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초에 딸과 제주를 다녀왔다.
딸이 문화콘텐츠과에 재학 중이고 제주는 여러번 다녀 온 터라 제주의 작은 서점, 독립서점과 북카페를 돌기로 하였다.
제주의 이야기가 담긴 작은 서점들 중에 함덕 해수욕장 입구에 있는 만춘서점에서 만난 '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
나는 롤랑바르트를 잘 모른다. 논술 제시문에서 그의 글을 한두편 본 것이 전부인 내가 이 책을 사게 된 것은 표지 사진 때문이었다. 그냥 끌렸다. 그 단순한 끌림으로 35,000원이나 되는 책을 사는 건 현명하지 못한 행동일 것이다.
제주의 두번째 숙소는 예전에 성당이었던 곳을 게스트하우스로 사용하는 곳이었다. '본질적인 것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하였던 곳, 나의 속물
근성과 위선을 드러나게 해주었던 곳. 그곳 주인인 서른 여섯 아니 스물 아홉살의 청년이 롤랑 바르트의 이 책을 알고 있었다. 견딜 수 없는 것. 주체를 억압하는 것에 대하여 이야기 하던 그.
춘천에 돌아와서 '롤랑바르트의 마지막 강의' 책을 읽으며 나는 그의 문체, 그의 시선, 그의 표현들에 매료되었다. 누군가를 감동시키는 '강의'에 대한 가치부여와 열정을 불러 일으킬만큼.
오랫만에 느껴보는 매혹의 감정. 그의 책을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나서도 남아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