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있었던 이야기

[이성애]

중학교 때 있었던 이야기

중학생 시절 잠시 남문시장 인근에서 한 달간 살았다. 부산에서 대학을 다니던 언니가 엄마에게 “아이들 방학 때 대구에 가서 학원에 다니는 게 좋겠다. 더 열심히 공부에 집중할 것이다.” 하였다. 자녀 공부에 관심이 많은 엄마께서는 남문시장에서 장사하는 감나무 집 아들네 집으로 남동생과 나를 보냈다. 태어나서 한 번도 하지 않은 자취생활을 친척도 아닌 집에서 했다. 그 집은 한옥이었는데 주인 부부는 남문시장 가게에서 숙식하면서 장사를 하였기에 집에는 자주 오지 않았다. 장삿집은 좁아서인지 주인집 어린 남매는 잠과 일상생활은 한옥에서 우리와 같이했다. 둘만 지내다가 우리가 있어서 좋았는지 다정하게 잘 대해주고 잘 따라서 친하게 지냈다. 나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밥을 해서 엄마가 미리 마련해준 반찬으로 동생과 밥을 먹고 유신학원까지 걸어서 공부하러 갔다. 학원이 끝나면 남문시장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길을 익혔다. 차츰 다니던 길이 익숙해지니까 시내까지 돌아다니면 주변을 탐색했다. 휴대폰이 없던 시절이라 엄마에게 연락할 때는 공중전화를 이용했다. 우리 남매를 믿어서인지 엄마는 크게 걱정하지 않으셨다. 한 달간의 유학 생활을 끝내고 집으로 왔을 때 엄마는 우리를 많이 기특해하셨다.

독일로 간호사가 파견되던 시절에 외사촌 언니가 독일로 간호사로 갔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독일에서 간호사 생활이 얼마나 힘든지 까맣게 모른 채 매달 보내오는 월급이 모두의 자랑이던 시절이었다. 엄마에게도 꿈이 생겼다. 일곱 명의 자녀를 키우는 고단하고 힘든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 중 하나는 딸 중 하나가 간호사가 되는 것이었다. 엄마의 꿈인 간호사가 되기 위해 언니는 노력했고 마침내 간호사가 되었다. 간호사 언니는 보건소에 근무하다가 결혼 후 직장생활을 접었을 때 엄마의 섭섭함과 상실감은 무척 컸다. 다행스럽게 엄마는 나에게 간호사가 되기를 강요하지 않으셨다. 그냥 좋은 가방 들고 예쁜 옷 입고 건강하게 자유롭게 즐기면서 살기를 바라셨다.

지금 생각해보니 엄마와 언니는 내가 작은 곳에 머물지 말고 더 큰 곳으로 나아가기를 바랬다. 낯선 곳의 생활의 두려움도 모르는 채 학원에 다니고 일상생활의 모든 걸 책임졌던 간 큰 내가 그때 있었다. 잠깐의 유학 생활이 내 인생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까? 빗물이 모이고 모여서 냇물이 되고 강물이 되듯이 살면서 겪은 많은 경험이 모이고 모여서 지금의 내가 있는 것 같다.

지금도 늘 지지해주시는 어머니께 감사드립니다.                                                                2023.3.11

[이성애]

워낙 오래된 일이라서 학원이름이 유신학원이 맞는지 알 수가 없네요.
그때는 지금보다 사람들이 순수했기에 어린 남매의 자취생활이 순조로웠습니다.

[이미경]

엄마와 언니.... 참 정겨운 이름이지요. 선생님 글 읽다보니 저도 세모녀 함께 했던시절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