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 이천의 도약을 기대하며
“인도를 준다 해도 세익스피어와 바꾸지 않겠다”는 말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그 당시 세익스피어는 대영제국 건설을 이룩한 엘리자베스 1세의 문화정책을 가장 앞장서서 전파한 위인이었다. 세익스피어의 연극이 공연될 때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었을 뿐만 아니라, 그 속에서 각종 문화와 경제가 발달하면서 세계를 제패하는 대영제국의 터전을 다질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문화가 한 나라의 국력을 키우는데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일화 중에 하나다.
일반적으로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모여 들어야 한다.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경제적이나 문화적인 요인 중에 하나라도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해안도시가 번성할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가 무역이 활성화 되면서 경제적인 욕구가 충족되었기 때문이다. 부산, 구미, 울산 등 경상도 지역이 우리나라의 산업의 메카로 자리잡은 것은 경제개발을 추진하던 당시에 정책적으로 무역정책을 펼치면서 사람들에게 경제적인 욕구를 충족시켜 주면서 타 지역의 인구를 집중적으로 유입할 수 있는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서울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산업화 초기에 수도권 위주의 정책을 펼치면서 경제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요소가 타 지역보다 많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물론 지금은 인구가 집중되면서 집값 상승이나 교통체증으로 인한 기회비용의 증가 등이 문제되면서 균형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인구분산 정책을 강구 중이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행정중심복합도시가 건설되면서 공무원들이 대거 옮겨 갔지만, 아직은 그 지역에 살았을 때 부딪힐 수 있는 경제적인 욕구와 문화적인 욕구를 충족시킬 만한 요인을 갖추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이천은 서울 근거리에 자리 잡아 지리학적으로는 인구유입 요인은 충분했다. 그러나 서울시의 수돗물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상수원보호 구역으로 묶여 공장이나 기업유치에 제약을 받았기 때문에 사람들을 모이게 할 경제적인 욕구를 충족시킬 요소가 부족했다. 그러다 보니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열악할 수밖에 없었다. 문화적인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람들이 많아야 하는데, 특별히 관광지로 개발할 곳도 없어서 사람들을 끌어 들이는 정책을 펼치기에 많은 제약을 받아야 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이천시에서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유치한 것은 정말 축하하고 환영할 일이다. 이천시는 그동안 35만 계획도시를 꿈꿔 왔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이닉스와 같은 대기업의 공장이 몇 개는 더 들어서서 경제적으로 인구유입 욕구를 총족시켜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방법이라, 다른 방법을 강구해 볼 수밖에 없었다. 그 중에 하나가 각종 문화시설을 유치함으로서 수도권에서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인구유입 효과를 이끌어 내고, 그것으로 발생하는 경제적인 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명실공히 35만의 문화도시를 건설하는 초석을 다지는 것이다.
성남-이천-여주 복선전철과 마장·중리택지개발, 이천-충주-문경을 잇는 중부내륙철도 건설 등은 이천이 문화의 도시로 도약하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여주, 충북 음성, 충주, 제천, 경북 문경 등 6개 시·군이 추진하고 있는 중부내륙 자동차전용도로 건설까지 이뤄진다면 이천은 사통팔달 교통의 요지로 한 시간 내로 인근의 사람들을 끌어 들일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게 된다.
따라서 이천에 멀티프렉스 영화관이 들어선다면 그동안 상대적으로 열악한 문화적 환경을 탓하며 분당이나 서울로 원정을 떠났던 지역주민을 붙잡아 두는 효과는 물론이고, 한 시간 권에 속한 인근 지역에 주민들까지 끌어 들이는 효과를 얻어 지역경제활성화에 많은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일을 단지 영화에 관심있는 사람들의 문제로만 보지 말고, 상수원 보호구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많은 제약을 받는 지역경제활성화 방안에 한 방법으로 받아 들여 지역주민들도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아낌없는 지지와 성원을 보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