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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베르의 앵무새 줄리언 반스(1946~ )
작자인 줄리언 반스(1946~ )는 영국 태생으로 옥스퍼드 대학에서 근대 유럽어학을 공부하였다. 프랑스와 영국, 독일 등지에서 메디치상, 페미나상, 셰익스피어상, 오스트리아 국가 대상을 수상했고, 프랑스 정부는 이례적으로 세 차례에 걸쳐 슈발리에 문예훈장, 오피시에 문예훈장, 코망되르 문예훈장을 사훈하기도 했다.
현존하는 영국 작가 중 가장 존경받는 인물 중 한 사람이자, 유럽 문학을 대표하는 거장, 줄리언 반스 .
19세기 사실주위의 대가 플로베르가 한 작품을 쓸 때 영감을 얻었다는 박제 앵무새를 모티브로 플로베르라는 거장을 다루는 평전의 외양을 띠고 있는 소설로 플로베르의 생애와 그의 문학 속에 나타난 사물과 정신을 독자의 입장에서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반스는 이 책으로 큰 호응을 얻어 현대의 중요한 작가로 부상되었다.
1. 플로베르의 앵무새
○ 플로베르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고 있다. 그는 카르멜 광장에서 대성당 쪽으로, 그가 경멸했던 도시, 그리고 그 앙갚음으로 그를 크게 무시해 온 그 도시를 넘어 멀리 남쪽을 응시하고 있다.
루앙에 있는 청동주조 동상.
○ 트루빌에 있는 석상은 위쪽 넓적다리 부분이 손상되어 수선했고, 수염 몇 조각은 이미 떨어져 나갔기 때문에 , 윗입술에 부착된 콘크리트에서는 철사가 나뭇가지처럼 튀어나와 있다.
트루빌에 있는 석상
○ 플로베르에 관한한 지금까지 오랫동안 변하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는 백 년 전쯤 죽었고, 이제까지 그의 것으로 남아 있는 것은 그가 쓴 것뿐이다.
○ 내가 그 동상 이야기부터 시작한 이유는 이 책의 전체 구상을 그곳에서 세웠기 때문이다. 왜 우리는 그 책을 쓴 작가에 대해 무엇인가 알고 싶어 하는 것일까? 왜 우리는 작가를 내버려 두지 않는가? 왜 우리는 이미 쓰인 소설을 읽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는가?
○ 초상, 얼굴, 서명, 93퍼센트의 구리로 만든 동상과 나다르 (프랑스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 그리고 옷자락과 머리카락 등, 무엇이 우리를 유품에 열광하게 하는가? 우리는 언어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한 사람의 인생이 뒤에 남긴 것은, 무엇인가 부족한 것을 보충하는 진실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 나는 크루아세를 뒤로 미루기로 결정하고 루앙에 5일간 머물렀다. 어린 시절의 버릇 때문에 나는 아직도 제일 좋은 것은 맨 마지막까지 건드리지 않는다.
○ 한때 나는 책을 쓰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에겐 아니디어가 많았고, 준비 노트까지 만들었다. 그렇지만 나는 결혼해서 자식이 있는 의사였다.
○ 첫날 나는 루앙의 여기저기를 배회하며 하루를 보냈다. 1944년에 방문했을 때 보았던 곳이 남아있는지 찾아보려고 했다.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은 대성당을 수리하고 있었다.
○ 우리는 과거를 어떻게 포착하는가? 도대체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기는 한 것인가? 내가 의과 대학생이었을 때, 장난꾸러기들이 학기말 댄스파티에서 기름으로 범벅이 된 돼지 새끼 한 마리를 파티 장소에 풀어 놓았다. 돼지는 사람들의 다리 사이를 허우적대며 , 붙잡히지 않으려고 도망치면서 연방 비명을 질렀다. 사람들은 돼지를 잡으려다 넘어지고, 그러는 사이에 꼴이 우스꽝스러워 그 돼지새끼처럼 행동하는 듯하다.
○ 그 다음에 나는 앵무새를 보았다. 밝은 초록빛에, 생기가 도는 눈을 가진 작은 벽감(壁龕)에 앉아 있었다. 머리는 무엇인가를 탐색하는 듯 삐딱했다. 횃대 끝에는 앵무새라는 딱지가 붙어 있었다. <플로베르가 루앙 박물관에서 빌려 왔던 새.[순박한 마음]을 쓰는 동안 책상위에 놓았던 룰루란 이름의 새, 펠리시테의 앵무새로 이야기의 주인공.>※주인공이 시립병원에서 플로베르의 유품과 함께 본 앵무새
○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학생판 [순박한 마음]을 샀다.
