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한국 하늘 아래에 십자가의 종탑이 우후죽순처럼 세워졌다. 십자가 네온사인은 도심지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다. 이런 광경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보기 드문 모습이다. 축복의 땅임을 상징한다. 우리나라의 과거를 돌이켜 볼 때, 기독교선교 반세기가 넘도록 교회는 수난을 받고 순교자를 많이 배출했다. 선열들이 흘린 피가 헛되지 않고 열매를 맺은 것이다.
1954년 홍성교회에서 사역할 때 본 교단의 각 기관들은 서해안 사기포(서산군 고북면 사기리)에서 캠프를 자주 했다. 전국 각지에서 이 장소를 찾아오려면 기차로 홍성역에 도착해야 했다. 자연히 홍성교회로 집결하게 되었다. 나는 집결한 인원을 인솔하여 캠프장까지 안내하는 일을 했다.
먼저 G.A.(Girls Auxiliary, 소녀회)에서 캠프를 시작했다. 이 기관은 미국 남침례교단에서 실행하는 제도인데, 1952년부터 한국에 도입되어 시범적으로 부산교회에서 시작되었다. G.A. 회칙에 따르면, 13세부터 19세까지 중ㆍ고등학생에 해당하는 소녀는 누구든지 가입할 수 있다. 이 조직은 교육프로그램이 요구되는 과정을 이수하면 한 단계씩 진급하는 계급제도로 되어있다. 처녀(處女), 시녀(侍女), 공주(公主), 왕후(王侯), 섭정왕후(攝政王侯) 순으로 승급한다. 1년에 몇 차례 대회를 열고 대관식을 거행한다. 최고에 이른 회원에게는 왕후의 의상과 금관을 씌워준다. 그런 다음 그에게 지도자의 직분을 수여한다. 여름캠프는 이런 대회의 한 과정이다. 단가는 찬송 266장(옳은 길 따르라 의의 길을)이었다.
다음 주간은 R.A.(Royal Ambassador, 소년회)캠프가 개최되었다. 역시 중고등부 학생에 해당하는 소년은 누구나 가입할 수 있었다. R.A.는 1908년 미남침례회에서 조직되어 각 교회에 보급되었고 많은 인재들이 이 과정을 통해 양성되었다. R.A.는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사업이 선교사업이라는 것을 소년들에게 심어준다. 이들은 왕되신 그리스도께 충성하는 “왕의 사신”이다. 처음 입단한 소년은 준비회원으로서 기사부원급의 필수조건을 완수하면 정회원이 될 수 있다. 집회는 매월 2회, 성경공부, 선교연구, 응급치료법 등을 배운다. 회칙에 따라 교육과 훈련을 거쳐 기사(騎士), 종사(從事), 사신(使臣), 전권사신(全權使臣) 순으로 진급한다. 표어는 “우리는 그리스도의 사신이다”(고후 5:20)이며, 단가는 찬송가 270장이다. 계급뱃지도 있다. 총책임자는 미스 브래넘 선교사였으며, 강사는 나요한, 우락스, 도월태, 오관호 선교사 등이었다.
2년 뒤 사기포에 세워진 교회는 R.A와 G.A.에 의해 세워진 셈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이 두 제도는 중단되었다. 학생들이 예전처럼 남녀가 같이 모이는 것을 원했기 때문이다. 이 두 기관이 없어진 것은 대단히 유감스런 일이다. 그밖에도 B.T.U.(훈련회) 등과 같은 좋은 기관이 없어진 것도 교단발전에 이익보다 손실이 더 많았던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