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놀아줄까요?
[2014. 11. 27. '아이조아~ 서울' 아버지 교육]
윤은주 교수(숙명여자대학교 아동복지학부)
놀이와 아버지의 역할
자녀와 놀이를 해주는 부모를 떠올릴 때 자연스럽게 어머니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EBS에서 방영된 ‘다큐프라임: 놀이의 반란’ 중 ‘아빠 놀이, 엄마 놀이’편에서도 우리나라 아버지들의 놀이 참여의 현실을 생생하게 조명해준 바 있다. 보건복지부의 2008년 아동종합 실태조사에서 1주일에 자녀와 놀아주는 횟수가 2회 이하인 아버지가 대부분이며 1년에 2회 이하도 25.5%에 달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유아기 자녀의 양육과 놀이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아버지들은 점점 더 자녀와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그러한 관계가 고착되면서 가정에서 주변인인 것처럼 느끼게 될 수 있다. 유아기부터 아버지의 양육 및 놀이 참여가 이루어져야 자녀와의 애착관계 형성을 비롯하여 자녀의 학습 및 발달 지원이 더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 태아기 및 유아기부터 자녀의 양육과 발달을 지원하는 데 있어서 아버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며 어머니의 역할을 보완해준다는 연구가 누적되고 있다. 아버지가 자녀의 양육 및 놀이에 참여할 때 어머니에 비하여 훨씬 더 동적이고 예측하기 힘들고 활기찬 아버지의 상호작용과 의사소통 방식이 가진 특성으로 인해 자녀의 지능지수 향상을 비롯하여 다양한 인지적, 사회적, 정서적, 신체적 역량이 촉진된다는 것이다. 즉 어머니와의 놀이와는 또 다른 아버지 놀이의 특징으로 인해 두뇌발달이 더 균형 잡히게 이루어질 수 있다. 자녀와의 신체놀이나 자극이 많이 제공되는 놀이를 통해 아버지는 자녀가 온 힘을 다 사용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하게 하여 자기조절 능력 및 인지능력을 돕는 반면 공감, 이해, 정서, 언어 능력이 뛰어난 어머니들은 정적인 놀이나 책읽기, 소꿉놀이를 통해 자녀의 사회화를 돕는다(Lamb, 2010). 그 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양육 및 놀이 참여는 그 자체로 어머니에게 심리적으로나 실질적으로 지원받고 있다고 느끼도록 해줌으로써 어머니의 양육 효능감과 양육 실제 역시 향상되는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육아정책연구소, 2012). 연구결과에 따르면 아버지의 참여는 자녀의 연령이 더 어릴 때부터 시작될수록 더욱 효과적이라고 한다.
특히 지금까지 간과되어 온 놀이 중에서 함께 같이 뒹굴고 서로 쫓고 쫓기며 싸우는 척하는 ‘거친 신체놀이(rough-and-tumble play)’가 영유아의 넘치는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발산하고 안전하게 신체를 조절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며 더불어 사회성을 발달시키는 데 있어서 효과적인 놀이라는 연구결과가 다수 발표되면서 이러한 거친 신체놀이, 바깥놀이를 비롯하여 풍부한 자극을 제공하는 적극적인 형태의 놀이를 함께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놀이 상대로 아버지의 역할이 급부상되고 있다. 현대 사회의 변화 속에서 아버지는 더 이상 어머니의 보조적인 역할이 아닌 공동 양육 책임자이다(Lamb, 2010). 아버지는 놀이의 형태 및 수준이 어머니와 질적으로 차이를 보이기에 그 역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놀이에 적극 참여하여야 할 것이다. 아래는 유아를 대상으로 연령별로 할 수 있는 놀이이다(유애열, 신혜원, 조혜진, 1999; Zero to three, 2004).
1. 출생~6개월 유아에게는 엄마가 바라보고 이야기를 걸어주는 것만으로 훌륭한 놀이가 될 수 있다. 딸랑이를 흔들어주거나 모빌을 달아주는 것 외에도 일상생활 경험이 즐겁고 따뜻한 놀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유아기 자녀와 부모가 함께 할 수 있는 놀이는 다음과 같다.
