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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5월 7일 토요일, 맑음, 아침은 서늘하다.
*걷기- 26째 날
*베가 데 발카르세(Vega de Valcarce) ~ 라구나(Laguna)
*이동거리 : 13.5km.
*누적거리 : 637km.
아침 7시 출발이다. 우리가 묶고 있는 위치는 해발 630m인데 도착하려는 목적지는 해발 1200m의 고지대다. 계속 올라가는 길이다. N- 006A 도로와 함께 간다. 아침 기온이 서늘하다. 들판에 소들이 보인다. 밤 새 들판에 머물렀나보다.
소들의 콧구멍에서 입김이 나온다. 추워 보인다. 길을 따라 가는 길에 가로수 밑에 자전거가 세워져 있다. 타는 것이 아니라 광고용으로 세워둔 것이다. 붉은색에 빈병들이 있고 앞에는 꽃도 담겨있다. 식당 광고판이다. 차와 빵이 그려져 있다.
건너편을 보니 식당(Café Bar Omega) 건물이 있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문은 닫혀 있다. 루이텔란(Ruitelán) 마을 표시가 보인다. 작은 마을 루이텔란은, 밤나무 숲에 둘러싸여 있다.
몇 채 없는 집과 오래된 성당이 고풍스러운 마을의 분위기를 풍기고, 동굴 위에 세워진 성 프로일란 성당(Capilla de San Froilán de Ruitelan)때문에 널리 알려졌다. 성 프로일란은 이 성당에서 기도와 명상으로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 마을 안에 있다.
산 중턱에 있는 마을이다. 도로 아래에는 새로 지어진 깨끗하고 멋진 식당 건물(Paraiso Del Bierzo)이 있다. 보카디요(Bocadillos)라는 글이 보이고 알베르게도 함께 운영하는 것 같다. 걷는 길 오른쪽에는 폐허로 보이는 교회가 있다.
세례자 요한 교구 성당(Iglesia Parroquial de San Juan Bautista)이다. 12세기경에 지어진 작은 성당으로 직사각형이고 궁륭(둥근 천장)은 석재로 만들어졌습니다. 머리 위로 고가 도로 2개의 선이 지나간다. 아스팔트길이 S자 올라간다.
도로 아래는 계곡이다. 도로와 갈라지는 길 사이에 돌로 지어진 현대 건축물이 있다. 왼쪽 길을 선택해서 걸어간다. 라스 에레리아스(Las Herrerías) 마을 표지판이 강가에 붙어있다.
라스 에레리아스에는 발카르세 강이 울창한 숲 사이로 흐르면서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어낸다. 순례자들은 계절에 따라 푸른 초원과 길가로 목동들이 몰고 나온 소들을 볼 수 있다.
또한 라스 에레리아스에서는 오래된 전통 가옥들과 물레방아와 같이 오래되고 소박한 아름다움을 마음껏 느낄 수 있다. 마을의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이 마을은 중세부터 대장간이 있던 곳이었다.
17세기에 만들어진 대장간은 지금도 완전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으며 간혹 15세기에 지어진 대장간 터의 흔적도 찾아볼 수 있다.
17세기에 이 지역을 지나가던 라피라는 이름의 이탈리아 순례자는 대장간에서 사용되는 커다란 망치와 불꽃에 매료되어 순례를 포기하고 이 마을에 정착하였다고 한다.
이 대장간은 지난 세기까지 운영되었기 때문에 현재에도 대장간의 큰 건물을 볼 수 있다. 마을 은 침묵하듯이 조용하고 닫혀 있고 알베르게 식당만 불을 밝혀 순례자들이 나온다.
큰 도로를 벗어나 이제는 산길을 오른다. 등산이다. 잡목 숲길이 경사가 제법 있다. 숲을 벗어나면 언덕의 목초지가 나오고 농사를 짓고 있는 경사면이 나온다. 같은 나무를 심어 놓은 숲도 있다.
