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anta rhei school, photo by Marcus Fairs
학교와 시가 만나는 자리, 상상력과 자유가 있네
독일의 실내건축회사 i29의 'Panta Rhei school' 학교 디자인 보기
블랙과 화이트의 단순성과 명확성 시(poetry)적인 생략과 드러냄을 통한 경쾌한 상상력
관리와 통제의 패러다임 뛰어넘는 과감한 시도 돋보여
독일의 실내 건축가 회사인 i29가 시(poetry)를 디자인의 소재로 활용한 네덜란드의 암스텔빈에 위치한 학교 디자인을 완성했다.

panta rhei school, photo by marcus Fairs
시가 가진 특성이란 언어의 단순성과 함축성, 그리고 선명한 이미지등이 있다. 그것은 소설처럼 길게 이어지지 않고 짧고 함축적인 몇 마디의 말로서 세상의 모든 것을 표현하고 의미화하고자 하는 문학적 욕망의 표현이다. 학교라는 공간 자체는 시 보다는 아이들의 수다와 낙서이거나 혹은 소설에 가까울테지만, i29는 과감한 생략과 표현으로 '시'의 외면화에 일정부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i29는 네덜란드 시인인 에릭얀 아르멘의 시를 통해 벽과 바닥이 '글자들의 카펫'으로 이루어진 공간을 창조해 냈다. 그것은 단순히 벽과 바닥에 시를 적어 놓은 수준이 아니라, 건물의 내부 자체를 시적으로 꾸미는 작업인 것이다.

panta rhei school, photo by marcus Fairs
아르멘은 그의 학생들과 함께 그들의 학교 생활을 반영하는시적 주제 - 즉 불안이나 혹은 친구의 엉덩이와 같은 사소한 것에 이르기까지 - 에 대해 작업해 왔다. 그는 그러한 주제를 가지고 있는 시는 학교의 바닥과 벽면을 장식할만한 자격과 이유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panta rhei school, photo by marcus Fairs

panta rhei school, photo by marcus Fairs
i29는 학교 이름에서 디자인의 영감을 받았다. 판타 라이 라는 말은 '움직이는 모든 것', '움직이는 만물' 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추상적이고 시적인 학교 이름은 그 자체로 학생들을 위한 디자인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학생들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늘 움직인다. 그들은 늘 자라고 변화한다. 학교는 그들을 위해 고정되어 있지 않고, 늘 변화할 것을 요구 받는다.
오늘날 우리의 학교는 계속 변화하는 학생들에 비해 턱없이 움직이지 않는 조직이다. 우리의 학교가 19세기 모더니즘에 완고하게 고착되어 있는 것을 생각해 보면, 학교 디자인은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이다.

panta rhei school, photo by marcus Fairs
학교 바닥이나 벽에 쓰여진 시는 학생들에게 자유로운 영감과 상상력을 제공한다. 그것은 그 자체로 학생들의 시선을 붙잡는 텍스트 카펫이면서 학교 실내 디자인의 정체성을 확립한다. 학교 디자인은 단순히 건물의 내부를 꾸민다는 의미보다는 지금보다 더 미래를 살아가야 하는 학생들을 위한 곳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오늘날 우리의 학교 디자인은, 물론 많은 변화가 있긴 하지만, 아직 상상력이나 영감보다는 관리와 통제로서의 의미를 더욱 크게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관리와 통제는 억압의 상징일지언정 자유와 영감의 상징은 아니다.

panta rhei school, photo by marcus Fairs
우리의 학교가 상징하는 것은 곧 우리의 사회라고 할 수 있다. 디자인은 이렇듯, 그 사회가 가진 지향과 모순을 그대로 드러낸다. 우리는 이러한 디자인의 학교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입시와 사교육 등, 교육 문제에 있어서 세계적인 '특이현상'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아직 요원해 보이기만 하다. 어떠한 디자인의 건물이 들어서지 않는 것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판타 라이 스쿨의 새 학교 디자인 자체 역시 그렇게 탁월하다거나 대단하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그 시도와 이러한 학교 디자인을 수용 혹은 허용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엿볼 수는 있다.
사진만 보아서는 재단의 지원이 좋은 사립학교 같지만 판타 라이 school은 공립학교이다. 다시 말하지만 디자인은 그 사회의 모순과 지향, 그 자체인 것이다.
mbn art & design center 유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