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七言律詩(시○칠언률시)
(276수의 방대한 량이므로 30수씩 10개 명제로 나누어서 올리려 합니다)
칠언률시 276중 1~30수의 30수를 올립니다
1 聞賊兵長驅。作避亂行。
2 乘船九岫浦
3 泊林柄島
4 船上次子平韻
5 戰月島。聞馬嘶有感。
6 到一處遇禮陽
7 夜泊珍海。聞曉鷄有感。
8 賊倭將崔德揚。移載我船。
9 和德揚韻
10 船上示德揚
11 子平等得小艇謀還。恨無棹夫。二首
12 家政覺之。縛置棘屋。二首
13 家政移載倭船。入送日本。
14 到對馬島。遇大風船破。緣崖得生。二首
15 到一處。間烏啼有感。
16 聞犬吠有感
17 平隊島。見牛馬有感。
18 書懷示舍兄
19 書懷示子平,德揚。
20 見雙鳥有感
21 見園中蒜菜有感
22 獨上孤島絶頂。西望痛哭。三首
23 書懷示子平,德揚。三首
24 到三宮島下船。宿倭家。
25 月夜船上。聞遠寺鍾。
26 船行大洋遇狂風
27 除夕到南海道阿坡州
28 戊戌元日。次子平韻。二首
29 崔德揚以癘病死。埋于江上。奠而哀之。
30 彥四郞家。次長延韻。
- - - - - - - - - - - - - - - - - - - - - -
1. 聞賊兵長驅。作避亂行。
箕封千里賊爲家。扶老携童欲向何。仰問蒼天天亦老。出門無路淚如麻。
적병이 몰려온다는 말을 듣고 피난을 떠나면서
기자 봉해 받은 천 리 땅을 적이 차지했으니 / 箕封千里賊爲家
늙은이 부축하고 어린이 손잡고 어디로 가려는가 / 扶老携童欲向何
우러러 하늘에 물어 보니 하늘도 또한 늙었거니 / 仰問蒼天天亦老
문을 나가도 갈 길이 없고 눈물만 삼대 같네 / 出門無路淚如麻
2. 乘船九岫浦
連檣十艘塞江潯。數在蒼天未可諶。狼烟隔水知無奈。始信扁舟抵萬金。
구수포(九峀浦)에서 배를 타다
돛대를 잇댄 열 척 배 강가에 늘어섰는데 / 連檣十艘塞江潯
운수는 하늘에 있으나 살는지 못 믿겠네 / 數在蒼天未可諶
낭연이 물 건너 있건만 어찌할 수 없네 / 狼煙隔水知無奈
비로소 알겠구나 조각배가 만금인 줄 / 始信扁舟抵萬金
3. 泊林柄島
星言掛席向何之。人待南風風北吹。碧海茫茫迷去路。落帆孤島夕陽時。
임병도(林柄島)에 배를 대다
사공은 돛 달았다 말하지만 어디로 향해 갈고 / 星言掛席向何之
사람은 남풍을 기다리는데 바람은 북에서 분다 / 人待南風風北吹
푸른 바다 망망한데 갈 길은 아득해 / 碧海茫茫迷去路
외로운 섬에 돛 내리니 해는 뉘엿뉘엿 / 落帆孤島夕陽時
4. 船上次子平韻
風檣霧枻月中敲。回首人間百計拋。獨夜孤篷滄海外。故山何處甲兵交。
배 위에서 임자평(林子平)의 운을 따라
바람의 돛 안개의 노 달 아래 두드리며 / 風檣霧枻月中敲
머리 돌리니 인간의 모든 계획 다 버린 것을 / 回首人間百計拋
