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올림픽에서 딴 금메달 9개 중 4개의 주인공(이원희·유승민·박성현·정지현)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여드름이다.
주로 10대들의 고민거리로 알려져 있지만 성인들에게도 문제가 되곤 한다. 사춘기에 접어들 때쯤 시작해 피부를 괴롭히는 여드름은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성인이 된 많은 여성들을 괴롭히기도 한다. 치료하지 않더라도 한때 생겼다가 없어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잘못하면 평생을 가는 흉터를 남기기도 한다.
#어떻게 생기나
여드름은 모공이 막혀서 생기는 피부질환으로 얼굴, 목, 가슴, 등, 어깨부위에 주로 생긴다. 피부 표면에는 피지를 만들어내는 지방샘이 많이 분포하는데 여기에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피지가 과잉 생성되면 모공을 막게 된다. 이때 세균이 번식하게 되면 여드름이 생긴다.
우선 사춘기 때에는 호르몬양의 상승으로 피부에 있는 피지선의 증식을 일으킨다. 이것은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서 발견되는 남성호르몬의 영향 때문이다. 피지선의 증식으로 피지가 생성되고 이것이 모낭을 막으면 세균의 성장에 좋은 조건을 제공하게 된다. 이렇게 성장한 세균은 모낭벽을 파괴하게 된다. 이때 떨어져 나온 세포들과 피지, 세균이 고름과 종창을 유발하여 여드름을 형성하게 된다. 특히 지성 피부인 경우에는 피지의 생산능력이 더욱 뛰어나 심해질 수 있다.
건양대병원 피부과 김용환 교수는 “사춘기가 지난 성인에게도 여드름이 흔히 문제를 일으키곤 한다”며 “사춘기의 여드름과는 달리 쉽게 없어지지 않으며 대부분은 호르몬의 불균형 상태에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특히 남성호르몬 농도가 높을 때가 많으며 이는 남성호르몬이 피지선을 자극, 피지 생산을 증가시키므로 여드름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피지를 먹고사는 여드름균(Propionibacterium acne)과 모낭충(Demodex follicularum)에 의한 감염이다. 여드름균은 혐기성 균으로, 모공 둘레나 모낭의 누두부에 주로 살며 모낭벽이나 모공 주위의 세포에 염증을 유발하게 된다. 모낭충도 주로 코 주위나 T존 부위의 모공 둘레에 기생하며 모낭 둘레에 염증을 일으켜 여드름을 유발하게 된다.
그밖에도 화장품 등을 통해 유분, 왁스, 타르 등에 피부가 노출되었을 때도 여드름이 생길 수 있다. 변비약 등의 약물복용도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운동선수들의 경우처럼 물리적인 자극과 땀이 함께 작용해 생기기도 한다.
#증상과 종류는
여드름 초기에는 이마나 뺨 등에 우윳빛 좁쌀같은 것이 생긴다. 이어 피지속의 여드름균 등 세균에 의해 붉게 변하는 구진 상태를 만들고 구진성 여드름이 심해지면서 노랗게 변하는 화농성 여드름으로 변한다. 이 화농성 여드름은 다시 초콜릿색의 고름주머니인 낭을 만들어 피부에 흉터를 남긴다. 또 이것이 굳어지면 결절을 만들어 보기 흉한 흉터로 남게 된다.
종류도 다양하다.
우선 가장 많은 형태의 여드름인 심상성 여드름은 경미한 염증이나 2차 세균 감염이 나타날 수 있고 이런 것들이 터져서 딱딱한 덩어리가 생기기도 한다.
켈로이드성 여드름은 곪는 여드름이 계속 지속되며 내용물이 터져 나오고 아프기도 하다. 주로 턱 근처에 많이 생기며 치료를 위해서는 경구약을 오래 복용해야 한다.
또 응괴성 여드름은 고름 같은 분비물이 여기저기서 분출되는 큰 농양이나 고름 주머니, 염증성 결절 등이 특징적으로 나타나며 치료기간이 길다. 등, 목뒤, 엉덩이와 뺨 아래쪽에 잘 생기며 치료 후에도 심한 흉터나 켈로이드성 흉터가 남는다.
