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60분 예멘난민 한국에서 길을 잃다
내레이션과 자막을 보며 편집해서 올렸습니다.
425단어 5분 31초
Glossary
1. 예멘인: a Yemeni/ Yemenis(복수형)
2. 난민법: Refugee Act
3. 청와대 국민 청원: The Blue House E-petition System / 청원하다: make petition
4. 무사증: visa-free system/ transit without visa
5. 후티 반군: the Houthis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되던 지난 6월, 우리 사회에 '난민'이라는 낯선 화두가 던져졌습니다. 내전을 피해 모국을 떠나 온 예멘인들이 최근 제주도에 넘어오면서 500명이 넘는 예멘인들이 입국한 이후, 난민 문제는 이제 우리에게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습니다. 광화문 인근에서는 난민 수용 반대 목소리가 모였습니다. 이날 집회에는 아이를 데려온 부모들을 포함해 1,000여 명의 시민이 참가했습니다. 이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한 집회 참가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희 아이들은 안전하고 평화로운 국가에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난민을 돕는것이 그냥 인도주의적 차원이라 하는데, 이건 저희에게도 생존이 달린 문제입니다."
같은 시각 인근에서는 난민 수용을 찬성하는 집회가 열렸습니다.
난민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고, 정부가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서 침묵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입니다. 한 시민은 “우리나라가 경제 10위 강국이고, 어느정도의 난민은 수용할 수 있다”라며 “인종차별을 중단하고 난민을 환영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정 반대의 두 집회가 열렸으며, 서로를 향한 날선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격렬한 찬반 대립에 국내뿐 아니라 해외 언론의 취재 열기 또한 뜨거웠습니다.
생존을 위해 한국으로 몰려든 난민들, 안전을 위해 한국에서 나가라는 국민.
대한민국은 지금 사상 초유의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사태는 한 저가 항공사가 말레이시아와 제주 직항 노선을 개설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제주도를 찾은 중동의 예멘인들. 하지만 이들의 목적은 관광이 아니었습니다.
제주에서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은 올해만 549명이었습니다. 이들은 후에 이억만리 낯선 땅 한국을 찾게 된 걸까요?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많이 찾던 제주 시내의 한 관광 호텔.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들은 주로 이곳에 처음 짐을 풀었습니다. 이들과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예멘 난민들은 신원이 노출될까 언론과의 접촉을 조심스러워 했습니다. 취재진이 어렵게 만난 예멘 난민들. 그들은 제일 먼저 고국 예멘의 상황이 담긴 영상을 보여줬습니다.
폭발 사고가 여러 군데에서 일어나고, 친구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봐야 했던 난민들. 안정적으로 잘 살고 있었지만, 전쟁으로 상황이 악화되어 필수적인 공공서비스조차 마비가 됐고, 나라를 떠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정부는 난민 심사를 마칠 때까지 이들이 제주도 밖으로 나가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졸지에 제주도에 갇힌 예멘 난민들은 당장에 생계 해결도 버거워졌습니다.
그런데 이들을 바라보는 일부 국민들의 시선이 심상치 않습니다. 난민법과 난민 신청 허가를 폐지해달라. 이러한 청와대 국민 청원의 내용은 71만명의 동의를 얻었고, 역대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오늘, 정부는 제주도 무사증 입국이 불가능한 나라를 기존 12개국에서 24개국으로 확대하고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난민 관련 위원회를 만들어 난민 심사를 더 엄격하게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지난주 유례없는 제주 예멘 집단 난민 사태. 한가지 눈에 띄는 것은 이들 대부분이 말레이시아를 거쳐 제주도로 넘어왔다는 것입니다. 말레이시아에서 도망쳐 온 이들이 낯선 한국 땅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예멘에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예맨에서는 정부군과 후티 반군사이의 내전이 3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내전의 가장 큰 피해자는 민간인, 특히 어린 아이들입니다. 식량과 의료 지원이 필요한 예멘인은 약 2천만명, 무려 전체 인구의 75%됩니다. 이들 중 70만명은 굶주림와 영양실조의 위험에 처해있습니다. 살아 남은 아이들은 전쟁터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펜 대신 낯선 무기를 들고 총알받이로 내몰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