○ 펠레시테라는 불쌍하고 교육받지 못한 하녀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녀는 50년을 같은 여주인에게 봉사하며, 아무런 원망도 없이 다른 사람들의 삶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한다. 그녀는 흉포한 약혼자, 주인의 아이들, 조카, 그리고 팔에 암이 걸린 노인을 차례로 섬겼다. 그러나 그들은 무슨 연유인지 그녀에게서 모두 떠난다. 죽거나, 어디론가 떠나서는 무심히 그녀를 잊는다. 이런 삶의 방식에서 종교의 위안이 삶의 외로움을 메우게 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줄어들기만 하는 펠리시테의 사랑의 대상들 가운데서 마지막으로 남는 것은 앵무새 룰루이다. 시간이 흘러 그 새도 죽고 펠리시테는 그것을 박제로 만든다. 그녀는 자신의 곁에 그 사랑스러운 유물을 간직한다. 마침내는 그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게 된다. 그녀의 순박한 마음에 교리상의 혼란이 생기기 시작한다. 전통적으로 비둘기로 대표되는 성령이 앵무새로 된다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논리는 분명하게 그녀 편에 잇다. 앵무새의 성령은 말을 하지만 , 비둘기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소설의 끝 부분에 펠리시테 자신도 죽는다.<그녀의 입술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그녀의 심장 박동은 조금씩 조금씩 느려지고 점점 약해졌다. 물이 말라가는 샘이나 사라져 가는 메아리 같았다. 그녀는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 하늘이 열리고 머리 위에서 커다란 앵무새가 맴도는 것을 보았다고 생각했다>
○ 앵무새는 플로베르식 기괴함이 완벽하게 다듬어진 전형이다.
○ 우리는 이 시점에서 플로베르가 앵무새와 만난 네 번의 경우를 주목 해야 한다. 1830년대 트루빌에서 연례 휴가를 보내는 동안 , 플로베르의 가족은 피에르 바르베라는 퇴역 선장의 집을 정기적으로 방문했다. 우리가 듣기에 그의 집에는 멋진 앵무새가 한 마리 있었다. 1845년 귀스타브가 이탈리아로 가던 도중 앙티브를 지날 때 , 그는 일기에 쓸 정도로 인상 깊었던 병든 잉꼬 한 마리를 보았다. 그 새는 주인의 달구지 흙받이 위에서 조심스럽게 회를 치고 있었다. 저녁 식사 때에는 주인의 방으로 들어와서 벽난로 위에 놓이고는 했다. 플로베르는 주인과 새 사이에 분명히<이상한 사랑>이 있다고 일기에 적었다. 1851년 베네치아를 경유하여 동방 여행에서 돌아올 때 플로베르는 금박을 입힌 새장 속의 앵무새가 베네치아의 대운하에 울릴 정도의 큰 소리로 <어이, 대장, 자, 가자>라고 곤들라 사공을 흉내 내는 소리를 들었다. 1853년 , 그는 또 트루빌에 가 있었다. 약사의 집에 머무르고 있던 그는 <자코 너 점심 먹었니?>.<바람둥이 나의 귀여운 꼬마야>라고 외치는 앵무새 소리에 시달렸다. 그 새는 또한 [좋은 담배를 갖고 있지]라는 노래를 휘파람으로 불기도 했다. 네 마리 중에 어느 놈이, 전반적이든 부분적이든, 룰루에 대한 영감을 플로베르에게 제공했을까?
○ 나는 불과 반마일도 떨어지지 않은 플로베르의 방 벽감에 놓인 앵무새를 생각했다. 애정과 존경심을 일으키는 건방진 새.[순박한 마음]을 끝낸 후 플로베르는 그 새를 어떻게 했을까? 그는 그 새를 벽장 속에 처박아 두고, 또 다른 담요를 찾을 일이 생길 때 까지 그 성가신 존재를 잊고 있었을까? 4년 뒤, 뇌졸중으로 쓰러져 소파위에서 죽어갈 때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그렇다면 그때의 앵무새는 성령의 환영 인사가 아니라, 하나님 말씀과의 작별인사를 뜻하는 것인가?
○<나는 너무나 과도하게 은유를 사용하고자 하는 나의 습성 때문에 시달리고 있다. 이가 꾀어들듯이 비유하는 습성이 나를 잠식하고 있다.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비유하려는 성향을 억누르는데 다 썼다.>
○ 보봐리 부인에서 언어에 대한 그의 슬픈 정의를 상기해 보자. <언어란 갈라진 주전자와 같아서 우리가 그것으로 연주하면 겨우 곰들이나 장단 맞춰 춤을 춘다. 그런대도 우리는 항상 별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를 갈망한다.>
○ 루앙 시에서의 마지막 날, 나는 크루아세로 차를 몰았다. 노르망디의 부드러운 비가 짙은 안개처럼 내리고 있었다. 푸르른 언덕들을 배경으로 센 강변에 있던 벽촌 마을이 이제는 거대한 부두로 변했다. 말뚝 박는 기계 소리가 메아리 치고 , 기중기들이 높이 고개를 들고 있고, 강은 완전히 상업 지역이 되었다. 화물차가 약방의 감초격인<플로베르 바>의 창문을 흔들며 지나갔다.
