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오리(a priori)
한국칸트학회
“학자들이 개별적으로 쓰던 용어를 이제는 통일시키자는 데까지는 합의했습니다만, 모두가 만족할 만한 답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불만족스럽지만 ‘아프리오리(a priori)’는 아프리오리 그대로 쓰기로 했습니다.”
‘칸트전집’ 출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한국칸트학회 회원들은 한데 입을 모았다. 흔히 ‘선험’ ‘선천’ 등의 뜻으로 번역해 쓰인 ‘아프리오리’를 어떻게 번역할까를 두고 학회 차원에서 별도의 두 차례 학술대회까지 열었다. 저마다 각기 다른 주장을 내놓으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최소인 영남대 교수는 “번역하지 않고 원문 그대로 쓴다는 것에 개인적으로는 반대하지만, 워낙 의견이 엇갈려 어쩔 수 없다는 점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초월적‘ ‘초월론적’ ‘선험론적’ 등으로 다양하게 번역되던 ‘트란스젠덴탈(transzendental)’의 번역은 ‘선험적’으로 고정시키기로 했다. 김재호 서울대 교수는 “칸트가 쓴 뒤 하이데거, 후설 같은 후대 철학자들도 계속 이어 쓰는 서구 철학의 핵심개념일 뿐 아니라 ‘선험적’이라는 번역어로 우리 학계에서 그간 오래 쓰였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