고요한 밤 외로운 배 푸른 바다 밖인데 / 獨夜孤篷滄海外
고향 어느 곳에 싸움이 벌어졌는고 / 故山何處甲兵交
5. 戰月島。聞馬嘶有感。
蜂屯蟻窟壓江堤。江上華騮走且嘶。似向洛陽城畔聽。遠人心緖倍悽悽。
전월도(戰月島)에서 말 우는 소리를 듣고
벌떼인 듯 개미떼인 듯 강 언덕에 모였는데 / 蜂屯蟻窟壓江堤
강 위의 화류 달리며 부르짖네 / 江上華騮走且嘶
마치 낙양성 곁에까지 들릴 것 같아 / 似向洛陽城畔聽
먼 나그네의 심정 배나 구슬프다 / 遠人心緖倍悽悽
6. 到一處遇禮陽
蓬頭隻影彼伊誰。知是幽閨舊侍兒。相逢但問人何處。不忍言來淚却垂。
心摧面改瘦崢嶸。相見惟應識舊聲。北窖腥膻丞相淚。順殿風雨綠荷情。爲言喪亂腸愈裂。欲問存亡語未成。今汝好歸須好在。嗟吾方擬一捐生。
어떤 곳에서 예양(禮陽)을 만나
쑥대머리 외로운 그림자 저 누구인가 / 蓬頭隻影彼伊誰
알겠거니 안방에서 옛날 부리던 아이인 것을 / 知是幽閨舊侍兒
서로 만나 묻는 말 그 사람 어디 있나 / 相逢但問人何處
차마 말 못하고 눈물만 흘리네 / 不忍言來淚却垂
마음 상하고 얼굴 변해 험상궂게 여위어 / 心摧面改瘦崢嶸
서로 만나 알아볼 건 옛날 음성뿐 / 相見惟應識舊聲
북교의 더러운 비린내는 승상의 눈물이요 / 北窖腥膻丞相淚
순전의 바람 비는 푸른 연의 마음이다 / 順殿風雨綠荷情
난리를 이야기하매 오장 더욱 찢어지고 / 爲言喪亂腸愈裂
존망을 물으려다 미처 말을 못 잇네 / 欲問存亡語未成
너는 이제 잘 돌아가 부디 잘 있으라 / 今汝好歸須好在
슬프다 나는 이제 삶을 한번 버리려네 / 嗟吾方擬一捐生
7. 夜泊珍海。聞曉鷄有感。
終宵無夢到天明。啁哳金鷄一兩聲。豈但蹴琨增感慨。雨中偏惱故鄕情。
밤에 진해(珍海)에 자면서 새벽 닭소리를 듣고
밤새껏 잠 못 자 새벽이 되니 / 終宵無夢到天明
꼬끼요 한두 소리 닭들이 운다 / 啁哳金鷄一兩聲
유곤을 깨울 때만 어찌 감개했겠으랴 / 豈但蹴琨增感慨
빗속에 고향 생각 더욱 괴로워 / 雨中偏惱故鄕情
8. 賊倭將崔德揚。移載我船。
潛揮雙淚畏人知。抱得幽冤恨死遲。羨子獨全妻與子。自君同處轉堪悲。
왜적(倭賊)이 최덕양(崔德揚)을 우리 배에 옮겨 태우다
두 줄기 눈물 뿌리며 남이 알까 두려워 / 潛揮雙淚畏人知
깊은 원한 안은 채 더디 죽음 한탄한다 / 抱得幽冤恨死遲
부럽다 그대는 처자 보전했는데 / 羨子獨全妻與子
그대 따라 함께 있음 더욱 못내 슬프네 / 自君同處轉堪悲
9. 和德揚韻
不忍言之不忍聞。六年兵甲血元元。靑楓空帶無窮恨。風樹深悲罔極恩。落日哀懷聞反哺。
長天遙眼望孤雲。應知故國今宵月。苦待離人不揜門。
又
天涯吟病鬢毛鮮。獨倚危檣夜似年。寶瑟聲定瑤匣裏。班衣影斷北堂前。慈烏哀響空林月。
鶴髮孤懷落日天。顧我一生雲一片。六歌吟罷涕漣漣。
不孝餘生愧彼蒼。病纏殘骨遂膏肓。休言一死能忘恨。九地遺魂亦斷腸。
덕양의 운을 따라