○나는 안내원에게 어느 쪽이 진짜냐고 물었다. 그녀는 당연히 자신의 앵무새 편이었다. 그리고 자신 있게 시립병원 쪽의 주장을 깎아 내렸다. ※주인공이 크루아세에 남아있는 플루베르의 옛집에서 만난 앵무새
○ 집에 돌아온 뒤에도 두 마리의 앵무새가 나의 마음속에서 계속 푸드덕거렸다. 그중 하나는 사랑스럽고 솔직한 모습을 하고 있었으나 다른 하나는 건방지고 의심에 찬 모습이었다.
2. 연보
○ 1844년 귀스타브는 첫 번째 간질 발작을 일으켜 파리에서의 법학 공부를 포기하고, 크루아세의 새 저택에 은둔하게 된다.
○ 1836년 엘리사 슐레징거와 이루어질 수 없는 집요한 사랑이 시작되다. 이 사랑은 그의 마음을 마비시켜 그 후로 그는 다른 여인을 깊이 사랑할 수 없게 된다. 플로베르는 다음과 같이 회상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마음속에 고귀함의 방을 하나씩 갖고 있다. 나는 그곳에 담을 쌓고 아무도 들어올 수 없게 했다>
○ 1851~57 [보바리 부인]. 그 작품을 쓰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그 책을 쓰는 동안 나는 관절에 납 구슬을 붙이고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책으로 기소당한 것에 그는 경악했다.
○ 1846년 인생은 환기창을 빠져나가는 구역질나는 요리 냄새 같았다.
○ 1846년 나는 깊은 바다 속으로 잠수했다가 파랗게 질린 얼굴에 빈손으로 떠오르는 인내심 많은, 이름 없는 진주 잡이다. 숙명적인 어떤 매력이 나를 사고의 심연으로 끌고 내려간다. 항상 강한 자를 매혹시키는 깊숙한 심연 말이다.
○ 1847년 나는 여러 겹의 껍질 밑에 우유를 숨기고 있는 코코넛과 같다. 그것을 열려면 당신은 도끼가 있어야 한다. 도끼로 깨보면 종종 무엇이 발견되는가? 일종의 시큼한 크림 같은 것이다.
○ 1852년 삶은 왜 이리 끔찍하단 말인가? 삶이란 머리카락이 둥둥 떠다니는 수프와 같다. 그렇지만 여러분은 그 수프를 마셔야 한다.
○ 책이란 아이가 만들어지듯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피라미드처럼 만들어 진다. 오랫동안 심사숙고하여 계획을 세우고, 그런 다음에 커다란 돌덩이를 차곡차곡 쌓는 일이다. 그것은 대단히 힘든 일이며, 땀이 나고, 시간을 잡아먹는 일이다. 그리고 전혀 헛된 일이다! 그저 피라미드처럼 사막가운데 서 잇을 뿐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사막에 우뚝 솟아 있다. 자칼들이 그 밑에 와서 오줌을 깔기고, 부르주아 등산가는 그 꼭대기로 기어오르고, 기타 등등. 이런 식의 비유를 계속해 보라.
○ 1857년 라틴어에 <똥 속에 묻혀 있는 동전을 이빨로 꺼내는 격> 이라는 의미의 글귀가 잇다. 그것은 욕심 많은 삶을 지칭하는 수사적인 비유이다. 나도 그렇다. 나는 금을 찾는 일이라면 닥치는 대로 덤빈다.
나의 마음은 옛날 그대로이지만, 내 감정의 한쪽 면은 날카로워지고 다른 면은 무디어졌다. 너무나 자주 날을 갈아 금이 가고, 쉽게 부러지는 낡은 칼과 같다.
3. 발견한 사람이 임자다
○ 한 사람의 전기를 쓰는 일도 그와 같다. 저인망 그물에 자료들이 가득차면, 전기 작가는 그물을 끌어올려 포획물을 분류하여 도루 놓아 주기도 하고 , 저장했다가 살을 발라내서 팔기도 한다. 그러나 그 물속에 걸리지 않은 자료들을 생각해 보라.
4. 플로베르의 동물 열전
○ 네발달린 짐승에서 독성이 있는 부분으로 알려진 유일한 곳이 바로 곰의 간이다.
