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에서 깨달음은 무엇인가(1180)
○회통불교(會通佛敎)’의 깨달음
■ 회통불교(會通佛敎)란?
회통(會通):
서로 다른 사상이나 종파들이 대립하거나 배제하지 않고, 조화롭게 소통하고 하나로 통합되는 것.
‘회(會)’는 모이고, ‘통(通)’은 소통한다는 뜻으로, 융합과 조화의 의미를 가짐.
때로는 ‘원융(圓融)’이란 말과 함께 쓰여, 막힘 없이 원만하게 소통하는 불교를 뜻함.
■ 한국불교의 회통성: 역사적 흐름
삼국시대~통일신라
중국의 여러 학파 불교(삼론, 성실, 화엄 등)를 도입하면서 종파 분립 없이 통합적인 이해 체계 형성.
원효가 대표적 인물. 십문화쟁론에서 대립되는 교리들을 조화롭게 해석.
신라 말기~고려
선종이 도입되어 종파 간 분립이 존재.
의천: 교학 중심으로 선을 포섭 (교관겸수).
지눌: 선 중심으로 교학을 통합 (정혜쌍수, 선교일치).
선과 교의 통합, 실천과 이론의 조화 시도.
조선시대
초기 억불정책으로 종단이 7종 → 선교양종 → 선종(임제종)으로 통합.
그러나 참선·독경·염불·진언 등 다양한 수행법이 융합된 통합불교로 정착.
휴정(서산대사)도 교선일치의 회통불교 전통을 이어감.
현대까지
한국 불교는 비빔밥 불교로 불릴 만큼 다양한 수행·사상이 공존.
대웅전뿐 아니라 산신각, 칠성각 등 토속 신앙과의 회통도 이루어짐.
■ 회통불교의 사상적 기반
원효의 화쟁사상(和諍思想)
겉으론 모순되지만 본질은 하나(一心)임을 강조.
개합종요(開合宗要): 여러 종파의 교리는 모두 한 마음의 펼침과 수렴일 뿐.
대립이 아닌 화합, 통합적 불교를 지향.
의천과 지눌의 선교통합
의천: 교를 기반으로 선을 통합.
지눌: 선을 기반으로 교를 수용.
양방향 통합, 실천과 이론의 조화를 추구.
최남선과 권상로의 ‘통불교’ 용어 정립
일제강점기, 한국 불교의 특징을 ‘통불교’ 혹은 ‘회통불교’로 정리.
불교의 독창성과 융합적 전통을 강조.
■ 회통불교의 깨달음
다양한 사상과 수행이 결국 하나의 성불(成佛)의 길로 귀결된다는 믿음.
대소승, 범부, 외도까지도 결국 하나의 불성(佛性)으로 회귀한다는 통합적 안목.
불교의 5,000여 경론은 모두 하나의 부처가 되는 길을 가르침.
■ 핵심 인물 요약
한국불교의 회통 전통을 대표하는 인물로는 먼저 원효(元曉, 통일신라 시대)가 있습니다.
그는 『십문화쟁론』과 『화쟁론』 등을 통해 다양한 불교 종파의 교리 차이를 분석하고, 그것들이 결국 하나의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서로 다른 표현일 뿐임을 밝혔습니다.
이로써 불교의 분열을 방지하고 교리의 통합적 이해, 즉 화쟁(和諍)을 실천했습니다.
고려 전기의 의천(義天)은 교학을 중심으로 선종과 밀교를 포섭하려 하였습니다.
그는 교관겸수(敎觀兼修)를 주장하며, 교학적 사유와 수행을 병행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선보다 교를 우위에 두되, 선도 포괄적으로 수용한 회통적 인물입니다.
반면 고려 중기의 지눌(知訥)은 선종 중심의 입장에서 교학을 수용한 인물로, 정혜쌍수(定慧雙修)와 돈오점수(頓悟漸修)를 주장했습니다.
그는 선과 교를 대립하지 않고, 오히려 둘의 통합 속에서 진정한 깨달음을 실현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의 회통불교는 한국불교의 수행 실천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조선 후기의 휴정(休靜), 즉 서산대사는 임제종을 기반으로 하되, 참선 수행뿐 아니라 염불, 독경 등 다양한 불교 실천을 포괄했습니다.
조선 후기 불교가 억불 속에서도 명맥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휴정의 이러한 교선일치적 회통 실천 덕분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불교의 회통성은 특정 인물의 주장에 그치지 않고, 시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실현되며 전통화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결론
회통불교는 단순한 절충이 아닌, 근본으로 돌아가려는 지혜의 융합.
한국불교는 갈등이 생길 때마다 화쟁과 회통의 에너지로 이를 극복해 왔음.
오늘날 한국불교의 모습은 다양함 속의 하나(多中之一), 통합적 깨달음의 길을 보여주는 귀중한 전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