차마 말도 못 하겠고 차마 듣지 못하겠네 / 不忍言之不忍聞
육년 전쟁에 원원이 피 흘린 것을 / 六年兵甲血元元
푸른 단풍나무 헛되이 무궁한 한을 띠었고 / 靑楓空帶無窮恨
풍수에 끝없는 은혜를 깊이 슬퍼하네 / 風樹深悲罔極恩
지는 해 까마귀 소리 듣는 마음 슬프고 / 落日哀懷聞反哺
먼 하늘 외로운 구름 바라는 눈이 아득하다 / 長天遙眼望孤雲
아마 고향에서는 오늘 밤 저 달 아래 / 應知故國今宵月
떠난 사람 고대하며 문 닫지 않았으리 / 苦待離人不揜門
또
하늘 끝 병든 몸 귀밑머리 드물고 / 天涯吟病鬢毛鮮
높은 돛대 기대서니 하룻밤이 한 해 / 獨倚危檣夜似年
보배 비파 소리 요갑 속에 고요하고 / 寶瑟聲定瑤匣裏
색동옷 그림자 북당 앞에 끊어졌다 / 斑衣影斷北堂前
쓸쓸한 수풀 달에 어미까마귀 울음 슬프고 / 慈烏哀響空林月
해 저문 하늘에 부모 마음 외로우리 / 鶴髮孤懷落日天
내 일신을 돌아보니 한 조각 구름 / 顧我一生雲一片
육가 읊어 마치매 눈물만 줄줄 / 六歌吟罷涕漣漣
불효한 남은 생 저 하늘이 부끄러운데 / 不孝餘生愧彼蒼
병들어 약한 몸 끝내 고질 되었구나 / 病纏殘骨遂膏肓
죽으면 한 잊는다 말하지 말라 / 休言一死能忘恨
구지의 남은 혼 또한 창자 끊으리 / 九地遺魂亦斷腸
10. 船上示德揚
故鄕歸路雁聲酸。落日孤雲眼幾寒。春盡北堂萱已落。倚閭誰復嘆遲還。
白雲千里是吾鄕。萬死餘生尙未亡。兩子音容森在目。抱飢何處喚爺孃。
배 위에서 덕양에게 보임
고향으로 돌아가는 기러기 소리 고달픈데 / 故鄕歸路雁聲酸
지는 해 외로운 구름에 눈은 얼마나 시었던고 / 落日孤雲眼幾寒
봄 지난 북당 돌아가신 어머님 / 春盡北堂萱已落
뉘 있어 마을문 의지해 더디 옴을 한탄하랴 / 倚閭誰復嘆遲還
흰 구름 천 리 밖 거기 바로 내 고향 / 白雲千里是吾鄕
만번 죽다 남은 삶 아직 죽지 못했다 / 萬死餘生尙未亡
두 아들 음성과 모습 눈 안에 삼삼한데 / 兩子音容森在目
어디서 주린 배 안고 아빠 엄마 부르는고 / 抱飢何處喚爺孃
11. 子平等得小艇謀還。恨無棹夫。二首
望雲千里意茫然。謀得扁舟濟巨川。夜半中流摧短楫。始知生死莫非天。
與君同作異鄕身。萬里風霜共苦辛。豈意天心猶不悔。怒蛟涎上擲靑春。
자평(子平) 등이 조그만 배를 얻어 돌아가기를 꾀하다가 뱃사공 없음을 한하다 2수
구름 천릿길 천 리 마음이 아득 / 望雲千里意茫然
조각배 얻어 타고 큰 강 건너려 하네 / 謀得扁舟濟巨川
한밤 중 중류에 짧은 노 꺾어지니 / 夜半中流摧短楫
죽고 삶 하늘 뜻임 비로소 알았네 / 始知生死莫非天
그대와 함께 타향객 되어 / 與君同作異鄕身
만 리 바람 서리에 고생을 같이한다 / 萬里風霜共苦辛
어찌 뜻했으리 하늘이 아직 가엾이 안 여길 줄을 / 豈意天心猶不悔
성낸 교룡 입에 이 청춘 던지네 / 怒蛟涎上擲靑春
