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에서만 생활하는 생활이 이어지면서, 저절로 여행에 대한 욕망이 끓어올랐다. 하지만 밖에 나서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을 돌아다닌다는 것은 무척이나 도전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래도 바깥공기가 쐬고 싶었던 우리는 사람들을 적게 마주칠 수 있는 곳을 선택하기로 했다. 끊임없는 검색 끝에 제천에 있는 포레스트 리솜이 결정되었고, 미련 없이 떠났다. 여행을 다녀온 이후에도 이곳에 묵는 선택을 한 것은 꽤 잘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언택트 힐링 여행지, 포레스트 리솜


포레스트 리솜은 이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언택트 힐링 여행지로 유명한 곳이었다. 프라이빗 산장 빌라 콘셉트로 하여 구학산, 주론산 사이에 위치한 이곳은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방식으로 개발된 친환경 리조트로 사람들에게 느린 속도로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곳이었다. 숙박 시설이 숲속 곳곳에 숨어있어 사람들이 있어도 잘 보이지 않고,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음이온과 피톤치드를 오롯이 느낄 수 있도록 산책할 수 있는 산책로가 곳곳에 있는 이 리조트는 일상에서 찌들었던 우리의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었다.




리조트 내에 여러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이곳의 매력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에 있었다. 이곳에서 2박 3일 동안 하루 청평호에 다녀온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시간에는 하늘과 숲만 바라보며 느긋하게 쉰 것이 전부였다. 그저 널브러져 있었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인듯하다.




덕분에 자연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무가 보여주는 색다른 초록빛, 하늘의 말간 파란빛, 이른 아침에 살짝 얼굴을 내밀었다가 금세 사라졌던 수줍은 달의 흔적은 이곳을 더욱 신비롭게 만들어주었다. 일어날 때부터 새소리가 들린다. 신선한 숲속 향기가 마음을 설레게 한다. 테라스에 미리 가져온 캠핑 의자를 놓고 그저 자연을 만끽했다. 그저 멍하니 숲속을 바라보며 문득, 이런 맛에 자연을 찾아다니는구나라는 깨달음이 왔다. 여행을 한다고 하면 일단 맛있는 것을 먹고 마시고, 발에 땀나게 돌아다녀야 할 것만 같았는데, 오히려 풍경에 넋을 놓아도 충분하다니. 이런 사실을 깨닫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포레스트 리솜이 있는 제천시는 충청북도 북동부 중앙에 위치한 도시다. 국민가요인 울고 넘는 박달재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포레스트 리솜은 박달재 자연휴양림과 무척 가깝다. 아예 들어서는 길목에 박달재 자연휴양림 입구를 거쳐가야 할 정도이니 말이다. 덕분에 우리는 여행 내내 잘 알지도 모르는 국민가요를 흥얼거렸었다.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던 여행이었지만, 휴식과 힐링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제천의 그 유명하다는 제천 10경을 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의림지, 박달재, 월악산, 탁사정, 청풍문화단지, 옥순봉, 배론성지... 늘 그렇지만, 여행에 돌아온 다음에 아쉬운 마음이 들어 여행지를 검색하면 갈 곳이 그렇게나 많다. 이런 아쉬움 때문에 다시 여행을 떠나게 되는 것이긴 하지만.
청풍호의 매력을 더하는 모노레일 여행
늘 여행을 떠나면 해가 지기 전까지는 숙소에 돌아오지 않는 것이 우리가 하던 여행 방식이었다. 그러나 제천에서는 쉬고 또 쉬기만 했다. 결국, 좀이 쑤시던 우리는 청풍호에 가기로 했다. 때마침 네이버 지도에 청풍호 관광 모노레일이 추천되었기 때문이었다. 충주호 중앙에 위치한 비봉산 정상까지 25분 만에 도달할 수 있다는 모노레일 정보와 함께, 멋들어진 청풍호의 풍경이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 영영 일어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방바닥에서 몸을 떼어 색다른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포레스트 리솜에서 청풍호까지 한 시간 남짓, 차를 타고 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고 길었다. 호수를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도로는 처음엔 신기하게 느껴졌지만, 이내 지루함을 느끼게 했다. 아니, 지루함보다는 멀미가 느껴졌다. 그만큼 도로의 곡선은 끊임없었다. 호수에 잔잔히 떠있는 낚싯배가 부러워질 때가 될 때쯤, 드디어 모노레일을 탈 수 있게 되었다.


청풍호 관광 모노레일은 청풍호 호반 케이블카, 시네마 360, 환상 미술관과 함께 청풍호를 대표하는 관광상품이다. 모노레일 위를 달리는 기차는 생각보다 작았고 주황빛을 띄고 있어서 귀여움을 자아냈다. 하지만 귀여운 모습과 달리 레일의 경사는 어마어마한 편이었다. 최대 경사가 45도인 곳이 종종 있었는데, 실제로는 마치 90도 정도로 느껴졌다. 내려갈 때에는 이미 겪어보기도 했고 오를 때보다는 경사가 그리 심한 곳이 없어서 그나마 즐겼지만, 올라갈 때는 아무것도 몰랐기에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날 것의 자연을 느끼며 오르는 모노레일은 그렇게 아찔했다. 익스트림 스포츠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좋아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인터넷의 관람평을 보니 모노레일이 재밌었다고 한 사람과 무서웠다는 사람이 반반이었다.) 그 험난한 25분이 흐른 후, 드디어 비봉산 정산에 올랐다. 그리고 우리는 가슴 벅찬 청풍호의 풍경을 마주했다.



청풍호는 제천시 청풍면 일대에 만들어진 호수로 1985년 충주댐이 건설되면서 인공적으로 조성되었다고 한다. 제천과 충주에 넓게 걸쳐져 있기 때문에 충주지역에 속하는 호수는 '충주호'로 제천지역에 속하는 호수는 '청풍호'로 불린다고 한다. 전망대에서 청풍호의 모습을 360도로 둘러볼 수 있다. 눈앞에 호수와 산이 끊임없이 펼쳐지는 모습은 절로 감탄을 연발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든 풍경 덕분에 숙소를 떠날 때부터 산 정상에 오를 때까지 지치고 힘들었던 순간이 말끔히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멋진 자연 속에서 네모 반듯한 논밭의 풍경과 더불어 청풍대교의 멋진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자연의 모습을 해치지 않으면서 각자의 멋짐을 뽐내고 있는 풍경이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면, 모노레일이든 등산이든 간에 오를 수 있다. 청풍호가 우리나라 중부 최대의 관광지로 유명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연을 보고, 느끼고, 그리고 맛보다


청풍호의 수려한 풍경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주변에 있는 송어 횟집에서 늦은 점심을 먹으며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원래 송어회는 송어 양식이 활발하게 이루어진 강원도 춘천에서 특히 즐겨먹었다고 하는데, 강원도와 가까운 제천에서도 송어회를 맛볼 수 있었다. 강에서 태어나 바다에서 살다가 산란기에 강으로 돌아가는 연어과의 어류로 회의 모습도 연어와 흡사해 보였다. 하지만 연어보다 담백하고 쫄깃해 더 매력적이었으며 살짝 흙맛도 느껴지는 것도 신기했다. 모노레일의 독특한 체험과 청풍호의 아름다움, 그리고 송어회까지 맛볼 수 있어서 무척 알찬 하루를 보냈다. 포레스트 리솜을 가지 않았다면, 이 모든 것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자연과 더불어 자연을 맛보는 충만한 여행이 무척이나 즐거웠고,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