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유심(三界唯心)
삼계가 오직 마음이라.
설봉선사(雪峰禪師) 문하(門下)에는 현사(玄沙), 장경(長慶), 경청(鏡淸), 고산(鼓山)등 준재(俊才) 선승(禪僧)들이 참 많았다. 현사사비(玄沙師備)는 지행(智行) 역량(力量)이 그 스승을 능가(凌駕)할 정도로 출중(出衆)하였는데, 이 현사의 제자(弟子)인 지장계심(地藏桂心)은 처음에는 설봉선사 회상에서, 수행하였으나 얻는 바가 없어서 현사(玄沙) 회상에서 개오(開悟)하게 되고 현사선사(玄沙禪師)의 법을 잇게 된다. 지장선사는 그후로 민성의 지장원(地藏院)에서 장주(藏主)가 되어서 오랫동안 주석을 하면서 교화를 펴게 되어서 지장계심선사를 지장화상(地藏和尙) 또는 나한선사(羅漢禪師)라고 불렀다. 이곳 지장원에 선사가, 계실 때 문익(文益)이라는 젊은 스님이 있었다. 문익은 계율(戒律)을 엄격히 지키고 문필(文筆)에도 능하고 언변(言辯)도 좋아서 다재다능(多才多能) 하였다. 그는 대장경(大藏經)을 다 암송(暗誦)하여 제이(第二) 아난존자(阿難尊者)라고 불렀다. 특히 경전중(經典中)에서는 화엄경(華嚴經)과 법화경(法華經)과 기신론(起信論)에 조예(造詣)가 깊었다. 지장계심(地藏桂心)은 설법(說法) 할 때마다 법좌(法座)에 오르면 철학적(哲學的) 이론(理論)을 앞세워서 법문(法門)을 하였다. 법문할 때마다 삼계(三界)는 유심(唯心)이고 만법(萬法)은 유식(唯識)이라고 회통(會通)을 쳤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사방으로 운수행각(雲水行脚)을 떠나려고 걸망을 질머진 채로 사내(寺內) 조실(祖室)인 지장(地藏和尙) 화상을 뵙고 하직을 하려고 인사차 찾아뵈었다. 지장화상이 문익(文益)을 보자 행각준비(行脚準備)는 다 되었는가? 네! 엉겁결에 묻는 말에 그냥 네! 하고 말했다. 그래! 준비가 다되었다고 하니, 어디 내가 점검(點檢)을 해 볼까? 하시고 뜰에 있는 돌 큰 하나를 가리키고 문익 앞으로 닥아서며 물었다. 자네는 늘 항상 삼계(三界)가 오직 마음이라 하니, 이 돌이 마음안에 있는가? 마음 밖에 있는가?
삼계유심(三界唯心)이라 했으니, 심외무물(心外無物)인지라 그야 마음 안에 있습죠! 문익은 자신만만 서슴없이 답을 했다. 지장화상 문익의 말을 듣고 허~허~ 고소(苦笑)를 짓고 그래! 제방(諸方)으로 행각(行脚)을 할 터인데 빈 몸으로도 지칠 판인데 어떻게 저 돌멩이까지 마음속에 넣고 다닌단 말인가? 쯔! 쯔!쯔! 혀를 찼다. 문익은 말문이 꽉 막혔다. 대장경을 다 외울 정도로 영민한 총기가 이 말 한마디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지장 화상이 멍하니 서 있는 문익를 보고 준엄한 훈계의 말씀을 하셨다. 진불법(眞佛法)은 꿈에도 모르는 사람이로구나! 진불법이란 그런 미숙(未熟)한 문구(文句)에 있는 것이 아니야! 문익은 자기의 허물을 깊이 깨닫고 지장화상께 참회를 하고 용서를 빌었다. 지장화상은 곧 바로 말씀을 하시기를 오~ 그러면 내가 너를 위하여 설해주지, 진불법이란 자네가 지금 당장 논증(論證)치 못한 바로 그곳에서 일체(一切)가 현성(現成)하여 마친것이니라. 문익(文益)은 법문을 듣자 언하개오(言下開悟)고 큰 스님, 이 밖에 또 무슨 준비가 있겠습니까? 하니, 지장화상이 문익의 심지를 확연히 꿰뚫어 보시고 크게 고함을 쳐서 문익아! 하고 불렀다. 준비가 그것뿐이지 무엇이 또 있겠느냐? 이제 떠나거라. 네! 하고 행각의 길을 떠났다는 선화(禪)이다. 문익선사(文益禪師)는 그 후로 임천의 숭수원(崇壽院)과 금등의 보은선원(報恩禪院)과 청량사(淸凉寺)등 여러 곳에서 광도중생(廣度衆生)의 교화(敎化) 행각(行脚)을 하였다. 사법제자(嗣法弟子)는 63명이 나왔고, 선문오종(禪門五宗) 중에 법안종(法眼宗)의 시조(始祖)가 되었다. 이분이 바로 법안문익(法眼文益) 선사(禪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