○ 플로베르는 <공과 원예가>에 대한 라퐁텐의 우화를 알고 있었음이 분명했다. 옛날에 못생기고 불구인 곰 한 마리가 세상으로부터 숨어 숲 속에 홀로 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곰은 우울해하다가 성질이 사나워졌다 -<실로 이성이란 은자(隱者)에게 오래 머무는 법이 없다>. 그래서 그 곰은 집을 나섰고 한 원예가를 만났다. 이 원예가도 역시 은둔 생활을 계속한 끝에 그와 마찬가지로 친구를 찾고 있었다. 곰은 원예가의 오두막에 살게 되었다. 그 원예가는 바보들과 함께 살 수 없어 은둔자가 되었다. 곰은 하루 종일 거의 세 마디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원예가는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자신의 일을 계속할 수가 있었다. 곰은 사냥을 나가서 둘이 먹을 사냥거리를 잡아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원예가가 잠자리에 들 때 , 곰은 원예가 곁에 앉아 얼굴에 앉으려는 파리들을 쫓아주었다. 어느 날, 파리 한 마리가 원예가의 코끝에 앉아 쫓아도 날아가지 않았다. 곰은 파리 때문에 화가 몹시 났고, 마침내는 커다란 돌을 들어서 파리를 죽이는데 성공했다. 불행하게도 그 과정에서 곰은 원예가의 머리를 박살내고 말았다.
○낙타, 양, 원숭이, 당나귀, 타조, 두 번째 당나귀, 그리고 막심 뒤 캉, 앵무새
○ 앵무새라는 단어는 어원적으로 그 기원을 인간에 두고 있다. 프랑스어 페로케perroquet 는 사람의 이름 피에로Pierrot의 애칭이다. 영어 패럿parrot은 사람의 이름 Pierre에서 유래했다.
○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리니우스는 앵무새가 술에 취하면 지극히 음란하다고 기록했다.
○ 요점을 정리하면 , 우선 첫째로 펠리시테의 앵무새, 룰루가 있다. 다음에는 서로 진짜라고 하는 박제 앵무새 두 마리, 즉 하나는 루앙 시립병원에, 다른 하나는 크루아세에 있다. 그 다음에 세 마리의 살아있는 앵무새, 즉 두 마리는 트루빌에 그리고 한 마리는 베네치아에 잇다. 앙티브에 있는 병든 잉꼬도 여기에 추가된다.
7. 영국 해협을 건너며
○ 고물의 활모양 창문은 물보라로 얼룩져 잇다. 창밖으로 뭉툭한 캡스틴 과 물에 젖은 국수발 같은 밧줄이 보인다.
○ 무엇에 대하여? 누구에 대하여? 나의 마음속에는 세 가지 이야기가 서로 다투고 있다. 하나는 플로베르에 관한 것, 다른 하나는 엘렌에 관한 것, 그리고 나 자신에 관한 것이다. 나의 이야기는 세 가지 이야기 중 가장 단순한 것이다.
○ 책이란 아무리 우리가 그것이 삶이기를 바란다 하더라도 삶 자체는 아니다. 그러나 엘렌의 이야기는 실제 삶의 이야기다. 그래서 나는 엘렌의 이야기 대신 우선 풀로베르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내용 참고: 최근 아내와 사별한 브레이스웨이트는 아내 엘렌의 과거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절망감에서 ‘플로베르 순례’를 떠났던 것이다. 브레이스웨이트의 아내 엘렌은 에마 보바리처럼 간통을 저질렀다. 이 부부는 ‘행복했고 불행했고 충분히 행복했다’. 하지만 자살을 시도한 엘렌의 호흡 보조 장치의 스위치를 누르면서 브레이스웨이트는 이렇게 생각한다. “엘렌. 나의 아내. 죽은 지 100년 되는 어느 외국작가에 대해서 아는 것보다도 더 알지 못한 사람.” ]
○ 그러면 오늘날의 사람들은 플로베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긴 콧수염의 대머리 사내 .<보바리 부인, 그게 납니다.> 라고 말한 크루아세의 은둔자. 부루주아를 두려워했던 부르주아 . 철저한 심미주위자라고 생각하는가?
○ 1853년 트루빌에서 플로베르는 바다위로 떨어지는 태양을 보다가, 붉은 포도 잼으로 만든 커다란 원반 같다고 소리친 적이 있다. 아주 생생한 표현이다. 그러나 1853년 노르망디에 있던 그 붉은 포도잼은 지금과 같은 색깔이었을까?
○ 과거란 멀리 사라져가는 해안선과 같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같은 배에 타고 있다.
○ 플로베르의 초상화나 사진을 보면 그는 대게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그의 시선이 먼 곳을 보기 때문에 당신은 그의 눈과 마주칠 수 없다. 그가 시선을 멀리 두는 또 다른 이유는 당신보다 더 흥미로운 것을 당신의 어깨 너머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일정한 나이가 지나면 사람들은 나이든 당신의 사진 찍는 일을 그만 둔다.
○ 세상은 진보하는가? 아니면 연락선과 같이 그저 왔다 갔다 하고 있는가?
8. 열차 파수꾼의 가이드
○ 크루아세에 있는 플로베르의 집은 센 강 기슭에 위치한 길쭉한 모양의 18세기식 하얀 집이다.