부지런히 언덕을 올라간다. 언덕 위에 성당이 있다. 잠시 들리러 오른쪽으로 돌아선다. 산 안드레스 성당 (Iglesia de San Andres)이다. 18세기에 종탑을 세우면서 재건된 성당이란다.
내부에는 바로크 양식의 아름다운 봉헌화가 있다. 마당에는 반갑게 산티아고 순례자 형상이 가벼운 차림으로 만들어져 있다. 함께 사진을 찍었다. 성당은 문이 열려있다.
스템프로 확인 도장을 찍었다. 방명록도 있고 우편엽서 0.5유로라는 글도 보인다. 아담하고 예쁜 성당이다. 오래된 세례반도 보인다. 옆 건물은 알베르게(Albergue para Peregrinos La Faba)다.
독일 신자회가 개축한 알베르게란다. 시설이 좋아 보인다. 라 파바(La Faba) 마을 표지판이 보인다. 라 파바는, 피에드라피타 골짜기를 오르는 숲 속의 오르막길에 아늑하게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과거 이 언덕은 소들을 방목하던 초원이었다고 하는데 현재는 초목이 덮인 산으로 변하여 마을의 모습을 더욱 비밀스럽게 만들어 주고 있다.
아직도 집집마다 소들이 있고 농사 짓는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다. 오르는 길에 주택들이 줄지어 있다. 흰색 꽃봉오리가 탐스런 수국도 있고, 붉은색 동백꽃도 싱싱하게 피어있다.
산티아고 164.5km 표지석이 알베르게 화살표와 함께 있다. 돌 담벼락에 만들어진 급수 대에서는 물이 줄줄 나오고 있다. 돌 축대 위에는 케일 같은 채소가 재배되고 있다.
들판에는 꽃들이 가득하다. 페허가 된 알베르게 건물이 보인다. 건물 앞면만 남아있다. 건물을 알베르게로 개축을 해서 새롭게 열었는데 화재로 인하여 이렇게 되고 말았다.
보라색 수국 나무도 풍성해 보인다. 길 따라 언덕을 계속 올라간다. 길이 좀 험하다. 나무 십자가가 길가에 세워진 무덤도 보인다. 스님을 생각나게 하는 긴 묵주가 있다.
언덕에 올라서니 민둥산 초원이 나온다. 시골길이다. 노란색 들꽃에 햇볕이 가득하다. 시골길을 올라간다. 개나리가 연상되는 흰 꽃나무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자갈이 듬성듬성 오라온 거친 오르막길을 올라간다. 길은 외길이다. 주변 경사지는 밭이다. 농부들이 일하는 모습도 보인다. 따라온 커다란 개도 보인다.
경운기도 보인다. 바구니를 들고 밭으로 가는 할머니를 만났다. 앞치마에 모자까지 쓴 모습이 멋져 보인다. 언덕 위에 집을 보며 올라간다. 흙길이다.
마르면 먼지가 나고 비가 오면 질퍽거리며 미끄러질 것 같은 길이다. 가끔 소똥이 있어 조심스럽게 올라간다. 창고 마당이 나온다.
햇살이 잘 드는 양지에는 고양이 두 마리가 누워있다. 조용한 산촌 시골 마을이다. 개도 어슬렁거리는데 순하다. 건초더미가 보인다.
새로 지은 식당 건물(Bar Albergue La Escuela)이 나온다. 아침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들어갔다. 오전 9시 30분이다. 치즈 베이컨 바게트 빵과 카페라테를 주문했다. 5.1유로다.
주인아저씨가 친절하다. 하나 둘 사람들이 모인다. 알고 보니 오늘의 목적지가 바로 여기란다. 웃음이 나온다. 아무 생각 없이 걷던 사람들은 더 걸어가다가 돌아왔단다.
여기가 우리 숙소인지 몰랐다. 너무 일찍 도착한 것이다. 방 배정도 지금 안 되고 있다. 숙소 옆 마당에 햇살을 받으며 쉰다. 고맙게도 조금 있다가 방을 배정해 주었다.