12. 家政覺之。縛置棘屋。二首
燕臺風雪鬢毛蒼。夢裏寒梅一樹香。雁不傳書羝不乳。白雲西望淚沾裳。
身如籠鳥不能飛。九死餘生事事違。竟夜不眠魂耿耿。半輪殘月照圓扉。
가정(家政)이 깨워 극옥(棘屋)에 묶어 가두다 2수
연대 눈 바람에 귀밑머리 세었는데 / 燕臺風雪鬢毛蒼
꿈속에 한 그루 찬 매화가 향기롭다 / 夢裏寒梅一樹香
기러기는 편지 전하지 않고 수양은 젖이 나지 않거니 / 雁不傳書羝不乳
서쪽 하늘 흰 구름 바라보니 눈물이 옷을 적시네 / 白雲西望淚沾裳
몸은 조롱의 새 같아 날지 못하니 / 身如籠鳥不能飛
아홉 번 죽다 살아난 몸 일마다 어긋나네 / 九死餘生事事違
밤새껏 잠 못 들고 정신만 초롱초롱 / 竟夜不眠魂耿耿
아직도 남은 반달 감옥문을 비추네 / 半輪殘月照圓扉
13. 家政移載倭船。入送日本。
驅之乘艇若驅羊。極目滄波萬里長。故鄕從此歸程斷。却望昌原是故鄕。
가정(家政)이 왜선에 옮겨 태워 일본으로 보내다
몰아서 배에 태움 양을 몰 듯 하는데 / 驅之乘艇若驅羊
보이는 건 가이없는 푸른 바다뿐 / 極目滄波萬里長
고향으로 돌아갈 길 이제부턴 끊겼는데 / 故鄕從此歸程斷
바라보면 저 창원이 바로 내 고향인걸 / 却望昌原是故鄕
14. 到對馬島。遇大風船破。緣崖得生。二首
風檣摧却怒濤間。半夜孤蹤海上山。頑喘猶全萬死裏。豈非天意欲生還。
風捲驚湍覆我舟。乃知天意故遲留。滄波一帶分區域。草木江山摠是愁。
대마도에 이르러 대풍을 만나 파선당하고 벼랑에 올라 살아나다 2수
바람 맞은 돛대 성낸 물결에 꺾이어 / 風檣摧却怒濤間
한밤 중에 외로운 자취 바다 위 산에 있다 / 半夜孤蹤海上山
만번 죽는 속에서도 끈질긴 목숨 살았거니 / 頑喘猶全萬死裏
이 어찌 살려 보내려는 하늘 뜻이 아니랴 / 豈非天意欲生還
바람에 놀란 물결 우리 배를 엎었으니 / 風捲驚湍覆我舟
그제야 일부러 지체시키는 하늘 뜻 알겠구나 / 乃知天意故遲留
한 띠 푸른 물결에 구역이 나뉘었으니 / 滄波一帶分區域
강과 산 풀과 나무 이 모두 시름이네 / 草木江山摠是愁
15. 到一處。間烏啼有感。
掩日朝霞鎖碧巒。斷鴉啼了小巖間。逢人每恨鄕音異。喜爾寒聲似舊山。
어떤 곳에 이르러 까마귀 우는 소리 듣고
해 가린 아침 안개 푸른 산을 둘렀는데 / 掩日朝霞鎖碧巒
애끊는 까마귀 조그만 바위 사이에서 우네 / 斷鴉啼了小巖間
만나는 사람마다 다른 말씨가 늘 한스럽더니 / 逢人每恨鄕音異
기쁘다 너 찬 바람 소리 고향서 듣던 것과 같구나 / 喜爾寒聲似舊山
16. 聞犬吠有感
薄暮孤村繫短篷。一厖驚吠水聲中。聞渠添却思鄕恨。戀主微忱物我同。
개 짖는 소리 듣고
해질녘 외로운 마을에 조그만 배를 매니 / 薄暮孤村繫短篷
놀란 삽사리 한 마리 물소리 속에서 짖네 / 一厖驚吠水聲中
네 소리 들으니 고향 생각하는 한 더욱 간절하니 / 聞渠添却思鄕恨
