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읽기44/나의 달타냥/김리리/창비/2013
<나의 달타냥>의 구성은 크게 민호의 독백, 달타냥의 독백이 서로 교차되어 얼개를 이룬다. 이 구조는 1인칭 시점으로 민호의 입장에서 달타냥의 입장을 넘나들며 사건을 재구성해간다. 만남(1,2) - 슬픈 눈의 이야기(3, 5, 7, 9, 11, 13, 15, 17, 19)- 달타냥의 이야기(4, 6, 8, 10, 12, 14, 16, 18)가 번갈아 가며 반복된다.
크게는 ‘민호와 달타냥’의 두 축이 서로 얽히면서 두 인물의 성격이 대비되듯 ‘달타냥의 엄마와 민호의 엄마’, ‘달타냥의 형, 태풍과 달타냥의 선생님, 드라큐라’의 대비도 견주어 볼 만하다.
민호는 자신이 없는 위축된 아이다. 달타냥이 슬픈 눈이라고 이름을 지어줄 만큼 외로운 아이다. 그러나 민호는 달타냥을 만나면서 서서히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 자신감을 회복한다. 늘 반복되는 아버지의 폭력 앞에 숨죽이는 모습에서 당당한 모습으로 성장한다. 달타냥도 자신을 닮은 듯한 슬픈 눈의 민호를 보며 나약하고 울기만 하지 않고 폭력에 맞서다가 죽음을 맞는다. 그래서 이 둘의 모습은 닮아 있어 서로 자신의 모습으로 비춘다.
달타냥의 엄마와 민호의 엄마는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둘 다 폭력 앞에서 자식을 위하고 보호하려는 마음은 같지만 그 해결을 위한 선택의 방법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달타냥의 엄마는 비록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폭력에 순응해서 살아가는 민호엄마보다 훨씬 저항적이고 자립적이다. 남편의 폭력에 길들여져 가고 순응해가는 민호엄마의 나약한 삶의 방식이 애처롭기만 하다.
사람에 대한 증오로 뭉쳐진 태풍에 비해 착한(?) 사람을 구별해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한 떠돌이 개, 드라큐라는 타협적인 캐릭터다. 투견으로 키워진 태풍은 철저히 사람을 믿지 않고 증오한다. 동생을 죽인 민호아빠를 공격해서 결국 자신 또한 죽음으로 비극적 종말을 맞는다. 비극적 종말을 맞는 민호 아빠 또한 어쩜 태풍의 또 다른 모습처럼 타인을 증오하는 모습이 닮아 있다. 그러나 투견장에서 태풍에게 공격당하는 부분은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결말을 이미 염두에 두고 맞춘 듯 한 느낌이 든다. 특히 TV방송으로 흘러나오는 민호아빠의 죽음에 대한 설명은 안일한 결말을 위해 지나치게 설명적이다. 오히려 203쪽의 민호의 친구, 정민에게 달타냥의 죽음을 알리는 것으로 끝을 맺는 것이 더 깔끔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뒷부분은 웬지 군더더기같다.
<나의 달타냥>은 가정폭력과 동물학대의 주제를 두 인물의 독백을 교차시켜 씨줄과 날줄처럼 엮어내고 있다. 대물림되는 가정폭력 앞에 무기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서 서서히 자신의 굴레를 과감히 떨쳐내는 민호의 의지는 달타냥과의 교감에서 가능했다. 그러나 정작 엄마와의 소통과 교감을 통해 엄마도 인생의 적극적인 주체로 나아가지 못하고 끝까지 엄마는 객체로서만 머물러 있는 점이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