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또 다른 바벨탑 ‘인류세’
손 광 익 명예교수(공과대학 건설시스템공학과)
바벨탑은 성경(Bible)의 〈창세기〉에 등장하는 건축물로 인간들이 하늘에 닿으려고 탑을 계속 쌓았고 이것을 본 야훼(하나님)가 사람들을 온 땅으로 흩어 버린 구조물로 성경을 모르는 사람들도 다 알고 있는 이야기다. 바벨은 히브리어 bala에서 나왔다고 하는데 ‘혼란을 낳다’는 뜻으로 혼란을 만드는 탑이란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성경에서 나오는 바벨탑은 오래 전에 이미 사라진 것일까? 아니면 인류는 지금 또 다른 바벨탑을 쌓고 있는 것일까? 지구 생명체의 최상위에 있다는 인류는 자신들에게 유익한 지구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오만으로 인해 자멸할 수 있는 혼란의 세계에 빠져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고자 한자.
환경은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대기, 물, 토양, 동식물, 인간의 생활공간 등을 포함한다. 우리가 숨 쉬고 먹고 마시며 생활하는 모든 것이 환경과 연관되는 것이다. "인류세(Anthropocene)"란 "인류의 시대"로 인간 활동이 지구 환경(지질적, 지리적, 기후적 특징) 및 지구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를 의미한다. 이 개념은 2001년 네덜란드 화학자 Paul J. Crutzen이 처음 제안하였는데 인간이 화석연료를 대규모로 사용하면서 배출된 온실가스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즉, 인류세는 인간에 의한 지구환경의 변화로 약 1만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지질시대인 홀로세(Holocene)와 구별되어 지구환경의 특징이 인류활동의 결과로 나타나는 지구 환경오염, 자원 소비, 기후변화, 생물 다양성 감소, 생태계 변화 등으로 특징지울 수 있는 또 다른 개념의 지질연대기를 의미한다.
많은 사람들이 매스컴을 통해 기후위기 등에 대한 심각성과 경고를 접하고 있으나 이에 대하여 얼마나 인식하고 있는지 인류활동이 또 다른 바벨탑은 아닌지 돌아보기 위해 최근 이상기후 등 인류가 겪고 있는 지구환경 변화를 이해할 수 있는 인류세, 이상기후, 지구온난화, 탄소중립, IPCC 등의 키워드에 관해 상식적인 수준에서 알아보고 이들의 관계를 소개하고자 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하여 북극 지역의 빙하와 해빙이 가속화되고 그린란드의 대규모 빙하가 빠르게 녹아내려 해수면 상승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2023년 11월에 1907년 기상관측 이래 최고 온도가 관측되는 등 지구 여러 지역에서 극심한 기온변화로 폭염과 추위가 예상보다 강력하고 오랜 기간 지속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또한 2022년 힌남노와 같이 500년에 한번 나타날 정도의 강한 폭우로 인한 홍수로 포항지역 지하주차장이 물에 잠겨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극심한 홍수를 겪었으며 반대로 봄에는 전례 없는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이 전국에 발생하던 시간을 기억하고 있다. 특히 높은 온도와 건조한 날씨로 인하여 미주, 유럽 등에는 치명적인 산불이 발생하여 캐나다의 경우 몇 달 동안 산불이 지속되기도 하였다.
지구온난화는 단순히 물 문제뿐만 아니라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쳐 인류의 대재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엘리뇨와 라니냐 현상으로 인한 바다 생태계의 멸종은 물론 전 지구적으로 적도와 같은 열대지역이 남북으로 확장하면서 적도에 주로 서식하던 박쥐의 서식처가 중국남부, 라오스, 미얀마지역 까지 확장되었고 지난 세기 윈난지역에 박쥐 40종이 추가로 늘어났으며, 유전자 분석을 통해 100종 이상의 박쥐 기원 코로나바이러스가 이들 박쥐에 깃들어 살고 있음을 발견 한바 있다. 이는 코로나19 기원을 추적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한다(Robert Beyer, 2021, 케임브리지대학).
인류와 지구상 동물의 무게 비는 1만년 전 1% 미만에서 현재 96~99%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인류가 동물과 접촉할 기회가 훨씬 많아졌음을 의미하며 동물에 살던 바이러스가 인류에게 전이될 가능성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2002년 사스, 2012년 메르스, 2021년 코로나가 사양고양이, 낙타, 천산갑으로부터 시작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로 생태계 변화는 인류가 이러한 질병의 위험에 노출될 기회가 더 많아진 것을 의미한다.