○ 각 층마다 방이 하나밖에 없는 밀집형 가옥인데 , 가끔 볼 수 있는 그런 집이었다(프랑스 사람들은 그런 집을 앵무새의 횟대라고 부른다). 그들 세 사람은 작은 정자의 발코니에 앉아 깊어가는 밤을 지켜보았다고 카롤린은 회상하고 있다. 멀리 강둑을 따라 배를 예인하는 길에서 밧줄을 힘껏 당기고 있는 말의 윤곽을 겨우 알아볼 수 있었다. 가까운 강변에서는 뱀장어 잡이가 옷을 벗어던지고 조심스럽게 철버덕거리며 물속으로 들어가는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플로베르의 아버지는 왜 이 집을 사기 위하여 데빌에 있는 그의 재산을 팔았을까? 알려지기로는 병약한 아들이 처음 간질 발작을 일으켰을 때, 이 집을 그의 휴양지로 삼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 귀스타브가 크루아세에 은둔해서 창작생활을 한 것은 간질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파리와 루앙간의 철도는 영국이 건설했다. 귀스타브와 루이즈가 만나기 3년 전인 1843년 5월 9일 개통되었다. 그리하여 두 사람 모두에게 망트까지 하루 걸리던 여행이 두세 시간정도로 단축 되었다.
○ 플로베르의 어머니는 귀스타브의 갑작스러운 외박에 어떠한 반응을 보였을까? 그는 그녀에게 무슨 말을 했을까? 물론 거짓말을 했다.<어머니가 나를 믿게 할 작은 이야기>를 했다고 뽐내며, 그는 여섯 살 난 소년처럼 으스대면서 망트를 향해 출발했다.
○ <플로베르가 루앙으로 돌아가기 위해 파리를 막 떠나려 할 때, 그녀가 역의 대합실에 들어와 어찌나 비극적인 작별장면을 연출했던지 역무원이 개입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였다. 플로베르는 곤란해서 제발 그러지 말라고 간청했으나, 그녀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 그러나 이것만은 안다. 과거란 때때로 기름칠한 돼지와 같다는 것. 때로는 굴속의 곰이고, 때로는 두 개의 조롱하는 눈빛으로 숲에서 당신들을 쏘아보는 앵무새의 섬광이다.
○기차는 [감정교육]에서만 등장한다.
○ 이때 프레데리크는 이르누 부인을 유혹할 생각으로 기차를 타고 크레유에 간다. 이 여행객이 즐거우면서도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고 플로베르는 서정적인 묘사로 그 여행길을 묘사한다. 푸른 벌판, 작은 무대 장치처럼 획획 지나가는 역들 , 풀밭에서 잠시 춤을 추다가 흩어지는 , 증기기관이 내뿜는 양털 같은 연기. 이 소설에는 기차여행이 여러 번 등장하고 승객들은 매우 행복해 보인다. 적어도 그들 중 어느 누구도 버려진 개처럼 권태로움 때문에 울부짖지는 않는다. <기차 엔진에서 뿜어 나오는 연기가 지평선 위로 펼쳐져 있다. 그것은 한 쪽 끝을 계속 바람에 날리는 거대한 타조의 깃털 같았다.>
○귀스타브는 임종하기 직전에 현기증을 느끼면서도 전혀 놀라는 기색 없이 선 채로 한마디 했다.<일종의 졸도 상태에 빠져 드는 느낌이 든다. 오늘 이렇게 되어서 다행이다. 내일 기차 안에서 이런 일이 알았더라면 대단히 번거로울 뻔 했다>
9. 플로베르 외전(外傳)
○외전은 그들이 지으려다가 그만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은 그들이 꿈꾸며 스케치했던 집들이다. 그것은 투박한 상상의 거리들이다. 그것은 가발 같은 지붕을 한 오두막집들 사이에 아무도 걷지 않았던 오솔길이다. 그것은 당신을 속여 멋진 길로 들어가고 있다고 믿게 하는 그럴듯하지만 막다른 골목일 뿐이다.
○ 상상이란 믿음직한 과일나무처럼 매년 수확되는 것은 아니다. 작가란 수확할 것이 있을 때는 무엇이든지 거두어야 한다. 그러나 때로는 너무 많이, 때로는 너무 적게, 때로는 아무것도 거두지 못한다. 수확이 너무 많은 해에는 시원하고 어두운 다락방 안 얇은 나무 쟁반에 그 수확물들을 담아 놓고, 작가는 수시로 드나들며 안절부절 못한다. 작가가 아래층에서 열심히 작업을 하는 동안 , 맙소사, 위층 다락방에서는 과일 껍질이 쭈글쭈글해지고, 부패되어 반점이 생기고, 갑자기 푹 썩어서 눈송이 같은 곰팡이가 피어난다. 작가가 이를 어찌할 수 있겠는가?
○ 한 인간의 삶이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렇다고 한 인간의 삶에서 성공적으로 숨겨진 것 또한 전부는 아니다. 한 인간의 삶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잇거나 성공적으로 숨겨진, 이제는 믿을 수 없는, 거짓들이 전부는 아니다. 실현되지 못한 것 또한 삶이다.
