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완성이 끝났다고 그냥 메일로 보내면 안 된다.
출판사에게도 지켜야 할 예의가 있다.
하루에 출판사에 투고되는 원고가 얼마나 될까?
어느 원고를 보다 더 유심히 살펴볼까?
최근에는 원고를 손으로 직접 쓰는 경우는 거의 없으리라 본다. 컴퓨터라는 무척이나 편리한 장비가 있기 때문이다. 여러분은 원고 작성 시 어떤 워드 프로그램을 사용하시는가? 가장 많이 쓰는 ‘한글’을 비롯해 다양한 워드, 메모장, 워드패드, 글쓰기 프로그램이 있다.
하지만 아직도 아날로그 감성을 활용해 손으로 쓰는 작가들도 있다.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손으로 쓰는 것도 여러 장점이 있다. 하지만 나는 컴퓨터를 사용하시기를 추천한다. 손글씨보다 컴퓨터가 가지는 장점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어떤 도구를 사용해야 할까?
바로 한글이다.
원고 작성의 핵심은 한글 프로그램 사용이다. 어디나 그 바닥의 룰이 있는 법이다. 대부분의 출판사가 한글을 사용하므로 출판업계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 다른 프로그램으로 원고를 작성하여 투고하더라도 편집자는 어차피 한글로 변환해서 검토한다. 그러니 애당초 한글을 사용하는 게 좋다. 단 한글 프로그램이 컴퓨터에 설치되어 있지 않다면 굳이 구입할 필요는 없다. 다른 프로그램을 사용해도 무방하다. 어차피 편집자는 한글로 바꾸어서 검토하니까.
그럼 지금부터 원고 작성법에 대해 우리가 간과하는 네 가지를 알아보자. 첫째는 ‘글쓰기 틀’이다(나는 이걸 ‘글쓰기 뽄’이라 부른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한글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나는 한글 파일에 글을 쓸 때 책 판형과 똑같은 형태로 틀을 만들어서 글을 쓴다. 이게 소위 내가 말하는 ‘글쓰기 뽄’이다. 한쪽에 23줄이 들어가는 뽄을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마치 책을 직접 쓰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분량 조절에도 아주 제격이다. 물론 판형이나 편집, 조판에 따라 조금 바뀔 수 있다. 책 한쪽의 줄 수를 세어보면 보통 적게는 17줄부터 많게는 25줄까지 있다. 소설책이라면 몰라도 일반 단행본은 19줄에서 23줄이 가장 좋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나는 23줄을 주로 쓴다.
얼마 전 한 원고를 23줄 뽄에 320쪽을 써서 출판사에 보냈더니 결국 370쪽짜리 책이 됐다. 출판사에서 한쪽의 줄을 20개로 바꾸어 쪽수가 50쪽이나 늘어나고 만 것이다. 글쓰기 뽄을 17줄로 할지 23줄로 할지는 본인이 직접 테스트를 해보고 편한 걸 이용하면 된다. 다만 원고 분량이 적다면 쪽수를 늘릴 필요가 있으므로 한쪽에 들어가는 줄 수를 적게 할 필요가 있다. 편집의 묘다.
한글 표준 서식에 글자크기 10으로 쓰면 한쪽 작성하기도 힘들다. 이왕이면 목표를 낮게 잡고 수월하게 달성한다는 심정으로 책 쓰기 뽄을 반드시 활용하시기 바란다. 나는 누가 이렇게 하라고 하지도 않았지만 내 개인적인 판단에 의해 이렇게 썼다. 원고를 완성한 후 딱히 편집 할 필요도 없고 분량을 확인하는 데도 편리하며, 출판사에서 검토하기도 편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단, 투고 원고 형식이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므로 내가 어떻게 보내던 간에 출판사 편집자 스타일대로 수정하여 검토한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
둘째는 일관성이다. 원고를 쓸 때는 항상 독자를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독자의 가독성을 염두에 두고 글을 써야 한다. 그래서 일관성이 중요하다. 가령 한 꼭지는 문장 갈무리를 ‘이다’라고 하고, 다른 꼭지는 ‘입니다’라고 하면 어색하므로 어느 쪽이 되었건 하나로 통일시켜야 한다. 그래야 글에 신뢰감이 생긴다. 일관성이 없으면 마치 복사해서 붙여 넣은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원고는 일관성을 생명처럼 생각해야 한다.
