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 피우다 새벽에 깨서 겨우 다 읽었어요.
감상을 쓰려는데 너무 막막하던차 뭔가 떠올랐지요.
오늘 아침 낭독 시간 다 날렸지만 재미는 있었습니다.
어쨌든 한 편의 글이 나오긴 했습니다. ㅋㅋ
루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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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흥! 뇌세포를 둔갑시켜 주마.
2023년 11월 22일 어린이도서연구회 강동지회 10기 최현덕
산골 마을에, 둔갑술 부리는 동물이 살지.
호랑이 루호, 토끼 달수, 까치 희설, 호랑이 삼촌 구봉
사람 동물, 다르지만 옹기종기 모여 살지.
오며 가며, 말도 섞고, 사고 팔고, 웃고 울고.
아이쿠야, 어느 한 날, 호랑이 잡는 사냥꾼이 왔네.
옛날 옛 적 조상 대부터 호랑이에 치를 떠는 치들이지.
사냥꾼 아비 강태는 호랑이를 쫓고 의뭉스런 딸 지아는 아비를 돕고,
철부지 아들 승태는 그저 철부지지. 어미? 어미는 오리무중.
어른들은 의심하고 아이들은 어울리네.
속고 속이고, 숨고 찾고. 어른들은 대치하네.
돕고 살피고, 주고 받고, 아이들은 대화하네.
이윽고 큰 추격 시작되고, 위태로움이 찾아오네.
의심 속에 평화 흔들. 오해 속에 두려움 와락.
엎치락뒤치락 난장 속에, 쫓는 자를 쫓기는 자가 구하네.
루호는 강태를 구하고, 지아는 루호를 구하고.
얽힌 것도 풀리고, 맺힌 것도 풀려라.
처음에는 낯설지만, 점차로는 정 들었나?
사람이나 동물이나 다르다면 얼마나 달라.
루호의 세상, 인간의 세상, 본질은 하나구나.
좁고 좁은 땅덩이에 같이 살아야지 어쩔텐가
책을 덮고, 고개 들어 세상을 둘러보니,
신기하고 기이한 이야기, 서리지 않은 곳 없네.
졸필이라 탓하지 마소, 내 마음을 시로 전하니,
그대들 감상도 곳곳에 펼쳐 보세.
엊그제 <관동별곡>을 매우 오랜만에 다시 듣고 읽었다. 조선 중기 정철의 가사인데, 4음보로 이어지는 말투가 재밌었다.
강호에 병이 깊어 죽림에 누웠더니
관동 팔백리에 방면을 맡기시니
이런 구절로 시작하는 노래다. 입에 착착 붙는 게 새삼 흥미로웠다.
루호를 읽고 잠시 멈춘 시간 동안, 남들 다 이야기하듯, 자신의 주체적인 삶이나 변신 이야기 등이 떠올랐으나. 뭐 그도 그럴 듯한데, 강하게 새겨진 느낌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동물과 인간의 화해, 그리고 작가의 발상의 전환을 숭배하고 싶어졌다.
옛이야기 작품의 재화에 대해서 엄격한 사회 분위기 탓인지, 혹은 소재로서 눈길을 받지 못하는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작품이 생각보다 뜸하다. <금강산 호랑이>에서 시작하여 200쪽 짜리의 책이 나왔고 지루하지 않았다는 점이 그저 반가웠다. 삽화가들의 전유물처럼 옛이야기가 소비되는 것이 개인적으로 아쉽기도 했는데, 더욱 그러한 작품이 나와야 한다고 믿지마는, 루호를 쓴 채은화와 같은 이야기꾼이 옛이야기에 이렇듯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작품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작품을 읽었으니 그 값을 내어 놓아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발상을 전환하여, 루호 줄거리와 감상을 관동별곡 스타일로 정리해봤다. 결과물이야 어떻든, 급하게 작업한 것 치고는, 참으로 재밌었다. 부끄럽지만 이렇게 창작열을 자극해주는 작품을 만나서 새벽녘에 놀아본다. <끝>
첫댓글 오~감상글의 새로운 혁명이네요~
감상글만 읽어도 책의 내용이 좍~~그려집니다~
칭찬쟁이~ 감사합니다~ ㅋㅋ 관동별곡 스타일 해보니 맘에 들어요. 좀 더 다듬어 볼까 봐요. 나중에, 시간 내서. 이번생에. ㅠ
https://namu.wiki/w/%EA%B4%80%EB%8F%99%EB%B3%84%EA%B3%A1 관동별곡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