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집 속의 시조 한 편- 정애경 시조집 『달팽이의 주문』 중 ⌜와우!⌟
와우!
정애경
푸른 신경 툭툭 치는 달팽이 한두 마리
난생 처음 들려준다 똬리 튼 인공와우
나뭇잎 바람 스친 소리 덜 숙성된 말소리
숙성된 대화를 위한 기다림
장정애
얼핏 감탄사라 여길 만한 제목, 와우!
‘와우蝸牛’는 연체동물 복족류 달팽잇과에 속한 종을 일컫는 말이면서, 영어 감탄사 ‘wow’, 사람의 귀 속 청각을 구성하는 달팽이관 와우를 뜻하기도 한다. 정애경 시인의 시조 ⌜와우!⌟는 제목부터 이 다중적 어의語義를 품고 시작한다.
I.A. 리차즈는 그의 이론서 『시와 과학』에서, ‘시인의 언어 사용을 좌우하는 동기가 얼마나 깊은가를 인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 하나의 시 작품을 형성하는 동기는, 마음의 뿌리에서부터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 언어를 조직하는 시인의 놀라운 능력은 사실은 시인이 경험을 조직하는 더욱 놀라운 능력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래서 우선 시인의 경험을 들여다본다.
“푸른 신경 툭툭 치는 달팽이 한두 마리”
정 시인은 사람의 청각 기관에 달팽이관이 있음을 해부학적으로 익히 알고 있다.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의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제 달팽이관에서 나온 달팽이가 신경을 툭툭 친다고 말한다. 왜 그럴까? 중장에서 “인공와우”가 등장하여 그 청신경에 문제가 있음을 서술하고 있다.
간혹 선천적으로 청력을 상실하고 태어나는 아기들이 있다. 다행히 요즘은 청력 검사 방법이 발달하여 신생아 때부터 청력 손실에 대한 검사가 가능해져서 일찍부터 인공 와우를 심어 주는 수술이 시행되고 있다.
나면서부터 소리라고는 들어 보지 못한 한 생명이 처음으로 듣게 되는 소리의 신비로움! 그 소리는 “나뭇잎 바람 스친 소리” 같아서 아직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는 형태이다. 그 소리가 무엇을 뜻하는지를 아이는 따로 익혀야 한다. 그래서 뜻을 전할 수 있는 말로 듣게 되기까지 숙성시켜야 한다. 여기까지가 시인의 간접 경험이라고 본다면, 이제 시인은 그 경험을 독자들도 체감할 수 있는 언어로 내보여야 하는데, 아주 사소해 보이는 장치, 곧 제목에 붙인 느낌표를 이용하고 있다. 달팽이관 ‘와우’가 놀라운 “와우!”가 되어, 소리 한 점 얻은 데 대한 감탄사로 터져 나오는 것이다. 곧 시인의 경험 일부가 언어로 조직되어 독자의 공감대를 두드리고 있다. 그러나 정 시인의 시선은 단지 청각 장애인을 위로하는 데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참된 소통을 갈구하며 누군가의 청각을 끊임없이 “툭툭 치는” 것이다.
일상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주 우리가 듣고 싶은 대로만 듣고 있는가! 그래서 어쩌면 우리에게도 진실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는 인공 와우가 필요한지도 모른다. 상대의 말을 있는 그대로 알아듣게 되었을 때 느낄 놀라움이 참으로 “와우!” 하고 터져 나올 때까지, 정 시인의 시가 그 몫을 펼쳐 나갈 것이다. “덜 숙성된 말소리”가 모두에게서 숙성되기를 바라는 시인의 기다림에 공감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