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EDM 듀오인 ‘다프트 펑크’가 ‘더 위켄드’와 함께 작업해 작년에 공개한 싱글 앨범 ‘Starboy’는 R&D와 ‘더 위켄드’의 매력적인 목소리에 독특한 비트가 더해져 매력을 더한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라고 부를 만 하다. 자동차 시승기에 음악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이유는 신형 3008을 시승하는 내내 그들의 음악이 머리에 맴돌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특징인 ‘아방가르드’가 자동차를 통해, 음악을 통해서 발산되고 그 둘이 동질감을 이루었기 때문에 그렇다.
‘Starboy’ 뮤직비디오에서 ‘더 위켄드’는 파격적인 헤어스타일을 구사했던 과거의 자신을 없애고 짧은 머리로 다시 태어난다. 목소리와 리듬을 타는 안무는 그대로 유지하지만 그 외 부분에서 ‘전위적’이라고 할 정도로 파격적인 변신을 단행하고 또 한걸음 발돋움한 것이다. 신형 3008의 디자인을 눈앞에서 마주치고, 실내를 감상하고, 스티어링을 잡고 시승하는 내내 전통적인 부분을 유지하면서도 파격적으로 다듬어졌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기존 3008이 MPV에 가까웠던 부드러운 디자인과 ‘펠린 룩’을 추구했던 것과는 반대로 신형 3008은 SUV에 어울리는 강인한 ‘플로팅 디자인’으로 다듬어졌다. 그 동안 억눌려 있던 아방가르드가 폭발적으로 드러나면서도 생소함보다는 자연스러움으로 다가온다. 프론트 범퍼에서 강조되는 돌출된 발톱이 헤드램프까지 이어지면서 강인함을 드러내고, 상단에 눈썹 형태의 주간주행등을 품은 날카로운 형태의 헤드램프와 역사다리꼴 형태의 프론트 그릴이 마치 한 덩어리인 것처럼 조화를 이룬다.
측면에서 눈에 띄는 것은 크롬을 이용해 구사한 라인이다. 보닛과 프론트 펜더를 구분하는 가는 라인, A 필러부터 테일게이트 상단까지 이어지는 굵은 라인, 도어 하단을 장식하는 라인이 고급스러움과 개성을 동시에 살린다. 차체 색상에 상관없이 벨트 라인 상단은 모두 검은색이 적용되어 투톤의 조화를 이루도록 했고, 동시에 전위적인 라인에 걸맞은 역동성도 살리고 있다. 범퍼 하단과 휠하우스를 감싸는 매트 블랙 플라스틱은 디자인적으로 SUV임을 강조하면서 임도 주행 시 발생할 수 있는 상처를 막는다.
후면은 심플과 다이나믹이 공존한다. 테일램프를 검은색으로 가공한 후 피아노 블랙 색상의 굵은 가로띠로 이어 하나의 면처럼 처리했고, 브레이크 램프에는 3개의 굵은 선을 적용해 사자의 발과도 같은 형상을 갖췄다. 리어 범퍼 하단에는 두 개의 머플러가 돌출되어 있어 뜨거운 배기가스의 영항을 받을 것 같지만, 이 머플러는 가짜이고 진짜 머플러는 하단을 향하도록 되어 있어 화물을 적재할 때도 배기가스에 화상을 입을 염려가 없다. 휠하우스를 가득 채우는 5 스포크 휠이 당당한 자세를 만든다.
푸조 특유의 실내 디자인 코드인 아이콕핏은 신형 3008에서 2.0 버전으로 진화했는데,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조화가 매끄럽고 다루기 쉽도록 직관적이다. HUC는 12.3인치 LCD 화면을 적용하면서 더욱 더 선명하고 직관적으로 변했는데, 전통적인 바늘 형식의 계기반은 물론 정보를 집중할 수 있는 형태로도 모드 변경이 가능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네비게이션과 연동되는 계기반 화면이 구사가 안 된다는 것으로, 이 점은 스마트폰의 네비게이션을 이용해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지름이 작은 스티어링 휠은 상단과 하단을 평평하게 다듬어 계기반의 시인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역동성도 챙기고 있으며 패들시프트도 적용되어 있다.
대시보드는 2중으로 나뉘어져 있고 상단은 우레탄으로, 중단은 천으로 마감했는데 가죽으로 마감한 자동차와 고급스러움을 비교해도 될 정도다. 센터페시아 상단의 LCD 모니터는 최대한 앞으로 당겨져 있어 기능 조작을 위해 과거처럼 길게 손을 뻗을 필요가 없다. 센터페시아 중단에 나란히 배열된 토글 스위치와 우측의 격벽은 기존 3008로부터 이어져오는 하나의 상징과도 같다. 앞으로 굽어진 형태의 기어 노브는 손에 잘 감기는 형태이기 때문에 쥐고 조작하는 데 있어 저항감이 없다. 기어 앞에는 스타트 버튼과 그립 컨트롤 다이얼이 있고, 뒤에는 주차 브레이크와 스포츠 모드 버튼이 위치한다.
파란색으로 빛나는 푸조 특유의 일루미네이션 라이트는 야간에 루프와 계기반 하단, 대시보드, 도어, 컵홀더 등을 고루 비추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내는데 일조한다. 시승차는 GT라인이기 때문에 1열에 세미 버킷 형태의 시트가 적용되어 있는데 상체를 잘 잡아줄 뿐만 아니라 장시간 탑승 시에도 안락한 착좌감을 보장한다. 2열 좌석 역시 충분한 헤드룸과 레그룸을 확보하고 있어 성인이 탑승할 때도 불편함이 없으며, 등받이를 접으면 시트가 자연스럽게 가라앉아 평평한 바닥이 만들어진다.
