고.차곡차곡 계단을 쌓아 갑니다..그니까..사랑하는 사람이 소리없는 눈물! 흘리지 않도록 마니마니 사랑해 주삼!! 셈~~오늘 두분의 날이니까..좋은시간 행복한시간 되세요....^^..
크윽~~~!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횡이었네...? 거기까진 생각 못했는데....!
흠..허허허 재미있게 잘보고갑니다, 대간팀에 교직에 계시는 분이많으신데.오늘 편안한 하루되세요~~홧팅
대간길을 같이할때 마다 새록 새록 어떤 분이 인생을 걷는 길인것 같아서 마음이 정결해지네요. 두분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체육선생님 수학선생님.!!! 앞으로도 계속 좋은일만 있기를바랍니다..
나도 한때는 많이 그랬죠 .......
하...하...선생님도 외상술 먹나 보네유...추억어린 정감있는글 따스함이 배여 있네요...두분 건강하게 오래오래 행복 하시길
저도 1983년 3월1일 고한여중에서 첫 근무를 했는데 많은 생각과 여운이 남는군요. 잊고 싶은 것도 있고, 간직하고 싶은 것도 있고........ 그래요 부부 밖에 없지요. 영원히 행복하시길.
형! 그런데 알고 싶은게 있네요, 매일 술 마셨다면서 애기들은 언제 거시기 했어요? ㅎㅎㅎ
우쒸~~~! 잘 알면서......?
전생의 악연으로 부부의 연이 된다던가요? 미운정도 고운정도 함께 나누어야하는,.그래도 함께 할 수있음은 축복인거 같네요. 혹, 밉더라도 상대가 가까이 있다는것만으로도...
인생을 위한 기도 남자는 마음으로 늙고 여자는 얼굴로 늙는 다고 하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꽃 같은 인품의 향기를 지니고 넉넉한 마음으로 살게 하소서 늙어가더라도 지난 세월에 너무 애착하지 말고 언제나 청춘의 봄 날로 의욕이 솟아 활기가 넘치는 인생을 젊게 살아가게 하소서 우러난 욕심 모두 몰아내고 언제나 스스로 평온한 마음 지니며 지난 세월을 모두 즐겁게 안아 자기 인생을 사랑하며 살게 하소서 지나간 과거는 모두 아름답게 여기고 앞으로 오는 미래의 시간표마다 아름다운 행복의 꿈을 그려 놓고 매일 동그라미 치며 사는 삶으로 인생의 즐거움이 넘치게 하소서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러다가 백두대간 끝나고 나면 전부 이 시대의 철학자가 될까봐 은근히 겁도 나는데..... 백두대간 타면서 참으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고..... 역시 대간은 타고 봐야 혀~~!
또 한발 늦었네요~ 5월 중순에 왜 그리 행사가 많든지! 가슴 찡한 러브스토리! 남편들은 가끔 부인 맘을 몰라 줄 때가 많지요! 저도 대간 타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낍니다. 감동의 글! 왠지 코끝이 찡하네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