임 그리는 미미한 정성 너와 내가 같구나 / 戀主微忱物我同
17. 平隊島。見牛馬有感。
黃蘆苦竹揜孤村。大麥靑靑滿古原。前溪羣犢後山馬。觸目無非斷我魂。
평대도(平隊島)에서 우마(牛馬)를 보고
누런 갈대와 참대가 외로운 마을을 가렸는데 / 黃蘆苦竹揜孤村
퍼런 보리 옛 언덕에 가득하여라 / 大麥靑靑滿古原
앞 시내의 송아지 떼 뒷산의 말 / 前溪群犢後山馬
눈길 닿는 그 모두가 내 넋을 끊네 / 觸目無非斷我魂
18. 書懷示舍兄
萬里存亡邈不聞。兩兒何處泣單裙。欲將竟夜思鄕淚。憑寄西風灑白雲。
次 舍兄
欲說中情誰肯聞。身無完服且無裙。滄波萬里鄕音斷。回首天西望白雲。
회포를 적어 사형(舍兄)에게 보임
만 리 밖 존망을 아득히 못 듣는데 / 萬里存亡邈不聞
두 아이 어느 곳에 홑옷 입고 울고 있나 / 兩兒何處泣單裙
밤새껏 고향 생각하던 그 눈물 / 欲將竟夜思鄕淚
서풍에 부쳐 흰 구름에 뿌렸으면 / 憑寄西風灑白雲
사형의 원운
속마음 말하려 하나 누가 즐겨 들어 주리 / 欲說中情誰肯聞
몸에는 성한 겉옷과 속옷이 없다 / 身無完服且無裙
푸른 물결 만 리에 고향 소식 끊겼고 / 滄波萬里鄕音斷
머리 돌려 하늘 서쪽 흰 구름을 바라보네 / 回首天西望白雲
19. 書懷示子平,德揚。
落雁雙飛瘴海湄。衆啾羣噪摠含悲。言忠行篤行蠻貊。夫子之言豈我欺。
회포를 적어 자평(子平)과 덕양(德揚)에게 보임
내려앉는 기러기 장해 가에서 쌍쌍이 나는데 / 落雁雙飛瘴海湄
시끄러이 우는 온갖 소리 모두 슬픔 머금었다 / 衆啾群噪摠含悲
언행이 충신하고 독실하면 오랑캐에도 통할 수 있다는 / 言忠行篤行蠻貊
공부자의 그 말씀 어찌 우리를 속이리 / 夫子之言豈我欺
20. 見雙鳥有感
雙飛棲鳥集深枝。雄逐其子母哺雛。可以人而不如鳥。煢煢孤影向何之。
쌍조(雙鳥)를 보고
쌍쌍이 날다 쉬는 새 무성한 가지에 모이어 / 雙飛棲鳥集深枝
수놈은 그 아들 따르고 어미는 새끼에 모이 먹인다 / 雄逐其子母哺雛
사람으로 어찌 저 새보다 못해서 되겠는가 / 可以人而不如鳥
근심스러운 외로운 그림자 어디로 갈고 / 煢煢孤影向何之
21. 見園中蒜菜有感
地偏東海冬猶暖。雪裏園蔬葉葉新。遠慕曾參不食棗。沾衿餘淚又沾巾。
ⓒ 한국고전번역원
채마밭의 마늘을 보고
동해에 치우친 땅이라 겨울에도 따뜻해 / 地偏東海冬猶暖
눈 속에 푸성귀들 잎잎이 새로워라 / 雪裏園蔬葉葉新
대추를 먹지 않는 증삼을 멀리 사모하여 / 遠慕曾參不食棗
옷깃 적셔 남은 눈물 수건을 적시네 / 沾衿餘淚又沾巾
22. 獨上孤島絶頂。西望痛哭。三首
凄涼往事已何及。百計人間一夢驚。碧海無人收怨骨。天涯誰復念吾生。回頭故國雲猶黑。擬枕孤村月獨明。火起胷中燃未盡。萬行哀淚濕寒纓。
외로운 섬의 꼭대기에 혼자 올라 서쪽을 바라보고 통곡하다
