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둥어 꽃밭
서산 동부시장 한 귀퉁이
망둥어 꽃밭이 있다
꾸들꾸들 말라가는 어떤 후생을
물골 주름진 손이 돌보고 있다
감람빛 플라스틱 쟁반 위에
배를 뒤집고 웃고 있는 꽃들
욕심을 도려내고 고집을 발라내고
남을 것들만 남아서 꽃이 된 물고기가
파도 무늬 잎맥 사이 새 삶을 앉혔다
할머니에게 꽃은 와룡이거나 봉추
비린 마음들이 쇠파리 떼를 부르는 초가을 오후
안전구역은 더 이상 안전하지 못해
사람들 비탈에 서서 꽃밭을 내려다본다
그것은 누군가의 꿈속에서 뭉근하게 졸인 이름이거나
달빛에 바삭 튀겨낸 울음
매캐한 국물 속을 휘젓는 뜨거운 소용돌이가 된다
준설토를 뒤집어 쓴 채 죽어가던 동무 생각에
가시별 하나 목구멍에 날아와 박힐 때도 있지만
어느 집 냉동실에서는 갈라파고스거북이만큼이나
오래 살고도 싶을 것이다
꽃 이상의 꽃들이 피어있는 할머니의 꽃밭
내홍을 견딘 꽃들은 같은 무늬의 흉터를 지녔다
다 늦은 저녁 허기진 이름들이 허겁지겁 그것을 살라먹는다
몇 겹의 어둠이 뭉쳐진 곳으로 빛과 바람이 피의 비밀을 나누며
다시 꽃으로 태어나는
순환하는 몸들이 가로림만 갯벌을 마구 달구다
이심전심 파도소리를 내며 둥그렇게 피어있다
이재린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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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마농꽃이 걸어서 우체국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