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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로의 넘어짐: 위기의 순간, 목에 칼이 들어오는 두려움(πειρασμός)이 들이닥치자 주님과 멀찍이 '거리를 두고 등 돌려 섰던' 베드로의 연약함이 바로 정확한 '아피스태미'의 상태였습니다. 대열을 이탈한 비겁한 탈영입니다.
2. 프로디도미(προδίδωμι) : 소중한 가치를 내어주어 전달하다
두 번째 배신의 꼴은 '프로디도미'입니다. 이 동사의 본질은 위치 이동이 아니라 소유물의 물리적인 '전달(Handing over)'입니다. 내가 품에 안고 목숨 바쳐 사수해야 할 소중한 가치, 비밀, 혹은 신뢰하는 동료를 적들의 손아귀 앞으로 "자, 여기 있다" 하고 슥 밀어서 넘겨줘 버리는 꼴입니다.
가룟 유다의 파멸: 자신의 이익과 은 삼십 냥을 위해 3년 동안 모든 것을 공유했던 스승이자 주님을 대적들에게 적극적으로 팔아넘긴 가룟 유다의 파멸이 바로 이 '프로디도미'였습니다.
3. 구약 이스라엘과 고멜이 보여준 '음란'의 본질
구약 성경이 이스라엘의 우상 숭배를 단순한 '종교 변경'이 아니라 왜 그토록 잔인한 '음란(זָנָה, 간음)'이라 부르며 피눈물을 흘렸는지 이제야 명확히 선이 그어집니다.
선지자 호세아의 아내 고멜은 이 두 가지 배신이 결합한 인간 교과서였습니다. 남편의 품과 언약의 자리를 거부하고 낯짝을 홱 돌려 도망친 것은 '아피스태미'였고, 남편이 준 고귀한 정절과 보물들을 바알의 제단 앞에 홀라당 내어주어 전달해 버린 것은 추악한 '프로디도미'였습니다.
평안할 때는 대단한 종교적 정절을 지킬 것처럼 겉치레를 뽐내다가도, 작은 이해관계나 세상 평판이라는 시험이 오면 귀신같이 소중한 신의를 헐값에 팔아넘겨 버리는 음란함이 오늘날 우리 안에도 도사리고 있지는 않습니까.
마침표. 일상이라는 성채를 향한 명예로운 출정
우리는 흔히 단 한 번의 거대하고 화려한 순교의 제단에서 대단한 믿음이 증명될 것이라 착각합니다. 하지만 진짜 영적 전쟁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평범한 일상의 순간, 매일 마주하는 삶의 현장에서 벌어집니다.
진짜 신앙고백, '호몰로게오(ὁμολογέω)'는 예배당 의자에 앉아 입술로만 주절거리는 박제된 사문(死文)이 아닙니다. '호모스(같다)'와 '로고스(말씀)'의 결합처럼, 내 일상의 삶을 하나님의 묵직한 텍스트와 완벽하게 일치시키는 자발적 수행의 연속입니다.
매일, 매 순간, 우리가 뱉는 소박한 언어 쪼가리 하나와 우리가 행하는 작은 행실 전체가 바로 우리가 주님 앞에 올려드리는 진짜 실존적 신앙고백입니다.
시련이 와도 내 위치를 등지고 서지 않고(아피스태미), 내 안의 고귀한 소명과 동역자와의 신의를 결코 세상에 팔아넘기지도 않는(프로디도미) 대장부의 정절.
그 신실한 일상을 하루하루 묵묵히 채워가는 당신이야말로, 인간 세상에서나 신들 앞에서나 가장 거대한 명예(μεγάλην τιμήν)의 주인공입니다.
오늘도 진짜 신앙고백의 무대인 일상의 현장을 향해, 대자유인의 기백으로 명예롭게 출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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