○ 그는 삶이란 ,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살인을 하든지 아니면 돼지우리 속에서 뒹굴든지 하는 것 중에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돼지 같은 왕이 있는가하면 왕 같은 돼지들도 있고, 왕이 돼지를 부러워할 수도 있으며, 살지 않은 삶이란 것은 이미 살아온 삶의 어느 특정한 괴로운 문제점을 딱 해결할 수 있도록 항상 바뀐다는 사실을 배웠다.
○18세 때 플로베르는 어떤 변덕스러운 바람이 자신을 프랑스로 잘못 옮겨 태어나게 했다고 생각한다. 자신은 베트남의 황제로 태어나 36패덤(약70미터)이나 되는 긴 파이프로 담배를 피우고, 6천명의 아내와 1천 4백 명의 어여쁜 동자를 거느리고 살 운명이었지만, 기상이변으로 프랑스에 와서 만족을 모르는 욕망과 지독한 권태와 몰아치는 하품만 남게 되었다고 단언한다.
10. 기소
○ 우리로 하여금 어떤 것의 가장 나쁜 면을 알고 싶도록 만드는 것은 어떤 것인가? 가장 좋은 면을 알고자 하는 것에 우리가 지쳐 잇ㄱ때문인가? 호기심은 언제나 이기심을 뛰어넘기 때문인가? 아니면 좀 더 단순하게 말해 가장 나쁜 면을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사랑이 도착된 호기심에 빠져들기 때문인가?
○ 인간이란 존재는 어쩔 수 없이 타락했다는 것, 삶이란 실로 저능아의 머릿속ㅇ네 자리 잡고 있는 번지르르한 악몽일 뿐이라는 사실에 대한 어떤 결정적인 증거를 찾고 있는 것일까? 나는 엘렌을 사랑했다. 그래도 나는 그녀의 나쁜 면을 알고 싶었다. 나는 결코 그녀가 화나도록 하지는 않았다. 나의 습관이 그러하듯, 신중하고 수동적인 태도를 취했다. 나는 질문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는 그녀의 나쁜 면을 알고 싶었다. 엘렌은 나에 대해 이러한 호기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나를 좋아했다 - 그녀는 내가 아주 착한 사람이라고 무조건적으로 믿고 있었다. 그것이 우리 두 사람이 다른 점이다.
○모든 것을 알려는 것이야말로 사랑의 표시라고 나는 단언한다. 책들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다. 당신이 어떤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데 그 작가의 작품을 만족스럽게 읽어가다가 방해를 받아도 신경 쓰지 않는다면 , 그렇다면 당신은 그 작가를 그저 단순하게 좋아하는 것이다. . ○당신은 역시 나쁜 면도 알고 싶어 한다.
○ 그래, 어서 기소장을 낭독하라.
1) 그는 인류를 증오했다. 그의 애정은 항상 특정인에게만 주어졌다. 그에게 다가오는 모든 사람에게 애정을 주지는 않았다. ~~~<나는 마음 깊은 곳에서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중 몇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것을 확신할 수밖에 없다.> 2)그는 민주중의를 싫어했다. <민주주의도 노예제도난 봉건제 또는 군주제와 마찬가지로 인류의 마지막 정치 체제는 아니다.> 3) 그는 진보를 믿지 않았다. 4) 그는 정치에 충분한 관심을 갖지 않았다. 5) 그는 코뮌에 반대했다. 6) 그는 애국자가 아니었다. 7) 그는 사막에서 야생동물을 사냥했다. 8. 그는 일상적인 삶을 겪지 않았다. 8a) 그는 상아탑에서 살려고 했다 <나는 항상 상아탑에서 살려고 노력했지만 , 주기적으로 밀려오는 똥이 탑의 벽을 치며 무너뜨리려고 했다.> 9) 그는 염세주의자였다. <대중은 자신들의 환상에 아첨하는 작품들을 원한다. 10) 그는 긍정적 덕목을 가르치지 않는다. 11) 그는 가학증 환자였다 11a) 그의 책에는 많은 동물들이 도살된다. 12) 그는 여성들에게 잔인했다 13) 그는 아름다움을 믿었다 14) 그는 문체에 미쳐 있었다. 15) 예술이 사회적인 목적을 지녔다고 그는 믿지 않았다.
11. 루이즈 콜레의 이야기
○ 자, 내 이야기를 들어 보세요. 꼭 들려 드리고 싶어요.
○ 그는 제게 행복의 비밀은 먼저 행복해하는 것이라고 말했어요.
○ 그는 나에게 가슴으로 쓰지 말고 , 머리로 글을 쓰리고 말했어요. 빗질을 많이 해야 머리카락이 윤기가 나듯 문체도 똑같다고 말했어요. 작품 속에 자신을 쑤셔 넣지 말고, 사물들을 시화(詩化)하지 말라고 (나는 시인인데) 그는 말했어요. 그는 내가 예술에 대한 사랑은 가지고 있지만, 예술에 대한 신앙은 없다고 말했어요.