- 눈을 마주보며 옹알이에 반응해주기
- 아기에게 다양한 얼굴 표정으로 말 걸어주기
- 아기 기저귀를 갈아주거나 목욕시키고 마사지 해주는 등의 일상생활에서 신체 부분에 대한 이름을 말해주기
- 거울 앞에서 신체 부위에 대해 이야기하고 탐색하기
- 아기가 정서적으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노래 불러주기
- 물체를 따라 눈을 움직이거나 손발을 움직여볼 수 있도록 모빌을 달아주기
- 선명한 색의 물체를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천천히 아래위 좌우, 원형 등으로 움직이면서 아기가 눈으로 쫓을 수 있게 해주기
- 딸랑이를 양 손에 하나씩 들고 번갈아 가며 흔들어 아기가 주의를 전환시켜 집중하도록 하기
- 아기에게 딸랑이나 블록을 한 개 준 다음에 두 번째 것을 제공하여 동시에 두 개를 들고 탐색하도록 하기
- 눈과 손의 협응력을 기르고 꽉 쥐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아기용 운동기구 제공하기
- 배를 바닥에 대고 누워서 거울이나 사진 등의 흥미로운 물체를 보도록 함으로써 목과 몸통의 근육을 발달시킬 수 있게 해주기
2. 6개월~12개월 앞에서 제시한 기본적인 놀이에 더해 유아가 주변 환경이나 사물에 대해 더 많이 탐색하고 발달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어야 한다. 유아가 구르거나 기거나 앉아서 안전하게 탐색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상호작용해준다. 이 시기에는 특히 반복을 통해서 새로운 기능을 학습하고 생각하는 힘이 길러지므로 부모는 유아가 즐거워하는 놀이를 계속해서 반복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 딸랑이, 악기 등의 소리를 반복해서 내기
- 블록을 쌓아서 유아가 무너뜨리도록 하기
- 손잡이가 달린 퍼즐 놀이하기
- 함께 공 굴리는 놀이하기
- 장난감 전화기로 전화하는 흉내를 내주기
- 까꿍 놀이하기
- 장난감을 정리하며 치우는 놀이
- 목욕하면서 수도꼭지에 손가락을 대어 물 튀기기(손가락의 위치를 다양하게 해서 물이 튀는 방향을 조정해보기)
- 유아용 책 읽어주기
3. 12~24개월
이제 두 다리로 서서 걷을 수 있게 됨에 따라 유아가 발견하고 경험하는 놀이 세계는 그 전과 비교가 되지 않으리만큼 놀랍게 확장된다. 아장아장 걷고 달리고 올라가는 등의 신체적인 놀이 활동을 장려해줌으로써 신체 근육의 힘을 기르고 균형 감각이나 협응 능력을 신장시켜줄 수 있다. 이 시기의 유아는 스스로 뭔가를 해내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자신의 자율적인 성취에 자신감을 쌓아가게 되는데 놀이는 자녀가 경험하는 세계를 넓혀주고 그 속에서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는 기능을 한다. 또한 의사소통 중심의 언어발달이나 사물의 원리 이해를 비롯한 인지발달, 부모로부터 사랑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규칙을 익혀가는 사회성발달 등을 촉진할 수 있는 놀이 경험을 제공해줄 필요가 있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활동이 이 시기에 자녀와 할 수 있는 놀이이다.
- 숨고, 찾고, 잡으러 다니는 신체적 놀이
- 물건 찾기 놀이
- 가라앉거나 뜨는 다양한 물체를 활용한 물놀이
- 가족사진이 들어 있는 앨범을 보며 지적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 부모가 말하는 색, 도형 등을 찾기
- 손유희
- 핑거페인트
4. 24-36개월
만 2세를 넘어서면서는 점점 더 복잡한 사고가 가능해지며 상징적 사고능력이 발달한다. 특히 언어능력이 폭발적으로 발달하며 어휘와 문장력의 증가로 놀이도 더욱 풍부해진다. 신체적으로도 더 민첩하고 소근육 발달 측면에서도 정교한 움직임이 가능해지며 감정 이해와 표현 능력도 점점 발달한다. 이 시기에는 다음과 같은 놀이를 제공해줄 수 있다.
- 찰흙놀이
- 퍼즐
- 역할놀이
- 블록쌓기
- 책 읽기
- 지시에 따라 움직이다가 멈추는 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