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날(운전기사 1.2)
송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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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가는 날이다. 오전 9시 30분 어바인에 있는 발전문의를 만나고 11시 30분 플러톤에 있는 안과를 가야 했다.
오전 8시, 우버를 불렀다. 생각보다 큰 근사한 SUV차량이 왔다. 기사가 자기는 한국입양아라고 소개했다. 그는 전화기에 저장된 어린이 모습을 보여준다. 가슴 판에 한국이름이 영어로 적혀 있고 고개를 살짝 숙인 무표정 하지만 귀엽게 생겼다. 박용팔. 미국 엄마가 2살 때 입양당시 적혀있던 이름이다. 뉴욕에서 15년을 살았고 동부 이곳저곳에서도 살았다. 지난해 55세로 은퇴하고 우버 운전을 한다고. 건장한 모습이 긍정적이다. 좋은 부모를 만난 것 같다. 얼마 후면 엄마를 만난다고 좋아했다. 첫 부인과 헤어지고 자기 아이 둘과 재혼한 부인이 데리고 온 아이 세명 있다. 둘 다 필리핀 여인이란다. 가족이 많아 좋겠다고 했더니 자기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보통 작은 차로 손님을 태우는데 오늘은 손님 이름을 보고 한국사람인줄 알고 튼튼하고 쿠션이 좋은 차를 타고 왔단다. 우리 또한 마음씀이 고맙고 입양되어도 건강하고 따듯한 마음으로 살고 있어 기뻤다. 친부모를 찾기 위해 한국 TV에도 출연했는데 나타나지 않았단다. 생모는 스무한 살에 그를 가졌지만 아빠는 그 사실도 모른 체 헤어졌다 고했다. 이제 그도 낳아준 엄마를 이해하는 나이가 되었다. 더 이상 찾지 않고 행복하길 바란다고. 한국어를 구사할 수는 없지만 그가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손수 차량정비를 하여 차 안팎이 깔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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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 “어 한국사람 이름이네! 전화기를 들려다 보며 남편이 말했다. 회색 도요타 시에나다. 정말 한국말하는 한국사람이다.
LA다운타운 자기 집 가는 길인데 무심코 눌러 반대 방향으로 가게 됐다고 몹시 당황했다. 보험회사에서 아주 적은 금액만 준단다. 오십삼 마일인데. 물론 자기 잘 못이다. 가는 길이면 괜찮지만. 남편이 “괜히 미안하네요.” 한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마음이 조금 풀어졌는지 조용한 음악도 켠다. 집에 도착하여 내가 호박을 주니 아내가 좋아할 거란다. 맛있는 생대추도 가면서 먹으라고 주었다. 남편이 팁도 평소보다 많이 주었다.
나이가 드니 좋은 점도 있다. 건강보험회사에서 제공해 주는 차량을 병원에 오갈 때 탈 수 있다. 지난해 우리는 이곳 로마린다로 이사 왔지만 전에 다니던 주치의를 찾아간다. 십 칠 년째 다니다 보니 편하다고 한 시간을 가야 하는 먼 거리지만 몇 개월에 한 번이니 그대로 다닌다. 남편도 나도 아직은 크게 아픈 곳이 없어 다행이지만 언젠가는 가는 가까운 곳으로 옮겨야겠지. 때로 운전기사와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 보면 먼 거리도 어느새 도착한다. 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르듯 사연들도 다양하다. 오늘은 오가며 우리 동족을 만난 특별한 날이라 마음이 봄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