○ 그 작가가 특출하면 할수록 이 허영심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요. 그들은 모든 사람들이 그들처럼 써야 한다고 믿고 있어요. 물론, 그들만큼 잘 쓰라는 게 아니고, 그들과 같은 방식으로 쓰라는 거예요.
13. 순수한 이야기
○나는 그녀를 사랑했다. 우리는 행복했다. 이제 나는 그녀가 그립다. 그녀는 나를 살아하지 않았다. 우리는 불행했다. 이제 나는 그녀가 그립다. 명복을 비는 기도의 선택에도 제한이 있다. 그저 정해진 기도문의 음절들을 재잘거릴 뿐이다.
○기차가 굴속을 빠져나와 태양이 빛나는 초원 지대를 지나 빠르게 덜컹거리며 영국 해협으로 내려가듯 그렇게 슬픔이 빠져나오는 것은 아니다. 갈매기가 기름투성이 물속에서 빠져나오듯 당신은 슬픔에서 빠져나온다.
○요사이 나는 엘렌을 기억할 때면 1853년 루앙에 세차게 내렸던 우박을 생각하려고 애쓴다.
○ 그녀는 1920년에 태어나 , 1940년에 결혼하고 , 1942년과 1946년에 아이를 낳고 , 1975년에 죽었다. 이야기를 다시 시작하겠다. 몸집이 작은 사람들은 깔끔하다고 한다. 그렇지 않은가? 하지만 엘렌은 그렇지 않았다. 그녀의 키는 5피트가 조금 넘었지만 동작은 어색했다. 그녀는 곧잘 물건에 걸려 넘어지고는 했다. 그녀는 쉽게 멍이 들었으나 그것을 깨닫지 못했다.
○플로베르는 스물네 살 때, <나는 이미 성숙하고 말았다. 때가 되기도 전에 성숙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온실에서 자랐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 왜 우리는 항상 다른 모든 사람에게도 사랑의 개념이 똑같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 옛사랑이란 석판 기념비를 지키고 있는 녹 슨 탱크와 같은 것이다. 전에 여기에서 무엇인가 해방되었다는 기념비. 옛사랑은 11월 바닷가에 늘어선 벙커들과 같다.
○ 나는 200마일 떨어진 곳에 있는 아내를 생각하고는 얼굴을 붉혔다. 그녀는 여러 남자가 자신에 관하여 탐욕스러운 농담을 지껄이는 그런 곳을 들른 적은 없었을까?
○ 그녀는 성실한 여자여서 , 자신의 비밀생활에 대해서만 거짓말을 했다. 그것에 대해서는 충동적으로, 무모하게 그리고 내가 당황스러워 할 정도로 거짓을 말했지만 , 그 밖의 다른 것에 대해서는 진실을 말했다.
○ <가장 고통스러운 일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지 못하는 것이고 , 다음으로 고통스러운 것은 살아하지 않는 사람과 함께 사는 것이다>―1847년 편지
○ 그녀는 쉽게 웃고, 쉽게 멍들었으며, 모든 일에 저돌적이었다.
○우리 두 사람은 그녀의 비밀 생활에 대해서는 결코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상상으로 사실에 접근해야겠다. 엘렌에게 자포자기 하는 심정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쉰 살쯤부터였다.
○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신의 중요성을 더욱 확신하는 사람들도 있다. 반면에 확신이 줄어드는 사람들도 있다. 나의 삶은 도대체 의미가 있는가? 나의 평범한 삶은 나보다 약간 비범한 사람들의 삶이 이미 결산하고 , 흡수해 버려서, 의미 없는 삶이 되어버리지는 않았는가? 우리보다 더 재미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런 점에서 삶이란 독서와 약간 비슷하다. 전에 내가 말했듯이 어떤 책에 대한 당신의 반응이 전문 비평가에 의해 이미 되풀이 되고 확장된 것이라면 , 당신의 독서는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러나 그것은 당신의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당신은 왜 사는가? 그 삶이 당신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대답에 점점 자신을 갖지 못하게 되면 어떻게 하겠는가?
○ <어리석음과 이기심과 건강은 행복의 세 가지 요구 조건이다 - 그러나 어리석음이 없다면 나머지는 소용이 없다.>
○젖은 나무를 켜는 톱 소리 같이 씩씩거리는 숨소리가 밤새 계속된다.
○ 엘렌은 튜브를 그의 목에 하나, 그리고 붕대를 두른 팔목에 하나 끼고 누워 있다.