후진할 때 센터페시아 모니터에 비춰지는 화면의 변화는 3008만이 구사할 수 있는 마술이다. 분명히 후방 카메라만 장착되어 있지만, 후진 시 차량이 이동하면서 카메라가 전에 비춘 광경을 화면에 인식시키면서 마치 어라운드 뷰를 장착한 자동차와 같은 효과를 준다. 일정거리 이상 이동해야만 주변 지형을 감지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카메라를 많이 적용하지 않고도 주차가 서툰 운전자의 능동적인 주차를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아이디어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 수입되는 3008에 탑재되는 엔진은 PSA그룹에서 푹 넓게 사용되는 블루HDi 1.6 디젤 엔진으로 최고출력 120마력, 최대토크 30.6 kg-m을 발휘하며, 여기에 아이신에서 제작한 6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해 앞바퀴를 구동한다. 흔히 이야기하는 도심형 SUV에 적합한 세팅을 갖고 있지만 고속도로나 임도에서도 다방면으로 활약할 수 있으며, 가속은 물론 코너링에서도 즐거움을 추구할 수 있다.
연비를 중시하는 기어 세팅을 갖고 있지만 1,750 rpm의 낮은 엔진 회전부터 최대토크가 발휘되기 때문에 가속이 결코 느리지 않으며, 110 km/h의 고속 영역까지는 손쉽게 도달한다. 즉 일상 영역에서의 가속에서 답답함을 느낄 일은 없는 것이다. 고속 영역에서도 멈추지 않는 가속 감각은 초고속 영역에 진입하기 전에 멈추고 이때부터는 가속이 거의 되지 않는데, 동급의 디젤 엔진에서 이 영역에 도달할 수 있는 출력을 갖춘 엔진은 거의 없다.
PSA 그룹의 EMP2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듬어진 차체는 경쾌함을 자랑하면서도 불안함이 없다. 고속 영역에서도 차체를 똑바로 유지하는데다가 차체의 단단함이 느껴지기 때문에 안심하고 가속 페달을 밟을 수 있다. 물론 운전자뿐만 아니라 동승자에게도 이런 안정적인 감각이 균일하게 전달된다. 신나는 주행을 즐기고서도 높은 연비를 유지하는 것은 푸조 블루HDi 디젤 엔진의 특징으로, 차를 다소 거칠게 다루게 되는 시승 중에도 불구하고 12.5km/l의 연비를 기록했다.
토크를 이용한 경쾌한 가속도 좋지만, 3008이 SUV라는 사실을 잊을 정도의 날렵한 코너링 능력도 주목할 만하다. 프론트 맥퍼슨 스트럿, 리어 토션빔 방식의 서스펜션은 언뜻 평범한 구성으로 보이지만, 이 안에 단단함과 부드러움 사이의 절묘함을 적용해 코너에서 하중 이동을 느끼면서도 불안감이 없도록 하고 있다. 무엇보다 서스펜션과 차체의 궁합이 좋은데, 다소 높은 과속방지턱을 부드럽게 넘어가면서도 차체가 안정을 유지한다는 점이 도심 주행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록투록 2.8 회전의 스티어링 회전을 갖고 있지만 지름이 작기 때문에 스티어링을 빨리 돌릴 수 있어 제자리 회전에서도 유리하고,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스티어링 감각은 핸들링에 재미를 더한다. 스티어링과 서스펜션, 가속 감각이 조화를 이루어 운전자에게 짜릿함을 제공했고, 결국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몇 번이고 와인딩 코스를 왕복해서 주행했다. 한계 상황에서 반복되는 조작에도 페이드가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 브레이크는 원할 때 언제든 차를 세울 수 있다는 믿음을 준다.
3008은 신형으로 다듬어지면서 많은 ADAS 장비를 추가했다. 시승차에는 없지만 곧 들어올 2.0GT 모델에는 ACC도 추가될 예정이며 액티브 세이프티 브레이크,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 운전자 주의 알람 시스템, 하이빔 어시스트, 액티브 블라인드 스팟 디텍션 시스템 등을 적용했다. 일정 속도 이상에서 작동하는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은 스티어링을 조작하지 않아도 차선 내에 차체를 안정적으로 붙잡을 정도로 기능이 뛰어나기 때문에 고속도로 등 특정 구간에서 운전자의 스티어링 조작 피로를 더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3008은 SUV보다는 MPV에 가까웠던 과거의 모습을 버리고 새롭게 태어났다. 일부 디자인 요소와 넓은 실내 공간, 코너링 감각과 같이 계승해야 할 부분은 확실히 계승하고, 개선해야 할 곳은 과감히 버리고 개선한 모습이 ‘환골탈태’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이다. 마치 ‘더 위켄드’가 자신의 장기인 R&D를 그대로 계승하면서 EDM의 비트를 받아들여 음악을 개선하듯, 신형 3008은 그렇게 개선된 모습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것이 신형 3008이 다양한 자동차 상을 휩쓸 수 있었던 원인인 것이다.
3008은 수입 준중형 SUV에서 아주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고 그만큼의 상품성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 프랑스 특유의 아방가르드가 이렇게도 매력적으로 다듬어질 수 있다는 점, 푸조가 추구하는 독특함이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대세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 그것이 신형 3008의 포인트다. 가족과 운전자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수입 준중형 SUV를 생각한다면, 반드시 후보에 넣어두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