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세입자협회 칼럼 21]
월세 세입자의 ‘많은 월세’와 빚내서 집을 구입하는 전세 세입자의 ‘대출’에 의해 유지되는 주택가격과 내수경제
전국세입자협회 운영위원 박동수
지난 1월의 가계부채 증가가 대폭 늘어났는데, 그 원인은 전세 폭등으로 ‘깡통전세’를 우려한 전세 세입자들이 주택을 매입한 것 때문이었다.
지금은 구조적으로 정부와 정치권이 전세 세입자들을 향해 ‘빚을 얻어 집을 구입 할 것인가?, 아니면 높은 월세로 살 것인가?’ 양자택일을 강요하고 있다.
작년 말, 주거안정을 위해 세입자들과 주거 시민단체들이 주장해온, ‘전월세 상한제’, ‘2년 임대차계약기간의 계약 갱신 청구권’을 정치권이 도입했다면, 전세가격이 지금처럼 폭등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부동산 경기부양에 초점을 맞추면서 주거안정을 포기하였다. 주거안정의 포기와 부동산경기부양은 단순히 전세가 폭등에만 끝나지 않는다. 전세가 폭등으로 인해 주택청약신청하거나 기존 주택을 매입하면서 발생한 젊은 전세 세입자들의 ‘주택담보대출’의 부채문제 또한 앞으로 만약에 금리가 높아지면 ‘가계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다.
현재 인구 증가속도 둔화, 실질소득 정체 등으로 주택가격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그러면 어떤 동력으로 주택가격의 하락을 방지하고 주택가격을 현상유지 시킬 것인가?
그것은 높은 전세가율과 수익률 밖에 없다. 매매가와 비슷한 전세가격 그리고 보증금을 적게 받고, 많은 월세를 받는 것뿐이다.
그래서 앞으로 세입자들의 항상적인 ‘주거불안정’을 가져오는 핵심은 ‘소득 대비 부담스러운 월세’가 될 것이다.
저금리로 전세가 줄어들고, 기존 전세금에 일부 월세를 얻는 ‘반 전세(보증부 월세)’가 현재 집을 구하지 않는 전세 세입자들의 선택지이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최대한 보증금을 적게 받고 월세를 최대한 많이 받는 전면적인 월세가 전면화 될 것이다.
현재 젊은이들이 거주하는 오피스텔이나 원룸은 서울 역세권의 경우 보증금 500만~1천만/월세 50만~80만원 안팎으로 임대사업자들의 월세 투자처가 된지 오래이다.
서민들이 사는 투룸 이상에도 이미 전면화 되었다.
연립이나 다가구 투룸인 경우 강북은 보증금 1천만/월세 30만원~50만원 안팎, 서울 강남인 경우는 보증금 2천/월세 80만원~110만원 대에 형성되었다.
이렇게 보증금을 적게 받고, 월세를 많이 받는 ‘월세제도’가 앞으로 아파트에도 전면화 될 것이다. 현재 전세에서 ‘보증부 월세’로 바뀌는 아파트도 후에 월세로 전환될 것이다.
{예- 아파트 25평형 전세 2억5천만원(기존) - 반 전세(보증부 월세) 보증금2억5천/월 30만(현재) - 월세 2천만 /월 110만원 (미래)}
위의 예처럼 몇 년 전에는 전세로만 거주하면서 월세를 한푼도 내지 않던 세입자들이, 월세로 100만원 이상을 추가로 내는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결국 정부나 정치권은 현재의 전세가 폭등을 방치하여, 거의 전세가율 90%대 안팎까지 이르게 한 후, 그 과정에 전세 세입자들로 하여금 ‘빚내서 주택구입’을 강요하여, 주택가격의 하락을 막고, 주택거래를 통해 내수경제의 혈맥인 돈을 흐르게 하고, 신규주택의 분양을 성공시켜 건설경기를 유지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계획을 성공시키고 이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세입자들이 계속 앞으로 많은 월세를 부담해야 가능하다. 소위 주거에서 가장 약자인 세입자들의 월세를 투자수익으로 유지되는 시스템인 것이다.
현재 정부의 거시경제와 주택정책은 월세 세입자들의 ‘소득대비 부담스러운 월세’와 주택 구입에 나선 전세 세입자들의 위험스러운 ‘빚(대출)’을 희생양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세입자들이 경제적 여유가 많아 이렇게 많은 월세를 계속 낼 능력이 있다면, 상대적으로 문제가 될 것은 없다.
그런데 월세 세입자들은, 소득이 없는 학생이거나 취업 준비생, 고용이 불안하면서 저임금인 여성과 비정규직 노동자, 가게 월세 내기도 어려운 영세 자영업자, 노인 빈곤률 48%에 이른 노년층이다. 그리고 중산층이라고 할 수 있는 정규직이나 전문직 종사자도 많은 사교육비로 인해 경제적인 부담이 적지 않은데, 많은 월세를 기꺼이 감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입자들의 가계소득이 늘지 않고 서는 항상적으로 지속 유지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세입자들의 가계소득이 증대하지 않는 상황에서, 세입자의 주거안정에 대한 제도적 틀을 마련하지 않고, 세입자에 대한 어떤 고려도 없이 ‘높은 전세가율과 월세화’를 밀어부치고 있다.
세입자의 가계소득증대를 동반하지 않는 전면적인 월세화는 결국 세입자 입장에서는 가계소득을 ‘약탈’당하는 것이고, 이는 세입자들의 강한 저항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다음 칼럼에서는 ‘전면적인 월세화’ 에 대응하여 세입자의 주거비부담을 줄이는 정책에 대해 고민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