처량하다 지나간 일 어찌 다시 말하랴 / 淒涼往事已何及
인간의 온갖 계획 한마당 깬 꿈인걸 / 百計人間一夢驚
넓은 세상엔 원한의 뼈 거두어 줄 이 없거니 / 碧海無人收怨骨
하늘 아래 누가 다시 내 삶을 생각하리 / 天涯誰復念吾生
고국으로 머리 돌리고 구름 아직 어두운데 / 回頭故國雲猶黑
베개에 누웠으니 외로운 마을엔 달만 홀로 밝구나 / 擬枕孤村月獨明
가슴 속에 타는 불 아직 꺼지지 않았으니 / 火起胸中燃未盡
만 줄기 슬픈 눈물 찬 갓끈을 적시네 / 萬行哀淚濕寒纓
23. 書懷示子平,德揚。三首
可憐言笑不能忘。月白西窓恨更長。顏色猶疑樑上見。淸揚宛爾在吾傍。
風鳴蘆葉雨蕭蕭。月黑孤村夜寂寥。暗想音容森在目。怪吾腸火未全消。
月白前宵夢未成。今宵月黑最多情。去夜月明今夜黑。此心安得暫時平。
회포를 적어 자평과 덕양에게 보이다 3수
가련해라 그 말과 웃음 잊을 수 없어 / 可燐言笑不能忘
달 밝은 서창 아래 한이 새삼 길구나 / 月白西窓恨更長
얼굴 모습을 들보 위에 보았나 의심했더니 / 顔色猶疑樑上見
맑은 눈매 완연히 내 곁에 있네 / 淸揚宛爾在吾傍
바람은 갈대잎을 울리며 비는 쓸쓸히 내리고 / 風鳴蘆葉雨蕭蕭
달은 외로운 마을에 어둡고 밤은 고요하여라 / 月黑孤村夜寂寥
음성과 모습 가만히 생각하면 눈에 삼삼한데 / 暗想音容森在目
내 가슴의 불 아주 꺼지지 않는 것 괴상하구나 / 怪吾腸火未全消
지난밤 달 밝아 잠 못 이루었더니 / 月白前宵夢未成
오늘밤 달 어둠이 훨씬 다정쿠나 / 今宵月黑最多情
어젯밤엔 달이 밝고 오늘 밤엔 어두우니 / 去夜月明今夜黑
어찌 이 마음 잠시인들 편하랴 / 此心安得暫時平
24. 到三宮島下船。宿倭家。
夜雨蕭蕭夜色寒。曲肱弓臥淚汍瀾。碧海茫茫消息斷。故山歸路夢中曼。
삼궁도(三宮島)에 이르러 배에서 내려 왜인의 집에서 자다
밤비는 쓸쓸하고 밤빛은 찬데 / 夜雨蕭蕭夜色寒
팔 베고 꼬부리고 누웠으니 눈물만 줄줄 / 曲肱弓臥淚汍瀾
푸른 바다 아득한데 소식이 끊겼으니 / 碧海茫茫消息斷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 꿈속에 멀어라 / 故山歸路夢中曼
25. 月夜船上。聞遠寺鍾。
萬里孤舟片月明。斷峯蕭寺暮鍾鳴。能令遠客增深省。恰似靑龍半夜聲。
달밤 배 위에서 먼 절의 종소리 듣고
만 리 외로운 배에 조각달이 밝은데 / 萬里孤舟片月明
높은 봉우리 쓸쓸한 절엔 저녁종이 울린다 / 斷峯蕭寺暮鐘鳴
먼 나그네로 하여금 더욱 깊이 살피게 하는 / 能令遠客增深省
그 소리 마치 청룡산 밤 종소리와도 같네 / 恰似靑龍半夜聲
26. 船行大洋遇狂風
捲海獰風吹不盡。小舟出沒驚濤間。終然免却蛟龍得。爲感天心興一嘆。
배가 가다가 대양(大洋)에서 광풍을 만나
바다를 말고 오는 사나운 바람 쉼없이 불어 / 捲海獰風吹不盡
