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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닫이 서랍에서 나오는 ‘박정희 사고력’♣
<1990-12-01 김두영(전 청와대 비서관)>
한때 대통령 특별보좌관으로 일하기도 했었던
철학자 고 박종홍 교수는 박 대통령을 이렇게 평했다고 한다.
“내가 박 대통령을 천재라고 하면 아부가 될 것이고,
그분은 적어도 수재는 넘는 사람이야.”
나는 박 대통령의 지능지수가 특출했는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그분의 놀라운 기억력과 판단력 및 통찰력은
천재성에서 나온 것이라기보다는 늘 국정에 대하여
생각하고 고민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지식이 관심에 비례한다는 말 그대로이다.
박 대통령에게 지만군이 이렇게 물은 적이 있었다.
“아버지, 저는 학교공부도 복잡해서 제대로 머리에
정리가 안 되는데 아버지는 그 복잡한
나라 일을 어떻게 다 보십니까?”
“내 책상의 서랍들이 정치ㆍ경제ㆍ문화ㆍ사회로
분류돼 있다고 하자. 나는 정치 서랍을 빼내어
일을 볼 때는 거기에 정신을 집중하고 그것을 닫은 다음,
경제 서랍을 빼내 일을 볼 때는 정치는 싹 잊어버리고
경제에 온 정신을 쏟는다.
그런데 너는 정치ㆍ경제, ㆍ문화ㆍ사회의 서랍들을
한꺼번에 열어놓고 있으니 어느 하나도
제대로 공부하고 있지 못한 거야.”
박 대통령은 서랍을 빼고 닫는 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분이었다.
아침에 어느 장관에게 화를 냈다가도
다음 면 담자를 맞을 때는 언제 그랬 던가
할 정도로 냉정하게 돼 있었다.
변화하는 그 순간순간의 상황에
진지할 수 있는 분이 박 대통령이었다.
박 대통령은 기억력이 비상했지만
쓸데없는 것은 아예 외우려 하지 않았다.
라디오 주파수를 몰라 라디오에다가
KBS, MBC란 표지를 붙여 놓았다.
사소한 것에는 무관심하고 중요한 것에는
신경을 쓸 줄 아는 분이었다.
그러니 중요한 가닥이나 흐름,
그리고 사물의 핵심을 결코 놓치지 않는 것이었다.
포항제철 확장공사 계획을 박 대통령께 보고하게 된
외지 담당 비서관이 계획안과 포철의 현황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나서 공장 사진과 브리핑차트를 들고
집무실에 들어가 열심히 설명을 했다.
설명을 다 듣고 난 박 대통령이 공장 사진을 보면서
“이 공장 옆에 있던 배수로를 어떻게 처리했느냐?”고 물었다.
모든 것을 암기했던 그 비서관이었지만
대통령이 관심 있게 보아 온 배수로를 알 턱이 없었다.
(글. 옮김, 編: 동해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