글의 일관성을 확보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원고를 쓰는 동안 원고에만 집중하여 단기간에 쓰기를 마쳐야 한다. 그래야 일관성이 확보된다. 다른 약속도 잡지 말고 온전히 글쓰기에 집중해야 한다. 원고를 쓴 후에는 퇴고 때 문체를 통일하거나 양식을 맞춤으로 일관성을 확보할 수도 있다.
셋째는 분량이다. 책 한 권 분량을 채우기 위해서는 적게는 40꼭지, 많게는 60꼭지가 필요하다. 한 꼭지의 쪽수가 5쪽 이상이라면 40꼭지 정도가 적당하지만 5쪽 이하라면 책 분량을 위해 아무래도 꼭지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꼭지가 적으면 쪽수가 안 나오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한 꼭지 당 쪽수가 많이 줄어드는 추세다. 독자의 인내심이 없어서다. 짧은 글이 대세이다. 짧은 글에서 임팩트가 느껴져야 한다. 이런 이유로 나는 대부분의 꼭지를 4쪽에 맞추고 있다. 4쪽이 안 되면 어떻게 해서라도 늘리려고 하고 4쪽이 넘어도 가급적 6쪽 이상은 넘기지 않는다. 꼭지별로 분량이 제각각이면 역시 읽는 독자가 혼란스러워한다. 따라서 꼭지별로 페이지 수를 조절하는 것이 좋다.
꼭지의 상위 목차인 대목차 역시 가급적 분량을 균등하게 조정하면 좋다. 가령 한 대목차는 15꼭지가 있고 다른 대목차는 5꼭지가 있어서는 곤란하다. 대목차 간에 균형이 필요하다. 그래야 보기도 좋고 읽기도 좋다.
넷째는 문체다. 문체가 달라지면 역시 독자들이 혼란스러워한다. 마치 여러 저자가 쓴 것인 양 느껴지게 한다. 이 경우 읽을 때 어려움을 겪는 건 물론이고 글의 신뢰도 또한 떨어지기 마련이다. 마치 논문 몇 편을 묶어 놓은 듯한 이질감은 글의 안정성을 떨어뜨린다.
책은 하나의 작품으로 내용상뿐만 아니라 형식적으로도 균제미가 있어야 한다. 균제미는 일종의 형태감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하나의 주제를 일관성 있게 표현하는 방식이다. 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결정하고 대목차를 잡고 꼭지를 써서 표현하는 일종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게 흔들리면 책 자체가 부실해지고 만다. 그래서 문체의 통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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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원고를 완성하면 하나의 통일된 원고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 표지부터 목차, 서문, 본문의 순서대로 정리한다. 글씨체 통일도 다시 한번 점검하고 한글 프로그램 미리보기를 통해 큰 틀에서 검토한다. 쪽번호도 매겨 최종 분량을 확정한다. 이렇게 하면 하나의 초고가 완성이 된다.
초고가 완성되면 바로 투고할지 몇 번 퇴고를 거칠지 결정해야 한다. 간혹 원고를 투고하고 계약에 이르게 되면 어차피 출판사에서 수정을 할 것이므로 퇴고가 무엇이 필요하냐는 분이 있는데 이는 대단히 잘못된 생각이다. 투고 원고는 최대한 정성을 기울이는 게 맞다. 자꾸 보다 보면 수정 사항이 꾸준히 나온다. 오타는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오타나 수정사항이 많아지면 글 자체의 신뢰감을 떨어뜨리기 마련이다.