작은 배 놀란 물결에 나왔다 빠졌다 하네 / 小舟出沒驚濤閒
마침내 교룡에 먹힘 면했으니 / 終然免却蛟龍得
하늘 마음에 느껴 찬탄을 발하네 / 爲感天心興一嘆
27. 除夕到南海道阿坡州
深羞吉了不歸蠻。更向崖山愧白鷳。半夜東風年律改。鬢毛明日又添斑。
제석(除夕)에 남해도(南海道)의 아파주(阿坡州)에 이르러
갇혀 있는 길료에게도 매우 부끄럽고 / 深羞吉了不歸蠻
훨훨 날던 애산의 백한에게도 부끄럽네 / 更向崖山愧白鷳
한밤 중 동풍에 해가 또 바뀌거니 / 半夜東風年律改
내일이면 살쩍 또 하나 세겠구나 / 鬢毛明日又添斑
28. 戊戌元日。次子平韻。二首
作客殊方歲律催。故山無復護玄臺。孤魂安得蘋蘩饗。鶴髮憑誰笑語開。
舊苑寒烟梅月吐。草堂殘日鷰空來。去年今夕耽歡事。暗想難堪淚滿腮。
무술년 원일(元日)에 자평의 운을 따라 2수
타향의 나그네 되어 세월이 재촉하니 / 作客殊方歲律催
고향엔 현대 보호할 이 아무도 없겠구나 / 故山無復護玄臺
외로운 나그네 어떻게 조촐한 제물인들 얻겠으며 / 孤魂安得蘋蘩饗
부모님은 누구를 의지해 웃으며 이야기하리오 / 鶴髮憑誰笑語開
연하 낀 고향 동산 매화나무엔 달이 걸렸겠고 / 舊苑寒煙梅月吐
초당에 해 기울면 제비만 부질없이 오리 / 草堂殘日鷰空來
지난해 오늘 저녁 즐겁던 일들 / 去年今夕耽歡事
견딜 수 없는 그리움에 눈물 흐르네 / 暮想難堪淚滿腮
29. 崔德揚以癘病死。埋于江上。奠而哀之。
風霜滄海共懷冤。萬里深情過弟昆。痛哭今朝君已逝。異鄕孤抱與誰論。
ⓒ 한국고전번역원
최덕양이 염병으로 죽어 강가에 묻고 제사지내며 슬퍼하다
바람 서리 큰 바다에 함께 원한을 품고 / 風霜滄海共懷寃
만 리 타향 깊은 정 형제보다 더했어라 / 萬里深情遇弟昆
통곡하는 이 아침 그대 이미 죽었으니 / 痛哭今朝君已逝
타향의 외론 회포 누구와 이야기하리 / 異鄕孤抱與誰論
30. 彥四郞家。次長延韻。
片帆千里渡狂瀾。作客天涯歲已闌。傍人豈識吾心事。只在還鄕不在寒。
原韻 倭僧長延
萬里離鄕經幾瀾。只憐被薄到更闌。破船財盡公何恨。日本日溫可耐寒。
언사랑(彥四郞)의 집에서 장연(長延)의 운을 따라
조각 돛으로 천 리의 미친 물결을 건너 / 片帆千里渡狂瀾
하늘 끝의 나그네로 한 해 이미 저물었다 / 作客天涯歲已闌
곁 사람 어찌 내 마음을 알리 / 傍人豈識吾心事
고향 갈 생각뿐 추위는 관계치 않네 / 只在還鄕不在寒
왜승(倭僧) 장연의 원운
만 리의 타향에서 얼마나 파란을 겪었던고 / 萬里離鄕經幾瀾
가여워라 엷은 이불에 이 밤이 길구나 / 只憐被薄到更闌
배 없고 돈 없다고 그대는 걱정 말게나 / 破船財盡公何恨
일본은 기후가 따뜻해 추위 견딜 수 있네 / 日本日溫可耐寒
이상 30수(276중 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