이와 함께 월경전 여드름은 기존의 여드름이 월경이 시작되기 약 1주일 전에 심해지는 경우다. 피임제를 사용하여 예방할 수 있지만 피임제를 장기간 사용할 때 다른 부작용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치료와 예방은
여드름 때문에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고통을 느끼고 일반 판매약으로 치료가 되지 않아 흉터가 생길 것 같으면 피부과 전문의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피부과 전문의는 각 개인의 여드름 상태에 따라 적절한 치료방법을 알려준다.
아로마
벨피부과 신창식 박사는 “여드름 치료는 지속적으로 해야 새로운 여드름의 출현을 막을 수 있다”며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알맞은 치료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물론 여드름의 치료에 있어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다른 원인(화장이나 로션)에 의해 생긴 여드름 발진에는 먹는 약을 사용해야 하며 드물게 호르몬 불균형으로 여드름이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에는 병력을 의사에게 말해야 한다.
여성들의 경우 월경 양상의 변화를 의사와 상의해야 하고 시중에 있는 일반적인 여드름 약이 경미한 여드름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너무 자주 사용하게 되면 피부를 건조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 비타민A 등의 약제는 모낭이 막히는 것을 막고, 세균을 줄여줄 수 있으나 피부가 건조해질 수 있다. 이밖에 항생제는 심한 여드름에 사용한다. 여드름을 짜는 행위는 발진을 심화시키고, 종창, 염증, 심지어 평생 흉터로 남을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신박사에 따르면 최신 외과적 요법으로는 크게 4~5가지로 웬만한 여드름은 치료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우선 모공속의 여드름 배출을 쉽게 하기 위해 미세한 피부화학박피술과 레이저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또 피지속 세균억제를 위한 ‘불루 라이트 광선요법’, 그리고 피지 생성 억제를 위한 광화학요법, 여드름 부위에 크림을 바르고 특수파장의 광선으로 피지선을 퇴치시키는 방법 등이 있다.
다른 질병도 마찬가지지만 여드름의 치료에 있어서 항상 염두 에 두어야 할 것은 적절한 치료를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 한번의 치료만으로 영구적으로 여드름을 제거할 수 있는 치료법은 없기 때문이다. 적절한 치료와 관리만이 여드름으로 인한 흉터 등을 예방할 수 있다.
흔히 여드름은 더러워서 생기는 병이라고 생각해 하루에 세안을 여러번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틀린 생각이며 너무 자주 닦는 것은 오히려 여드름을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하루에 두 번씩 따뜻한 물로 비누를 이용해 닦는 것이 좋다.
또 여드름을 막기 위해 편식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드름을 유발하는 특정한 음식은 없다. 음식과는 상관이 없으므로 여드름을 핑계로 편식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선탠을 해서 여드름을 가려보려고 하지만 이는 궁극적으로는 피부노화 및 피부암 등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 다만 자신에게 맞지 않는 화장품이 여드름을 유발할 수도 있으므로 여드름을 유발하지 않는 화장품을 선택하고 자기 전에는 반드시 세안하여 화장품을 제거해야 한다.
〈이준규 의학전문기자·보건학박사 jklee@kyunghyang.com〉
》여드름에 관한 오해
미신1:여드름은 지방질이 많은 식품을 과잉 섭취하는 것이 원인이다.
사실:요즈음에 와서는 음식물은 여드름과 거의 관계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미신2:피부가 불결할 때 여드름이 생긴다.
사실:여드름은 피부를 깨끗이 하지 않아 생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씻어 피부에 심한 자극을 주게 되면 여드름이 악화될 수 있다.
미신3:성행위도 여드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사실:성행위는 여드름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성인 여드름과 10대 여드름의 차이점
성인 여드름은 10대들의 여드름에 비해 정도가 심하지 않은 것이 보통이다. 성인 여드름과 10대 여드름의 주요한 차이점은 성인 여드름의 경우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드름은 보통 10대들에게 문제가 되는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성인은 자신에게 여드름이 생겨도 그것을 여드름으로 쉽게 인정하지 않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경우가 많다.
》성인 여드름 환자수는 어느 정도인가
성인의 약 5분의 1이 여드름으로 고생한다. 사춘기를 지나서도 여드름이 계속 생긴다면 괴로운 일임에 틀림없다. 10대때 여드름으로 고생한 사람 가운데는 20대 이후까지 여드름이 계속 생기거나 나이가 들어 처음 여드름이 생기는 사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