바깥 식수대에서 빨래를 해서 말린다. 빨래 줄에는 빨래집게가 많다. 바람이 많이 불어 일일이 빨래를 집게로 집어 놓았다. 말린다고 신문지 위에 펼쳐 놓은 삶은 고사리는 바람에 날려 흩어질 정도로 바람이 분다.
동네 한 바퀴를 한다. 여기는 La Laguna 마을이다. 라구나 마을은 해발 1000미터 이상 되는 초원 위에 높은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있는 마을이다.
이 마을에서 순례자는 갈리시아 지방의 전통 건축물인 오레오 또는 파요사 Palloza(초가집 모양)를 처음 볼 수 있다. 눈앞에 펼쳐진 산꼭대기와 그늘진 계곡이 물결처럼 펼쳐지는 라구나 데 가스티야는 언덕을 오르는 순례자들에게 편안한 휴식처로 느껴진다.
알베르게와 식당은 이곳에 하나 밖에 없다. 언덕 들판에는 노란 꽃들이 양탄자처럼 펼쳐져 있다. 자세히 보면 노란 민들레, 흰 민들레, 이름 모를 핑크 빛 꽃 등 아주 다양한 들꽃들이 피어있다.
언덕 위 갈아놓은 밭은 붉은색으로 선명하다. 고목나무에는 이끼가 가득 붙어있다. 스칸디나비아 모스다. 건초를 잘 묶어 포장한 하얀 덩어리가 질서 있게 모아졌다.
소똥 거름 더미도 있어 냄새가 난다. 마을길에는 급수대가 있다. 물 저장고도 붙어있는데 말을 타고 올라가는 순례자들이 쉬어간다. 말들이 물을 마시고 있다.
길에는 말똥과 소똥이 퍼져 있다. 돌로 만들어진 가옥들은 제법 오래되 보인다. 1933년이라는 글도 보인다. 오래된 돌담에는 다육이 식물이 튼튼하게 붙어 자란다.
농로 길은 두 줄의 경운기 바퀴자국이 선명하다. 농가로 들어가 본다. 초가집 모양의 파요사(Palloza)가 있다. 누런 개가 우리를 쳐다본다.
소들이 축사를 나와 방울소리를 내며 몰려간다. 할머니가 막대기를 들고 따라가고 그 뒤에 승용차가 느리게 따라간다. 작은 동네를 산책하고 숙소에서 쉰다.
저녁 식사도 숙소에서 먹기로 했다. 순례자 메뉴다. 3단계 코스 요리다. 아내와 딸들이 와서 주방 일을 돕는다. 먼저 러시안 샐러드가 나온다.
야채에 마요네즈를 버무린 샐러드다. 올리브 열매 하나가 올려져 있다. 그 다음 닭 튀김이 감자칩과 함께 나온다. 디저트로 아이스크림을 골랐다.
하드 치즈에 모과목(Cebreiro cheese with quience), 달콤한 당 절임이 눈에 들어온다. 과일 젤리처럼 쫀득거리지만 잘 끊어지는 그런 질감이다.
스페인에서 처음 먹어보는 것이다. 12유로다. 2유로를 주고 주스를 마신다. 주인 아저씨는 고맙고 친절하게 빵과 술을 계속 공짜로 제공해 준다.
일행들은 취하도록 마신다. 저녁 식사후 산책을 나선다. 라구나(La Laguna) 마을 간판이 보인다. 언덕 아래 큰 길로는 자전거와 차가 올라오는 길이 따로 있다.
민들레 둥근 솜털이 바람에 버티고 있다. 파란 하늘에 하얀 양털 구름에 붉고 초록진 언덕, 전망이 참 좋다. 초지에 흰 말 한 마리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아내와 영상 통화를 한다. 어버이 날이 다가와 아산 친정에 갔단다. 지대가 높은 곳이라서 인지 잠을 자는데 서늘하다. 침낭속이 좋다. 너무 일찍 누웠는지 생각만 많다.