지구온난화는 지구표면의 평균온도가 올라가는 현상으로 건강한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복사선(태양광)을 받아 지표면에 흡수된 후 그 일부를 열복사선(적외선) 형태로 지구 밖으로 방출하는 과정에서 대기 중에 존재하는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등)가 이 열복사선의 일부를 흡수하며 지구의 평균온도를 15℃로 유지하게 된다. 그러나 과다한 온실가스의 존재는 지구 표면의 반사열이 지구 밖이나 대기권으로 방출되는 것을 방해하여 지구의 평균 기온을 상승시키게 된다. 또한 이산화탄소는 오존층을 파괴하고 오존층 파괴는 인체에 해로운 자외선(UV-B) 유입을 증가시켜 지구의 생태계 전반에 걸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면 이 온실가스는 어디로부터 기인하는가? 19세기 초에 시작된 산업화, 기술 발전, 인구 증가, 도시화, 에너지 소비 증가 등 산업혁명 시대로부터의 인류활동으로 인해 대규모 화석연료 사용, 산업 및 농업의 변화, 도시 개발 등이 가속화되었으며, 이는 지구온난화 등 지구 환경에 큰 영향을 미쳤다. 아래 그림에서와 같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와 지구의 평균온도와의 관계를 보면 이산화탄소와 지구온난화의 분명한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온실가스 배출량 80%를 차지하며 규제가 가능한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 지수(GWP)의 기준이 되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만약 누군가가 온난화로 겪고 있는 지금 정도의 지구환경은 인류가 견딜만 하다고 한다면 우리는 온난화와 함께 살아가도 괜찮을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을 얻고자 한다면 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보고서가 도움이 될 것이다. IPCC는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1988년에 공동 설립한 국제기구로, 195개 회원국이 IPCC의 멤버이다. IPCC는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와 그로 인한 영향 그리고 미래 위험성과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 및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옵션에 대한 정기적인 평가를 제공하고 있다. 2022년에는 6차 보고서가 출간되었으며 인간 활동의 결과물로 방출된 온실가스로 인해 지구 온난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온실가스가 현재 추세대로 증가할 경우 지구에는 어떤 환경변화를 겪게 될 것인지에 대해 5가지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SSP; Shared Socioeconomic Pathways, 공통사회 경제경로)로 나누어 각각에 대한 미래 전망과 함께 지금보다 지구온도가 1.5℃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인류가 노력해야 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http://www.climate.go.kr/home/CCS/contents_2021/Definition.html#;).
우리가 기억해야 할 중요한 점은 만약 지금의 온난화가 지속되는 경우 극지방의 많은 빙하가 지금보다 더 많이 녹아 빙하 속에 갇혀있던 메탄가스가 방출되게 되는 환경에 도달할 때 발생되는 현상이다. 이산화탄소보다 더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가스로 인해 지구는 더워지고 더욱 더워진 지구로 인하여 가속화되는 빙하의 녹음현상은 더 많은 메탄가스를 방출하게 되는 되먹임(Feed back)현상으로 이어져 인간의 노력으로는 더 이상 극복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하게 된다.
우리는 지금 아래 그림 역(逆) Y의 분기점에 서 있는 상황으로 지구온난화가 지속되어 지구환경이 우측 아랫방향으로 향할 경우 되먹임 현상을 통해 지구환경은 회복불능 상태인 아래 그림에서의 ‘Hothouse Earth’점에 도달하게 될 것이며 이는 또 다른 바벨탑의 흩음과 인류 멸망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Trajectories of the Earth System in the Anthropocene (Will Steffen 외 3인, 2018)
이러한 관점에서 온실가스 증가를 막기 위한 탄소중립이 중요하게 되는데 탄소중립이란 개인이나 회사, 단체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만큼 다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대책"을 마련하여 이산화탄소가 실질적으로 배출되는 양을"0(zero)"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탄소 제로(carbon zero), 넷 제로(net zero)라고도 불리며, 온실가스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양을 정확하게 계산하고 배출된 탄소의 양만큼 나무를 심거나 태양력, 풍력발전 등과 같은 청정에너지 분야에 투자하여 오염을 상쇄시킨다는 개념이다.
결론적으로 지구에서 인류가 살아남으려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온 지구인의 노력이 필요하며, 화석연료 대신 재생에너지의 사용 확대와 함께 숲의 파괴를 막고, 나무를 심어 탄소 흡수를 늘리는 탄소중립의 노력이 필요하다 하겠다. 너무나 제한적인 소개지만 본 기고를 통해 지구온난화 등 인류활동으로 인한 지구환경의 악화상황과 후손이 살아가야 할 지구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지금 우리의 선택은 무엇인지? 그리고 혹 인류활동으로부터 시작된 인류세가 이 시대의 바벨탑은 아닌지?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