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잊혀졌던 동네’ 서울 종로구 익선동 한옥마을에 최근 카페, 게스트하우스 등이 들어서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
한옥 정서 살린 카페 등 개점 잇달아… 종로 신흥 상권 부상 ‘금싸라기 땅’ 불구 재개발 멈춰… 역사적 가치 높아 보존 주장도
‘잊혀진 동네’였던 서울 종로구 익선동 한옥마을이 복고열풍을 등에 업고 최근 재조명 받고 있다. SNS(사회관계망 서비스)로 마을의 독특한 분위기가 알려지며 본격화됐다. 지하철 종로3가역 4번, 5번, 6번 출구로 나오면 복잡하고 좁은 골목이 나온다. 이 길 양쪽으로 키가 작은 한옥들이 옹기종기 모여 동네를 이룬다. 빛바랜 기와지붕을 오래된 나무 기둥이 지탱하고 있다. 쇠창살은 군데군데 녹이 슬었다. 한옥들 사이로 카페, 게스트하우스, 식당, 공방 등이 보인다. 대부분 한옥의 정서에 현대적 감각을 접목한 인테리어를 택했다. 전통찻집 ‘뜰안’은 전통 한옥집의 구조를 그대로 보존한 채 일부만 개조했다. 게스트하우스 ‘비빔밥’은 모르고 보면 사업장임을 전혀 눈치 못 챌 정도다. 집 대문에 간판만 걸어 놓은 수준이다. 개중엔 무너진 벽의 일부를 그대로 놔둔 채 인테리어 한 카페도 있다. 손님들의 연령대는 젊은 커플부터 중장년층, 어르신까지 다양했다. 6번 출구 뒤쪽 골목은 어르신들이 인근 낙원상가를 들를 때 꼭 거치는 곳이다. 값싼 맛집들이 많기 때문. 익선동은 1950년대 지방에서 상경한 이들이 자리를 잡았던 곳으로, 가난한 서민들이 주린 배를 채우던 곳이다. 칼국수전문점 ‘찬양집’, ‘할머니칼국수’, 서울에서 가장 저렴한 백반집(백반 한 상 3000원) ‘수련집’ 등이 그 명맥을 잇고 있다.
다른 골목의 한복집과 국악사도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 익선동은 한때 김두한이 즐겨 찾던 ‘오진암’ 등 요정들이 밀집해 있던 곳이기도 하다. 여성들이 인근 한복집에서 옷을, 국악사에서 악기를 구입했다. 이렇듯 최근 익선동에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다. 또한 과거의 상권에 최근 계속 늘고 있는 가게들이 가세해 종로의 신흥 상권으로 뜨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12일 가게 3곳이 영업 전 공사에 한창이었다. 익선동은 낙원상가나 탑골공원 등이 근처에 있어 노인층 유동인구가 많고, 복고 감성을 찾는 젊은층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좋은 상권이다. 낙원상가, 단성사, 피카디리 극장 등 종로의 상징적인 건물들이 5~10분 거리에 놓인, 서울의 지리적인 중심지 종로에서도 중앙에 위치한 ‘금싸라기 땅’이다. 또 지하철 1·3·5호선 환승역인 종로3가역 출구가 연결돼 있어 뛰어난 교통 편의성을 자랑한다. 경복궁을 비롯한 서울의 주요 관광지도 근접해 관광객들이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노기송 송정부동산 소장은 “몇 년 전만해도 버려진 빈집들이 넘치던 동네였는데, 지금은 공실이 별로 없다”고 전했다.
이렇다 보니 재개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지난 2004년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바 있지만 건물주들 이해관계가 얽히며 10년 간 개발이 전혀 진척되지 못해 지금에까지 이르렀다.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돼 서울시가 한옥 수선 및 신축비를 최대 1억원 내에서 보조·융자해주는 ‘한옥보전정책’ 대상으로도 지정되지 못했다. 현재 익선동 곳곳에는 버려진 집도 상당수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 마을을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익선동 한옥마을은 우리나라 최초의 건설업자 정세권씨가 1920년대에 계획하고 직접 지은 서민형 한옥 단지다. 익선동의 한옥을 ‘도시형 한옥’이라고 하는데, 전통적 건축양식을 도시공간에 적용한 것을 말한다. 이 기법이 적용된 한옥마을 중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곳이다.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미국의 ‘상업활동촉진지구’ 사례를 제시했다. 건물주, 거주자, 상가 세입자 등이 협의해 지역을 운영하는 기준을 세운다. 김경민 교수는 “주거지와 상업지역, 개발과 보존이 균형있게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