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후반전은 성수동 주민들과 함께.
지난 3월 15일 사무실 이전개업식을 가졌다. 성수2가3동 소재, 한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고 공부하는 우리가족은 '성수동에서 희망을 찾는다'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개점15주년 기념행사도 더불어 치렀다.
아내는 고객들이 편안하게 드나들 수있는 1층 사무실에서 영업하기를 소원했다. 나는 '누가 보험가입 하려고 사무실을 찾아 오겠느냐'고 의문을 가졌지만 목적이 달성됐다. 동네 새마을금고처럼 고객과 직접 상담할 수 있는 편안한 장소를 갈망했던 그 꿈이 이루어졌다. 대리점 개설 15년만에 본사에서 지원해주는 1층 사무실이다.
아내는 기존업무인 보험뿐만 아니라 재무설계업무에 중점을 두겠다고 한다. 봉사차원으로 서울시 저소득층 가정 재무상담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재산이 많지 않고 빚에 허덕이는 사람에게 재무설계가 더 절실함을 뼈저리게 느낀 지난 경험을 충분히 활용하고 싶어한다. 아내는 이론을 충분히 쌓기 위해 사내.외 각종교육수강은 물론 경영대학원(MBA)금융.보험전문가 과정에도 3학기 째 재학 중이다.
나름대로의 거창한 구호를 앞세우고 이전개업행사를 치르겠다는 의욕을 불태웠지만 한편으로 멈칫 했다. 개인보험대리점을 이전개업하면서 왠 기념식? 행사를 시행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몇 번이나 망설였다. 행사참석 대상자도 성수동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위주로 설정했었다.
나와 아내는 미래 지향적이다. 나는 아내와 한 직장에서 만나 30여 년간 같은 업종에서 함께 일 해 오고 있다. 아내는 집안일보다는 현업에 충실하고있다. 부부의 도전적인 일로 말미암아 많은 재산을 일궈 보기도 했고 모두 없애 버려 죽을 만큼 고생도 했었다.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나는, 지역주민들과의 교류는 외면한 채 전국을 무대 삼아 쏘다녔다. 직장생활 할 때나 개인 사업할 때도 귀가시간이 늦었었다. 남들이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하는 새벽녘에 귀가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몸이 불편한 지난해부터는 건강관리를 위해 먼 곳에서 갖는 모임보다는 가까운 동네주민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이번행사 참석대상자를 왕래한지 1년도 채 안된 성수동 지역주민들로 선택했다. 무모할 수도 있는 행사계획이다.
우리부부는 3년 전, 본사에서 지원해준 2층 보험사무실 개업식을 가졌었다. 그 당시에는 오랫동안 왕래하고 지내던 지인들을 초청했었기에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다. 별도의 장소를 마련하고 큰 회사 행사처럼 시행했었다. 아내와 나는 다년간 대기업 근무와 중소기업을 운영한 경험이 행사에 많은 보탬이 되었다. 그러나 성수동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이번행사는 그 때와는 사정이 판이하게 달랐다.
우리가족은 사무실을 이전한 한 달 전후로 이전개업인사를 갖기로 계획했다. 마음은 급했지만 적당한 날자를 정하기 어려웠다. 가족 모두가 바쁜 일정으로 아들이 준비하고있는 자격시험 치른 뒷날과, 나의 방사성치료 이틀 전을 개업식행사일자로 결정했다.
막상 행사를 개최하려고 하니 걱정이 앞섰다. 우선 참석인원이었다. 최근 가입한 동네의 단체회원들께 초청우편을 보내고 문자를 보냈다. 조급한 마음에 이 눈치 저 눈치 볼 겨를이 없었다. 체면불구하고 '행사에 초청하겠다'는 말을 쏟아 냈다. 안절부절 하는 가족에게 행사개최 3일 전 예상치 않은 반가운 소식이 날라 들었다. 본사로부터 '2010 삼성화재 연도대상 동상' 수상자로 확정됐다는 소식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열정을 다하는 자에게 행운이 다가오듯이, 우리가족은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으로 행사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비좁은 사무실에 많은 동네주민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간단한 의식은 커녕, 의자에 앉지도 못한 채 서둘러 인근에 마련한 만찬 장으로 직행하게하는 결례를 범했다. '돼지머리가 어디로 도망갔느냐?'는 뼈있는 농담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 온다. 주인의 역할을 못하는 나는 땀을 흘리며 마냥 안절부절 할 수 밖에 없었다. 활짝 웃는 축하 화분들과 간단한 다과가 어설프게 손님을 맞이했다.
사무실근처에 마련한 만찬장소에는 많은 손님들로 붐볐다. 성수2가3동 주민센터 공무원, 바르게살기운동, 경성라이온스클럽, 축구, 헬스회원, 지역주민, 국민대경영대학원, 방송통신대학교 학생 등 130여명이 넘는 축하 객들이 붐벼 신이 절로 났다. 성수동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정 된 모험 건 사무실 이전개업행사에, 동네입성에 순조롭게 첫발을 들여놓은 것 같아 안도의 숨을 쉬었다.
행사진행도중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준비한 영상이 방영되지 않았다. 아들이 담당한 컴퓨터기기가 준비소홀로 작동되지 않았다. 등에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행사진행이 엉클어지고 순간 화가 치밀었다. 그렇다고 아들을 나무랄 수만은 없었다. 공부에 별 관심이 없었던 아들이, 군대 제대 후 휴일없이 공부와 업무를 적극 병행했기 때문이다.
행사차질에 순간 암담했지만 혼자서 북치고 장구 쳤다. 야담을 늘어놓고 퀴즈를 내고 선물을 건네준다. 왕년의 스타 "이대근의 별명은?"하고 질문하면 "변강쇠"라는 대답이 뒤따른다. 미리 계획한 순서를 무시하고 딸의 공연팀을 출연시켰다. 전자바이올린의 연주가 감미롭게 분위기를 조성하고 젊은멤버들의 힘 넘치는 노래와 춤이 흥을 돋구었다.
축하 객들과 함께 머리 조아리며 한참동안 애쓰고 고치던 컴퓨터가 작동했다. 뒤늦게나마 동영상을 보여 줄 수있게 되어 천만다행이었다. 지난해 출연했던 '아침마당 가족노래자랑'과 '삼성화재 영업수기 금상' 두 편의 동영상이다. 방영이 끝나자, 축하 객들은 힘찬 격려의 박수를 보내 줬다. 주민들께 "준비를 소홀히 해 죄송하다"며 거듭 양해를 구하고서 "어제 자격시험보고 행사 준비했던 아들에게 격려를 보내 달라"며 풀이 죽어있는 아들을 위안했다. 나의 직설적인 성격을 바꾸고자 잔잔한 수필공부를 선택한 성과가 부자(父子)사랑으로 꽃피었다.
확신을 장담하지 못하고 시행한 도전적인 또 한 번의 작은 행사는 '연도대상 은상'수상을 꿈꾸게 한 계기가 되었다. 어설픈 행사에도 끝까지 함께 해준 지역주민들께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감사 드린다. 역동적으로 인생 후반기를 시작하고픈 이제는, 성수동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련다.
2010. 3.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