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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GA(한국프로골프협회) 코리안 투어가 23일 개막한다. 경기 포천 몽베르 골프장에서 열리는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이다. 여자투어는 지난 9일 제주도에서 시작됐는데 남자는 2주 늦었다. 늦게나마 봄이 온 것 같지만 봄은 아니다. 이번 대회 후 대부분 선수들은 50일 가량 쉬어야 한다. 동부 프로미 오픈은 순수 코리안 투어로는 올 봄 유일한 대회이기 때문이다.5월 SK텔레콤 오픈이 있긴 한데 원아시아 투어와 공동 주관 대회다. 한국 투어 몫은 70명이다. 일반 선수들은 나가지 못한다. 반면 여자 투어는 호황이다. 올 봄 순수 국내 여자대회는 8개에 상금은 45억원이다. 같은 기간 순수 국내 남자 대회 상금은 4억원이다. 올해 순수 국내 대회만 보면 남자는 12개에 상금 67억원이다. 그 중 2개는 확정된 것이 아니다. 아직 스폰서를 구하지 못했다. 이를 제외하면 57억원이다. 여자 대회는 순수 국내 대회 상금이 184억원이다.여자의 약 30% 수준이다. 박호윤 KPGA 사무국장은 “묘안이 없다. 스타를 공장에서 찍어낼 수 없다. 꾸준히 노력하고 있지만 갑자기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박 국장은 또 “여자는 국제경쟁력이 좋고 신체 특성상 세대교체가 빨라 남자 선수들에 비해 참신한 선수들이 많이 나온다. 남자는 대회 수가 적어 다승자가 나오기가 어렵고 군대 문제 등 복합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 스포츠의 인기는 국제경쟁력과 관련이 크다. 한국인들은 세계 최고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가진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의 박찬호,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박지성이 뛸 때 전 국민이 열광했다.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의 한국 선수들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남자 골프가 상대적으로 더 낮아 보이기도 한다. 스포츠는 스타다. 한국 남자 프로골프에서 2007년 김경태(29·신한금융그룹), 배상문(29), 김대현(27) 이후 젊은 스타가 나오지 않았다. 박원 JTBC 해설위원은 “운동선수 지망 어린이 중 여자는 골프가 1순위인데 남자는 야구나 축구가 먼저다. 또 남자 골프에서는 박찬호, 박지성, 박세리 같은 세계 최고의 슈퍼스타가 없었다”고 말했다. 최경주나 양용은이 뛰어난 활약을 하긴 했지만 남자 골퍼들은 전반적으로 어린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 학부모에게는 자식이 그 스포츠를 통해 안정되게 살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주지 못했다.새로운 스타는 자연적으로 나오기도 하지만 만들어지기도 한다. 허인회(28.상무)나 이창우(22), 김민수(25.군입대) 등 스타성을 얼핏 보여주는 선수들이 나오긴 했다. 그러나 빛을 보지는 못했다. KPGA가 스타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들이 있다. “협회는 선수 경쟁력이 약하다고 불평하는데 먼저 협회 경쟁력을 돌아봐야 한다. 코리안 투어 홈페이지만 봐도 선수 자료 하나 보기도 상당히 불편하다. 소비자가 아니라 공급자 위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 같다.”21일 코리안 투어의 홈페이지에는 동부화재 오픈 지난해 우승자 등에 대한 내용도 있지만 프로 테스트, 선수 세미나 등 팬이 아니라 선수를 위한 내용들도 많았다. 협회는 이권 다툼 등으로 여러 차례 내분을 겪었다. 협회 직원들이 소신 있게 행동하면서 이른바 접시를 깨기 어렵다. 선수를 후원하는 한 용품사 직원은 “KPGA 직원은 보신주의에 빠진 것 같다”고 했다. 골프의 골품제 비슷한 ‘시드선수 제도’가 문제라는 얘기도 나온다. 시드선수는 KPGA의 경우 상금랭킹 60위 이내 선수들로 모든 대회에 모두 나갈 수 있는 일종의 귀족이다. 신인을 포함한 일반 선수들은 상금이 작은 대회에만 나갈 수 있다. 국내 투어가 축소되면서 신인들이 나갈 수 있는 대회가 점점 줄었다. 불공정경쟁이 더 심해진 것이다. 시드선수인 김태훈(30·JDX)은 “상금이 많은 대회에 계속 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시드 선수가 밖으로 밀려나는 일이 별로 없고, 반대로 신인들이 시드 선수가 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신분 이동의 사다리가 거의 사라진 것이다. 투어의 역동성은 작고 매년 그 밥에 그 나물이다. 국내 투어에 신인 스타가 잘 안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프로님’이라고 생각하는 선수들이 있다고 팬들이 여기는 것이다. 프로암 등에 참가한 사람들은 "남자 선수들은 자신이 프로라고 거만하게 행동하는 것 같다"고 지적한다. JTBC 골프의 코리언 투어 관련 댓글에 ID 파란잔디는 “아저씨들이 선수로 나와서 칸트리 구락부 스타일의 스윙을 하는데 그런 선수들이 무엇 때문에 물갈이가 되지 않고 오래도록 버티는지, ... 스타플레이어를 배출하지 못한 남자 골프는 외면 당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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