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월결사 인도순례 10일차] 거리에 지천인 배설물이 눈에 익자 분별심도 옅어져
순례단 28km 행선해 파르사 도착, 보드가야까지 72km
밤새 울리는 축제 노랫소리 지친 순례단에 새로운 시련
마을마다 접시 모양으로 빚은 소똥 가득…문화이해 계기
부처님은 보드가야에서 성도를 하시고 법을 전하기 위해 사르나트(녹야원)까지 7일 만에 가셨다. 보드가야에서 사르나트까지 273km이니 하루에 40km가량을 걸으신 셈이다. 맨발에, 더운 날씨까지 길거리에서 자고, 걸식하셨을 부처님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초인적인 걸음이 아닐 수 없다. 무명으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법을 펴겠다는 대자비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은 2월18일 28km를 걸어 숙영지 파르사에 도착했다. 첫 번째 성지인 사르나트에서 8일간 하루 평균 25km를 걸어 두 번째 성지 보드가야까지 이제 72km를 남겨뒀다. 순례지원단의 물심양면 도움을 받으며 걸어도 지치고 힘든 길을 부처님께서 어떻게 그리 빠르게 가셨을까. 전법을 향한 부처님의 애틋한 마음을 생각하면 절로 숙연해진다.
순례 10일차에는 완연한 시골길을 걸었다. 물이 흐르고 주변으로 밀밭과 유채밭이 지천이었다. 지평선이 보이는 데까지 밭은 이어져 있었다. 겨울 건기철이라고 하지만 들판은 풍요로웠다. 그런데 이런 곳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이 이토록 남루한 것이 내내 이해되지 않았다. 어쩌면 계급과 차별을 당연시하는 신의 굴레에서 벗어나 누구나 평등한, 인간의 존중이 넘쳐나는 세상을 일러주셨던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멀어져서 그런 것은 아니었을까.
길은 가난한 마을만큼 곳곳이 파이고 부서져 힘들었다. 짙은 안개까지 일어 내내 구름 속을 걷는 듯했고, 이로 인해 오히려 졸음이 쏟아져 모두에게 무척이나 힘든 하루였다.
순례 10일차지만 인도의 독특한 생활문화로 인한 어려움은 계속됐다. 대표적인 것이 소음이었다. 전날 기찻길 옆 작은 마을에 숙영지를 마련한 까닭에 많은 순례단이 잠을 설쳤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해도, 밤과 새벽을 가리지 않고 들려오는 고성방가에 가까운 노랫소리는 행선에 지친 순례단을 더욱 힘들게 했다.
인도인들은 결혼하게 되면 보통 한 달간 잔치를 연다. 그중 일주일은 밤새 노래하고 춤추는 게 전통이라고 가이드들은 설명했다. 지구촌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진 나라이니 마을마다 밤새 노랫소리가 멈추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어제부터 오늘까지는 힌두교의 신인 쉬바의 기념일 중 가장 큰 축제인 마하쉬바라트리였다. 쉬바의 결혼을 기념하기 위해 이날 힌두교 사원에서는 24시간 쉬지 않고 쉬바를 찬양하는 노래와 경전을 대형 스피커를 통해 계속 흘려보냈다. 여기에 이슬람의 기도 시간을 알리는 ‘아잔’마저 수시로 귓가에 때렸다.
특히 당혹스러운 것이 거리며 집이며 지천으로 널린 배설물이다. 사람 사는 마을엔 둥근 접시 모양으로 빚어놓은 소똥이 가득했다. 인도에서는 소가 똥을 싸면 그 똥에 짚을 섞어 손으로 반죽해 넓적하게 편 다음 볕에 바짝 말린다. 사람들은 마른 소똥을 뜯어 불을 지펴 그 불로 추위를 견디고 음식을 만든다. 하지만 순례단이 걸어가는 도로 이곳저곳에는 동물의 배설물만 아니라 사람의 것도 적지 않다. 화장실이 있는 집이 많지 않아 사람들은 새벽 일찍 집 밖에서 볼일을 봤다. 순례 일정 대부분이 새벽에 이뤄지다 보니 순례단은 조고각하,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고 발밑을 살펴야 한다.
물론 문화의 차이이며 그 자체에 옳고 그름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우리와 다른 문화에 당황하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이제 다들 당연히 여기는 분위기다. 그렇게 다들 점차 분별심에서 조금씩 자유로워지고 있다.
탄묵 스님은 “문화가 다른 탓에 불편할 수도 있지만, 화장지 하나를 만들기 위해 베어지는 나무를 생각하면 오히려 이들의 생활방식이 불교의 생명존중 사상에는 더 맞는다고 생각한다”며 “아픔도 받아들이고, 고통도 받아들이고, 불편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회주스님의 말씀을 새겨 정진할 뿐”이라고 말했다.
동명 스님은 위 없는 진리를 깨달은 부처님께서 편안함을 버리고 길에 서신 연유를 생각하자고 했다. 스님은 “부처님은 모든 생명의 이익과 안락을 위해 우리처럼 공양하고 걸으며 법을 전했다. 우리가 이 부처님 길에 선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한다면 다른 것은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소박한 살림에도 순례단이 지나갈 때 환희심 내어 공양을 올리고 환영해 주는 모습에 큰 감동과 많은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진오 스님도 “걷지 않았으면 듣지도 볼 수도 만나지도 못할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있기에 매 순간이 소중하다”며 “이들에게 받은 한송이 꽃 공양에서 경전에 나오는 가난한 여인의 등불공양을 연상했다”고 앞으로 남은 여정에 대한 기대를 전했다.
순례단이 발길을 멈춘 파르사는 주민 1000명 가운데 500여명이 불교도인 지역으로 숙영지 바로 옆에는 부처님을 모신 마을 법당이 있다. 파르사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인 산푸르살라씨는 “이곳은 카스트제도 철폐운동을 펼친 암베드카르 박사의 영향으로 달리트(불가촉천민)들이 개종해 비교적 많은 수가 불자”라며 “한국불자들의 순례를 계기로 인도에 불교가 다시 퍼지길 바란다”고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파르사=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670호 / 2023년 3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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