왜 산티아고가 목적지인가? 남들은 야고보 사도 유해를 참배하기 위해서 간단다. 야고보 사도는 누구인가? 베드로 요한 야고보는 예수님의 가장 측근에 있던 제자들이다.
첫날 3명을 제자로 부르시고, 변화산에서 변모하시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고, 올리브 동산에서 피땀 흘리며 기도하실 때 비록 잠에 골아 떨어졌어도 거기에 있었다.
어머니 살로메가 치마바람 일으켰을 때 내가 주는 잔을 마시겠느냐 할 때 야고보는 기꺼이 마시겠다고 한 제자다. 천둥의 아들이라 불릴 만큼 정렬적인 사도다.
예수님께서 너희는 세상 끝까지 기쁜소식을 전하라는 유언대로 당시 세상 끝이던 서쪽 끝 스페인 피네스테레에 야고보 사도가 갔다.
동쪽 끝이라고 여기던 인도에 도마 사도가 복음 전파하러 순교했던 첸나이가 생각난다. 야고보는 처음 복음전파로 테오도르 아타나시오 두 분을 직제자로 확보했다.
그러나 사라고사 전도 시 한명도 확보 못하고 완전 실패했단다. 강가에서 슬피 우는데 한 여인이 나타나 '염려 마라 이베리아 반도는 장차 대그리스도 국가가 될 것'이라 위로하며 조그만 조각상과 필라르(기둥)를 주고 사라졌단다.
지금도 2가지 물건이 사라고사 주교자 성당에 보관되어 있단다. 당시는 기원후 40~41년 쯤으로 마리아는 살아있었다. 예수님 부활 후 10년 이내의 일이다.
스페인에 발현하신 것(Bi-Location) 이것이 성모님의 첫 번째 발현이라 하며 스페인에서는 10월 12일을 삘라르 성모님 발현일로 국경일로 경축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스페인에는 산타마리아 봉헌 성당이 많다. 10월 12일은 콜룸부스가 신대륙에 첫발을 디딘 날이기도 하다. 44년 다시 이스라엘에 돌아가 헤롯에게 참수당하여 첫 번째 순교한 사도가 된다.
내가 순교하면 스페인으로 옮겨 매장하라고 직제자에게 유언하여 유해를 배에 싣고와 묵시아에 안장 후에 2명의 제자도 함께 매장되었다.
제자들도 죽고 사도유해가 사람들 기억에서 몇 백년 동안 잊혀졌다. 700년경 한 수도자 꿈에 계시를 받아 유해를 찾아 지금의 산티아고에 매장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예수님을 위해 목숨 바친 야고보 유해를 통해 예수님을 만나러 가는 것이다. 우리가 걷는 길은 가짜 순례길이고 진짜 순례는 우리가 탈출하고자 했던 그곳 현실세계로 돌아가는 것이다.
가짜인 까미노는 진짜 순례를 위한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가짜 순례길에서 우리는 일용할 양식만 챙긴다. 목표를 두지말고 걸을 수 있을 만큼만 걷는다. 모든 것 하나님 섭리에 맡긴다.
모든 환경 비 눈 뜨거운 햇살등 온전히 받아들인다. 그렇지 않고 욕심내거나 무리하면 탈나서 포기한다. 까마노에서 버리지 않을 것 한가지는 예수님으로 항상 예수님을 짊어지고 가야하는 것이다.
힘드는데 까미노에 왜올까? 좋으니까. 왜 좋은지 모르면서도 이 길은 1,500년 동안 수많은 순례자가 걸으면서 생겨난 길로 좋은 기운과 수많은 천사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수많은 기적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고, 인지하든 못하든 인생길도 마찬가지로 우리가 계획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내가 모든 걸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천사들을 보내 도와주신다는 글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