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반란, 차드의 액슨모빌 석유자산 국유화와 도미노적 현상의 가능성>
Han Seol 2023. 3. 26. 10:37
3월 25일 내전으로 유명한 '차드'가 미국 석유회사 액슨모빌의 석유 자산을 국유화했다. 바야흐로 아프리카가 서구를 상대로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부르키나파소'는 프랑스 군을 23년 2월 말까지 모두 철군하라고 요구했고,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3월 2일 프랑스는 아프리카에 더 이상 개입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부르키나파소와 차드에서 일어나고 있는 서구 축출이라는 현상은 앞으로 세계 정세를 읽는데 매우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금까지 아프리카는 아시아와 달리 아무말 못하고 서구의 영향력 하에서 꼼짝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아프리카가 서서히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아프리카의 변화뒤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있다. 부르키나파소에서 프랑스 외인부대가 철수하는 자리에 러시아의 바그너 그룹이 대신 자리를 잡았다. 부르키나파소는 안보를 프랑스 아닌 러시아에 맡긴 것이다. 푸틴은 시진핑 방문 중에 아프리카의 채무 200억 달러를 탕감한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200억 달라의 부채 탕감이란 어마어마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중국은 최근까지 아프리카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서구는 제국주의 약탈자이며, 러시아와 중국은 자신들을 지원하고 도와주는 국가로 인식되는 것이다. 아직 전세계적인 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보이는 러시아가 아프리카 국가들로부터 우호적인 인식을 얻게 된 것은 소련시대의 유산이 크게 작동했다고 하겠다. 소련의 지도층인 노멘클라투라는 부패하고 비효율적이었지만 적어도 민족해방이라는 대의에 대해서는 충실했다고 하겠다. 바로 그런 유산을 러시아는 아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동안 숨도 쉬지 못하던 아프리카 국가들이 갑자기 서구에 반란을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첫번째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자각이 아닌가 한다. 특히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백인정권이 물러나면서 아프리카 인들은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해야 한다는 자각을 하게 되었다고 본다. 그런 자각은 서구 제국주의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연결되었을 것이다.
두번째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이제 서구의 세력이 더 이상 자신들을 얽어맬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지 않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그런 인식에는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무소불위 강대국이라고 생각했던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쫓기듯 물러나고, 뒤이어 벌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예상했던 것처럼 러시아를 물리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세번째는 중국과 러시아의 막후 공작이 상당부분 작동했을 것으로 보인다. 부르키나파소에서 러시아 바그너 그룹이 프랑스 외인부대를 대신하게 된 것은, 러시아의 막후 작업이 작동했다고 보는 게 옳다. 또한 차드가 엑슨모빌의 석유자산을 국유화한 것도 중국이나 러시아의 막후 공작이 작동했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엑슨 모빌의 차드내 석유자산은 대부분 이슬람세력 하의 북부에 위치하고 있다. 차드의 복잡한 국내정치 상황은 중국의 지원을 필요로 했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이런 상황을 이용해서 아프리카의 자원시장을 석권하려고 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것이다.
.............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미국의 반응이다. 차드 정부의 국유화 선언 이전에도 상당한 시간이 있었지만, 미국은 정부차원에서 아무런 조치도 하지 못했다. 예전같으면 당장 군대라도 보내서 차드 내 미국 회사의 자산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미의회에서 난무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이번에 미국은 아무런 조치도 하지 못했다.
미국이 왜 아무런 조치도 하지 못했을까? 여기는 두가지 요인이 작동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첫번째는 미국은 이미 내우외환에 빠져 있어서, 차드에까지 간섭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미국은 지방상업은행의 파산으로 시작한 금융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당장은 틀어 막았다고 하지만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미국의 주요 역량들이 많이 투입되어 있다. 최근 미국의 지상군 능력은 상당히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까지 파병을 할 정도의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설사 차드에 미군을 보낸다고 하더라도 상황을 뒤집을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다. 차드는 내륙국가다. 미국을 파병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인접국의 영공을 개방해달라는 요청을 해야 하는데, 아프리카 국가들이 미국의 영공개방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별로 없다. 아마도 미국은 미리 그런 가능성도 다 타진해 보았을 것이다.
게다가 설사 군대를 보냈다고 하더라도, 엑슨모빌의 재산을 지킬 수도 없을 것이다. 이슬람세력의 한가운데 들어가서 미국이 지속적인 작전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칫하면 소말리아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차드의 이번 엑슨모빌 석유자산 국유화가 어떤 파장으로 이어질지 아직 예측할 수는 없다. 그러나 차드 사태가 이란-사우디
의 관계 개선, 시리아와 중동지역 국가의 관계개선 같은 일련의 사태와 궤를 같이 한다는 측면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강력할때는 아무도 도전하지 못한다. 그러나 용맹한 사자도 힘을 잃으면 하이에나가 달려드는 법. 국제정치는 정글의 법칙이 작동한다. 그동안 도전할 엄두도 내지 못했던 국가들이 미국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매우 재빨리 알아차린 게 아닐까?
이런 현상은 도미노 같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다음은 어디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잘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https://apnews.com/article/exxon-mobil-chad-oil-f41c34396fdff247ca947019f9eb3f62
출처: https://muzika37.tistory.com/m/232
<참고>
차드는 16세기 한때 강대한 이슬람 제국이 되었지만 1885년부터 프랑스 식민지가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1958년 프랑스 공동체의 자치령이 되었고, 1960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하였다. 이때 민족해방이라는 공동목표 아래 뭉쳤던 여러 부족 지도자들이 패권쟁탈을 위하여 갈라졌고, 오랜 내전과 부정부패로 인해 ‘아프리카의 죽은 심장’이라 불리기도 한다. 북부의 이슬람 세력과 남부의 기독교 세력 간 대립으로 30년간 내전이 계속되었다.
1982년 쿠데타로 권좌에 오른 하브레의 학정과 공포정치로 4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1990년 이드리스 데비가 쿠데타로 대통령이 되었으며 30여 년 장기집권을 하다가 2021년 6선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반군과 전투 중인 차드 군을 지휘하다 입은 치명상으로 죽었다. 대통령 공화제로, 데비의 아들인 마하마트가 과도기 대통령으로 이끄는 군사평의회가 통치하고 있다.
2003년 접경국 수단에서 일어난 다르푸르 분쟁으로 40만 명의 난민이 유입되기도 했다. 2015년 ISIS 테러단체 보코하람의 연쇄 테러가 발생해 국가 치안이 더 불안정해졌다. 2019년 말 수단과 국경을 맞댄 실라와 오와다이 지역과 경쟁 민족들이 여전히 싸우고 있는 니제르 국경의 티베스티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차드 분지 호수에 있는 이슬람 테러단체들에게 군대는 큰 손실을 입었다. 2020년 이슬람 무장단체는 차드 분지 호수에 있는 차드 군을 공격하여 거의 100명의 군인들을 죽였다.
경제는 내전과 극심한 가뭄으로 오랫동안 세계 최빈국이며, 인구 80%가 빈곤선 이하로 살고 있다. 최근 도로체계와 경제기반산업이 점차 형성되고 있다. 노동력의 80%가 자급형 농업과 목축업에 종사하며, 면화·땅콩·쌀 등 농업 및 소·양 등 목축업이 주요 산업이다. 광물과 석유 매장이 풍부해 석유 수출이 수입의 약 60%를 차지하나, 부패가 만연해 이익 분배가 국민에게 돌아가지 않고 있다. 1인당 소득 1,400달러.
[국제] 차드(Chad) (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