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날 프로그램이 다 끝났다. 어제와는 달리 서현이와 두 번째 만남이라 어떻게 대해야 할지에 대해 조금은 더 능숙해진 것 같아 다행이긴 했지만, 동시에 어제 하지 않은 이야기들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들기도 했다.
오늘은 서현이한테 미안했던 게 많았다. (핑계이긴 하지만..;)어제 처음으로 만나고 나서 나눈 이야깃거리를 제외하고 나니 무슨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했고 때문에 하루 종일 망설였던 것 같다. 그래도 준비했던 프로그램을 하는 도중과 프로그램이 다 끝나고 나서 오늘이 어제보다 훨씬 더 재미있었다고 해줘서 고마웠다. 어제오늘 이틀간 서현이를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친구들이나 언니오빠들, 동생들을 배려하는 마음도 크고, 활동 중간중간 계속 혜광학교에 관해서 나한테 설명을 해주거나 쿠키반죽을 나도 만들라며 나눠주고 쿠키를 먹을 때 언니도 먹으라며 챙겨주는 등, 선생님으로서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서현이는 아직 3학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마음가짐이 깊은 아이다. 다른 친구들이 서현이의 물건에 마음대로 손을 댈 때 그러면 안 된다면서 조근조근 알려주기도 하고, 친구가 부탁하면 자기가 먹던 음식을 나눠주거나 쿠키를 만들 때 반죽을 때어주는 등 사려깊은 모습을 끊임없이 보여주었다. 그런 서현이가 어제 처음 만난 나를 오늘까지 이틀간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서현이에게 빠져드는 것만 같았다. 삼일간밖에 만나지 못한다는 사실이 새삼 아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