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는 글루텐떡밥의 성분 중 글루텐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글루텐에 혼합된 감자나 부 성분을 좋아한다. 풀림속도를 더디게 하기 위해 글루텐을 더 첨가하는 것은 오히려 붕어를 쫓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중앙어수라상사의 글루텐떡밥 제조공정을 취재하면서 깨달았다.
▲글루텐떡밥의 성분. 좌로부터 글루텐분말, 잘게 부순 감자 후레이크, 부 분말, 열을 가한 전분(젤).
글루텐떡밥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결착력이 강하고 3배 가까이 부풀어 오르는 글루텐떡밥만의 특성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그를 알아보기 위해 중앙어수라상사의 떡밥 제조공장을 찾아보았다.
중앙어수라상사는 31가지의 전층낚시용 떡밥을 생산하고 있는 떡밥 전문업체다. 내가 공장을 방문해서 글루텐떡밥을 구성하는 성분들을 보고 싶다고 하자 마종승 사장은 흔쾌히 수락했다. 공장에서 내게 보여준 것은 20여 개의 포대자루. 거기엔 잘게 분쇄된 떡밥 재료들이 들어 있었다.
중앙어수라상사 마종승 사장은 “글루텐떡밥은 글루텐 3, 감자 후레이크(Flake) 6, 기타 성분 1의 비율로 혼합됩니다. 기타 성분엔 보통 밀기울 추출물인 부 성분과 향료, 젤과 같은 성분이 들어 있거나 고구마나 마늘 전분을 추가하기도 합니다. 붉은 색상의 딸기향 글루텐은 후 분말에 직접 딸기 분말을 넣거나 감자 후레이크에 딸기향 나는 붉은 색 안료를 섞어서 만듭니다”하고 글루텐떡밥의 성분을 설명해주었다.
포대자루에서 퍼낸 글루텐은 입자가 아주 고운 흰색 분말이었다. 감자 후레이크는 감자를 쪄서 얇게 자른 것을 잘게 분쇄한 것인데 나뭇잎 같은 형태였다. 여기에 밀기울에서 추출한 부 성분의 분말과 향료를 추가하는 식으로 혼합한 뒤 포장지에 담으면 제조과정은 끝. 글루텐떡밥의 각 성분은 다음과 같은 기능을 하고 있었다.
붕어 유혹하는 건 글루텐 아닌 감자 후레이크
■글루텐-떡밥이 빨리 풀리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그물망 구조의 섬유질이다. 다른 성분이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물속에 들어가면 얼기설기 엉킨 형태를 띠면서 감자 후레이크 등의 다른 성분을 감싸고 있다. 물을 먹은 감자 후레이크는 점차 부풀어 오르면서 풀리고 마지막엔 글루텐 섬유질만 바늘에 남게 된다.
■감자 후레이크-붕어의 입질을 실질적으로 유도해주는 성분. 일산과 국산을 통틀어 거의 모든 글루텐떡밥엔 감자 후레이크가 들어 있다. 물이 스며들면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다. 글루텐떡밥이 동그란 형태로 점차 커지는 이유는 부풀어 오르는 감자 후레이크를 글루텐이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감자 후레이크는 물속에 풀리면서 집어 기능을 한다.
■기타 성분-글루텐떡밥의 10%밖에 안 되지만 떡밥의 기능을 좌우할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치는 성분들이다. 밀기울 추출물인 부 성분은 떡밥을 부드럽게 하는 기능을 한다. 부 성분이 들어가지 않는 글루텐떡밥은 거칠고 시간이 지나면 반죽 상태가 변하는 등 문제가 발생한다. 젤은 열을 가한 전분으로서 떡밥을 끈기 있게 해준다. 소량 첨가한 향료는 떡밥의 향을 결정한다.
글루텐과 물의 함유량이 풀림속도 좌우한다
글루텐떡밥에 대한 낚시인의 궁금증 중 하나가 바로 풀림속도다. 토종붕어 대물낚시인들은 다대편성과 오랜 기다림에 적합한 ‘잘 풀리지 않는 글루텐떡밥’을 원하기도 한다. 글루텐떡밥 성분 중 풀림을 좌우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마종승 사장은 ‘글루텐 함유량과 물 배합 비율’이라고 설명한다.
“글루텐떡밥의 물 배합 비율은 보통 1:1입니다. 여기서 물의 양을 0.8로 줄이면 1;1로 배합한 것보다 떡밥이 더 단단하게 뭉쳐지기 때문에 물속에서의 풀림 속도가 더뎌지는 것입니다. 또 글루텐의 함유량이 많은 글루텐떡밥도 더디게 풀립니다. 저희 회사 제품으로 알파21은 글루텐 함유량이 무려 50%에 이르는데 다른 제품보다 훨씬 더디게 풀립니다.”
점도를 높이고 싶다면 밀가루전분을 추가하라
글루텐떡밥의 풀림속도가 글루텐 함유량에 의해 좌우된다면 지금 사용하는 떡밥에 글루텐을 첨가하면 되지 않을까? 실제로 대물낚시인 중엔 글루텐 분말을 더 첨가해 사용하기도 한다. 중앙어수라상사에서 ‘글루텐 원액’이란 제품명으로 글루텐 분말을 판매하고 있다.
이에 대해 마종승 사장은 “글루텐떡밥에 글루텐을 첨가하는 이유는 결국 점도를 높여서 풀림속도를 더디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정확히 알아야 될 게 있어요. 글루텐 자체는 질긴 섬유질이기 때문에 붕어가 좋아하는 성분이 아니라는 겁니다. 어떤 낚시인은 글루텐을 한 컵씩 더 넣어서 떡밥을 개기도 하는데 그렇게 하면 떡밥은 껌처럼 변해 버립니다. 풀리지도 않은 채 그대로 있기 때문에 붕어가 관심을 보이지 않아요. 글루텐을 첨가한다면 전체 양의 10% 정도가 적당합니다”하고 글루텐 활용법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그의 말을 들어보니 낚시인들이 흔히 ‘글루텐은 그 자체로도 입질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심각한 오류임을 알 수 있었다. 결국 글루텐떡밥에 글루텐을 과다 첨가하는 것은 감자 후레이크의 풀림 자체를 막는 결과를 낳는다는 얘기다. 마 사장은 글루텐떡밥의 점도를 높이려면 글루텐이 아니라 밀가루전분을 섞어서 써보라고 추천했다. 중앙어수라상사의 ‘중모리’와 마루큐의 ‘점력’이 밀가루 전분 제품이다.
“밀가루전분은 말 그대로 입자가 고운 밀가루입니다. 입자가 매우 곱기 때문에 다른 떡밥과 혼합되면 더욱 끈끈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어요. 우리 회사 제품으로는 중모리가 그런 제품인데 원래는 집어떡밥인 감자떡밥의 점성 강화를 위해 개발한 제품입니다. 글루텐떡밥 100cc에 중모리 30cc를 섞으면 2~3배 더디게 풀리는 효과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