○ 나는 엘렌을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타락하지 않았다. 여기에 순수한 이야기가 있다. 나는 그녀의 스위치를 껐다. 그들이 대신 꺼주기를 원하는지 내게 물었다. 하지만 그녀는 내가 하기를 원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우리 s의 하지 않았다. 그것은 복잡한 일이 아니다. 호흡 보조 장치의 스위치를 누르면 , 심전도의 마지막 흔적이 사라진다. 일직선으로 끝나는 마지막 작별 표시가 나온다. 나는 튜브에서 플러그를 빼고 , 손과 발을 가지런히 한다. 환자에게 너무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그것을 서둘러 한다.
○엘렌 나의 아내, 죽은 지 백년이 되는 어느 외국 작가에 대해서 이해한 것보다도 더 이해하지 못한 사람 .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이상한 것인가, 정상인가? 책은 그녀가 이러저러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삶은 그녀가 한 행동만 말한다. 책은 일어난 일을 설명해 주는 곳이고 , 삶은 설명이 없는 곳이다. 삶보다 책을 더 좋아하는 사람 이 있는 것에 대해 나는 놀라지 않는다. 책은 삶을 의미 있게 한다. 유일한 문제는 책이 의미를 부여하는 삶은 당신 자신의 삶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삶이라는 점이다.
○행동에 참여하지 마라 . 행복은 상상 속에 있는 것이지, 행동에 있는 것이 아니다. 쾌락은 처음에는 기대 속에서 발견되고 , 나중에는 기억 속에 남는다.
○ 연인들이란 하나의 영혼에 두 개의 몸을 가진 삼쌍둥이와 같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먼저 죽으면 살아남은 자는 시체를 끌고 다녀야 한다.
15. 그리고 앵무새
○ 그리고 앵무새는 ? 박제된 앵무새의 문제를 푸는데 거의 2년이 걸렸다. 맨 처음 루앙에 다녀와서 썼던 편지들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됐다.
○ 1876년 7월 28일. 플로베르가 브렌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는 <3주가 넘게 내 책상 위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 아십니까? 박제된 앵무새 한 마리, 그것이 거기 앉아서 보초를 서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짜증이 나기 시작해요. 그러나 내가 계속 그곳에 놔두는 것은 내 머릿속을 앵무새의 속성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나는 어느 노처녀와 앵무새의 사랑 이야기를 쓰고 있으니까요> 라고 쓰여 있었다.
○글쎄요, 기억해야할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플로베르가 예술가라는 겁니다. 그는 상상력이 풍부한 작가입니다. 그는 리듬을 위하여 사실을 변경할 수도 있습니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앵무새를 빌렸기 때문에 , 그것과 똑같이 묘사해야 합니까? 더 멋져 보이면, 색깔을 완전히 바꿔 버릴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둘째로 그는 소설을 쓰고 나서 , 앵무새를 자연사 박물관에 돌려주었습니다. 그것은 1876년 이었습니다. 크루아세 기념관이 세워진 것은 그 후 30년이 지나서입니다. 박제된 동물들은 종벌레가 생깁니다. 못쓰게 되고 말지요. 펠리시테의 앵무새도 결국, 그렇게 되지 않았겠습니까? 속에 채워 넣었던 것이 빠져나왔겠지요.
[픽션의 장르를 새로이 열며] -신재길-
1. 카멜레온 소설가
○쥴리언 반스(1946~)는 현대 영국 소설계를 주도하고 있는 중견 작가 중 한 사람이다. 플로베르의 앵무새(1984)는 그를 포스트모던 소설가로 드러나게 한 출세작이다.
○그러나 이러한 장르 소설을 쓰는 것이 그의 색깔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 자신의 이름 대신 댄 캐버너라는 필명을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색깔을 감추었다.
○각각의 이야기가 서로 다르고 불연속적이어서 소설이라기보다는 단편이나 에세이를 느슨하게 묶어놓은 콜라주라는 인상을 준다.
○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의 젊은 지성 117인이 권하는 스무 살이 되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의 하나로 선정된 책이다.
○ 이 책은 반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에 기초하고 있으면서도 지극히 상상적이고 기괴한 작품이다. ~~~그는 결코 플로베르를 미화시키거나 신화적 인물로 부각시키지 않고 그의 인간적 약점까지도 서슴지 않고 제시한다. 플로베르에 대한 초상은 독자에 따라 서로 다르게 그려질 것이다. ~ 문학적 상상력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좋은 문학수업이 될 것이다.
○ 이 책은 과거는 본질적으로 포착할 수 없는 것이라는 브레이스웨이터의 주장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기름으로 범벅이 된 돼지 새끼>처럼 과거는 잡으려면 빠져나가고 , 잡으려고 덤벼드는 사람만 우스꽝스러운 꼴이 되고 만다는 것이 앵무새의 확인 노력, 플로베르의 전기에 대한 패러디, 브레이스 웨이트 자신의 결혼 생활 등을 통해 다다르는 지혜이다.
○ 정보 자체의 경계선이 애매해 픽션과 사실을 구별하기 어렵다.
○ 이 책은 매우 독창적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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