나는 퇴고주의자다. 투고 전에 가능한 한 많은 퇴고를 하자는 주의다. 보통 퇴고를 3번 정도 하고 출판사에 투고한다. 퇴고를 하다 보면 비문, 오탈자, 어색한 내용 수정, 논리적 비약이 없는가 등을 꼼꼼히 점검한다. 맞춤법 검색기에 돌려서 맞춤법 오류도 찾아낸다(이래도 오타는 나온다).
내 경험으로는 퇴고할 때 글쓰기 실력이 가장 향상된다. 따라서 퇴고를 다 쓴 원고의 마무리 절차라고만 단순하게 생각하지 말자. 오히려 글쓰기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자. 강원국 작가는 퇴고에 대해 ‘우리가 톨스토이나 헤밍웨이처럼 쓰지 못하는 이유는 그들처럼 수십, 수백 번 고쳐 쓰지 않았기 때문이며, 초고는 그들 역시 우리와 비슷했다’고 이야기한다.
퇴고를 하다 보면 나만이 가진 잘못된 특정 패턴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맞춤법의 경우 별도로 정리해 놓자. 이게 대단히 중요하다. 하나같이 틀리는 패턴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틀리는 곳은 반복해서 틀린다. 이렇게 정리해 놓은 것을 모니터 옆에 붙여놓고 계속 들여다보면 쓰기를 할 때 의식적으로 피하게 된다. 퇴고를 몇 번 하면 이제 더 이상 고칠 때가 없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바로 이때가 투고를 해야 하는 바로 그 시점이다.
투고할 때는 2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원고 파일이고 다른 하나는 출간기획서다. 출간기획서에 대해서는 뒤에서 자세히 이야기할 것이다. 나는 투고 원고에 책 제목(가제)도 붙이고 저자 소개, 목차 등도 실제 책과 똑같이 만들어놓는다. 물론 저자 소개는 출간기획서에서도 담는다.
최근 저자 소개는 과거의 틀에 박힌 형식에서 탈피하여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다분히 감성적으로 변화하는 추세다. 시중에 출간한 베스트셀러 위주로 저자 소개를 유심히 살펴보면 느끼는 바가 있으리라.
출판기획서의 저자 소개는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출판사에 적확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 경력이나 그간 출간한 책의 리스트를 첨부하여 책을 출간할 역량이 충분한 사람이라는 걸 어필할 필요가 있다. 파워 블로거나 파워 유튜버라면 그걸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출판사에서 아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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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는 보통 이메일로 한다. 미리 투고할 출판사 이메일 주소를 확보해야 한다. 나는 주로 내가 쓴 원고와 결을 같이하는 관련 분야 출판사 이메일을 도서관이나 인터넷 서점 도서 미리보기를 이용해 수집했다. 대부분의 책 서지사항에 이메일을 안내하고 있으므로 적절히 활용하면 된다. 조심할 것은 여러 곳에 동시에 메일을 보내려면 개별발송을 해야 한다는 거다. 물론 출판사에서도 여러 군데 보내는 거 정도는 알고 있다. 하지만 개별발송을 통해 타 출판사 이메일까지 굳이 노출할 필요가 있을까? 이건 일종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출판사에 메일을 보내면 ‘우리 출판사는 보내주신 원고를 검토하는 데 2~3주의 시간이 소요됩니다’라는 메일도 오고 ‘잘 접수되었습니다. 검토 후 회신을 드리겠습니다.’라는 메일도 온다. 대형 출판사에서는 ‘우리 출판사는 홈페이지에서 원고 투고 코너를 운영하니 직접 신청해 주십시오’라는 메일도 오고 장르 별로 투고 이메일이 다르니 선택해서 다시 투고하라는 친절한 메일도 온다.
원고가 괜찮다고 생각하면 작은 출판사부터 연락이 오기 시작한다. 대형 출판사는 검토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 중요한 건 출판사마다 생각하는 게 비슷하다는 거다. 투고 후 계약은 아예 안 오던가 복수의 출판사에서 오던가 둘 중 하나다. 편집자라면 누구나 안다. ‘이 원고는 많은 출판사에서 연락이 가겠구나’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