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시 울산지검장, 해당 사건 수사 후 만 3년 만에 ‘악연에서 인연으로’ 극적 반전(?) - 한화오션, ‘임원 개입 의혹’ 국수본 고소장 접수…HD한국조선해양은 지검장 영입 ‘대응’ - 국수본, 울산지검 전격 압수수색…각종 의혹 규명에 수사 박차 - HD한국조선해양, 위기 때 마다 ‘탁월한 선택’…이번에도 통할까
HD한국조선해양이 위치한 경기 성남 HD 현대 글로벌R&D센터(GRC) 전경. [HD현대 제공]
경찰이 최근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군사기밀 유출 사건과 관련, 울산지방검찰청을 압수수색한 가운데 HD한국조선해양이 이달 초 준법경영실장으로 영입한 고흥(54·사법연수원 24기) 전 검사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HD한국조선해양(구 현대중공업)에서 2019년 6월 물적분할해 설립된 자회사로, 현재 군사기밀 유출과 관련해 경찰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최근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는 고 전 검사장이 지난 2020년 해당 사건을 수사한 울산지검 최고 수장으로 재직(2019.07.31~2020.08.11)했기 때문이다.
이후 고 전 검사장은 울산지검을 떠난지 만 3년만에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의 사장급 직위인 준법경영실장에 올랐다.
고 전 검사장과 HD현대중공업이 수사라는 매개체를 통해 '악연'으로 만났지만 '인연''으로 '극적 반전'을 이룬 셈이다.
◆ 경찰, 울산지검 압수수색 ‘왜’
울산지검은 지난 2020년 9월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직원 9명이 지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해군본부와 방위사업청을 방문, 기밀을 몰래 촬영해 이를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한 혐의를 수사한 후 재판에 넘겼다.
기소된 직원들은 지난 해 11월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사정기관에 따르면 당시 유출된 문건은 △KDDX(한국형 차기구축함) 개념설계 1차 검토 자료 △장보고-III 개념설계 중간 추진현황 △장보고-III 사업 추진 기본전략 수정안 △장보고-I 성능개량 선행연구 최종보고서 등이다.
KDDX 개념 설계도는 옛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해군에 납품한 자료로, 향후 KDDX 수주를 위한 기본설계의 핵심이자 3급 군사기밀로 취급된다.
결과적으로 군사기밀 유출과 관련해 HD현대중공업 직원들에 대해 유죄가 입증됐음에도 불구하고, 방사청은 지난 2월 계약심의위원회에서 HD현대중공업에 대해 ‘행정지도’를 의결했다.
말 그대로 ‘부정당 업체’로 지정해 입찰자격을 제한하지 않고, 서면 ‘경고’로 마무리하겠다는 의미다.
당시 심의위는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이 국가계약법에서 정한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데다, 제척기간을 지나 제재할 수 없다”며 “방위사업법에 따른 제재 역시 청렴서약 위반의 전제가 되는 대표나 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020년 8월 인천지방검찰청장에 취임한 고흥 전 검사장(현 HD한국조선해양 준법경영실장)이 당시 취임사를 하는 모습. [인천지방검찰청 제공]
◆ ‘초대형’ 군사기밀 유출 사건…‘꼬리자르기’ 의혹(?)
상황이 이렇자 한화오션은 심의위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과 함께 기존의 침묵 모드에서 강경 모드로 태세를 전환했다.
실제로 한화오션은 “고위 임원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지시ㆍ관여 없이는 불가능한 범죄”라며 (HD현대중공업) 임원이 개입된 정황을 수사하고, 처벌해 달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고소장을 지난 3월 국가수사본부에 제출했다.
무려 7조원대 군사기밀 유출 사건임에도 임원급은 하나없이 일부 직원에 대해서만 처벌이 내려진 것은 이른 바 '꼬리자르기 의혹'을 부인할 수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후 해당 사건은 국수본 중대범죄수사과에 배당됐고, 수사팀은 지난 달 말 울산지검에 수사관을 보내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사건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한화오션 측의 주장처럼 (국수본 수사에서) 윗선 개입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HD현대중공업은 ‘부정당 업체’로 지정될 공산이 클 뿐만 아니라 기업 이미지 타격 또한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이 고흥 전 울산지검장을 영입했다는 점이다.
한화오션이 군사기밀 유출과 관련, 국수본에 고소장을 접수한 시점이 지난 3월인 점을 감안하면 고 전 지검장을 영입(6월)한 것은 해당 사건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HD현대중공업의 판단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사정기관 관계자는 “검찰 고위직에 있었던 사람이 퇴직 후 수사 업체 임원으로 취업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며 “사측 입장에서는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다 하더라도 도덕적 비난은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대형 사건 때마다 ‘HD한국조선해양’의 탁월한 선택
HD한국조선해양이 고흥 전 울산지검장을 사장급 직위인 준법경영실장으로 영입한 것은 ‘신의 한 수’로 평가받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국수본 중대범죄수사과에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군사기밀 유출 사건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이는 고 전 검사장에게도 적잖은 부담과 함께 시험대가 될 거라는 예상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고 검사장의 경우 관련 사건을 상세히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론과 실무를 바탕으로 한 대응 매뉴얼 또한 완벽하게 준비, 이른 바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칠 공산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에서 성공적인 데뷔전을 마친 인물 가운데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도 빼 놓을 수 없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3월 초 김 전 실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한 바 있다.
김 전 실장의 사외이사 선임은 HD현대중공업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관련 불법 군사기밀 탈취 등 혐의로 제재 심의를 불과 3주 앞둔 시점(3월 27일) 이라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컸다.
당시 방산업계에서는 김 전 실장의 경우 1994년부터 올해 초까지 국가 외교 및 안보 관련 전문가로 활동해 왔지만, HD한국조선해양의 주 사업영역인 조선·해양 등과의 관련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이 사외이사로 선임된 이후 군사기밀 유출과 관련해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지난 해 11월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음에도 방위사업청은 심의를 거친 후 군사기밀을 유출한 HD현대중공업에 대해 추가 제재 없이 입찰 참가 자격을 유지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