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를 통해 얻은 것
“주께 힘을 얻고 그 마음에 시온의 대로가 있는 자는 복이 있나이다” (시편 84편 5절)
1974년 7월에 처음으로 세계일주 여행길에 올랐다. 그때는 우리나라가 GNP 4,000달러도 못되는 시기여서 아무나 해외에 나갈 수 없었다. 해외여행 자유화가 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일반인에게 여권을 잘 내주지 않았고, 비자도 잘 안 나올 때였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 크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세계 구경도 하고 싶었고 무역도 하고 싶어서 해외여행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던 중 기회가 생겼다. 그래서 해외를 여행하기에는 재정적 무리가 따랐지만 과감하게 투자하여 세계일주 여행길에 오르게 되었다. 내가 특별히 가고 싶었던 나라는 미국과 이스라엘이었다. 미국은 개신교 국가인데다 선진 미국을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스라엘은 성경을 통해서 듣기만 하였기에 가장 궁금하고 가보고 싶은 나라였다. 특히 예수님이 나신 땅, 성지이기 때문이었다.
처음으로 하는 해외여행이었으므로 두렵기도 해서 사전 교육과 준비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여행 코스는 일본, 필리핀, 이스라엘, 그리스, 이탈리아, 프랑스, 스위스,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영국, 미국이었다.
여행 중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낸 곳은 이스라엘이었다. 성경의 지리적 배경, 예수님의 행적이 남아 있는 여러 곳을 다녔다. 이스라엘은 1년에 강수량이 140밀리리터 정도밖에 안 되는 메마른 땅을 갖고 있다. 농사도 지을 수 없는 돌짝밭이 대부분이었고 물도 별로 없다. 그런데도 채소를 가꾸어 영국으로 수출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처음에는 왜 예수님이 그토록 척박한 땅 이스라엘에서 탄생하셨는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인간은 척박한 곳에서도 노력하고 연구하며 하나님을 찾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새마을운동의 모범이 되었던 이스라엘의 키부츠농장은 세계의 농민들이 와서 배우고 싶어하는 곳이다. 갈릴리 호수와 요단강은 이스라엘 전체를 생명으로 인도하는 젖줄이며 생명줄이었다. 이스라엘은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며 살아가는 지혜로운 민족이며 하나님의 선민답게 사는 민족임을 피부로 느꼈다. 요단강을 직접 건너도 보고 요단강 물을 따라 사해(死海)에 가서 수영도 하였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신 골고다 언덕을 지나면서는 이스라엘을 선택한 하나님의 섭리를 생각했다.
유럽을 돌면서 역시 유럽은 선진국이구나 하는 느낌을 가졌다. 특히 스위스는 선진국 중의 선진국 같았다. 인간의 한계까지 발전한 나라처럼 느껴졌다. 이탈리아의 로마는 유적지의 나라였다. 기독교가 꽃피었던 유물이 많이 남아 있는 도시로서 거대한 건축물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역사적 유물을 보면서 인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궁금해지기까지 했다. 그 가운데 기독교인들이 핍박받으면서 신앙을 지켜온 카타콤은 잊을 수가 없다. 프랑스를 비롯해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를 돌면서 너무 볼 것도 많고 배울 것도 많아 같이 간 일행 모두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유럽 일정의 마지막은 영국이었다. 영국은 날씨가 나쁘고 비가 많이 와서 곡식이 제대로 결실을 맺지 못하는 환경을 가지고 있다. 그런 영국이 18, 19세기에 전세계를 경영할 수 있었던 것에 놀랐다. 이것은 영국이 개신교 국가로 세계를 다니며 미지를 발견하고 개발하는 개척정신이 강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우리 일행은 유럽을 떠나 미국을 갔다. 미국은 너무나도 가고 싶은 나라였다. 유명한 워싱턴D.C.에서 백악관, 링컨 동상을 구경하고, 세계 제일의 도시 뉴욕으로 가서 맨하탄의 빌딩 숲을 보면서 내가 세계를 너무나 모르고 살았구나라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시속 900km로 나는 점보 747비행기를 타고 두세 시간을 가도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광활한 옥수수밭, 밀밭이었다. 이를 바라보면서 미국은 하나님께서 청교도들에게 내린 생명의 땅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오는 길에 하와이를 관광하고 아름다운 와이키키 해변을 보면서 미국은 너무나도 부러운 것이 많은 나라임을 느꼈다.
귀국하기까지 40여 일을 여행하면서 절실히 느낀 것은 그동안 나는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았구나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의 생각과 생활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새로운 세계를 보면서 나의 좁은 고정관념과 사고방식이 변하기 시작하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신앙을 갖고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적극적으로 노력하면 무엇이든지 이룰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일 먼저 자동차 운전면허증을 취득했다. 그리고 성지순례에서 찍어온 사진을 슬라이드로 만들어 우리 교회와 이웃 교회를 다니며 슬라이드를 상영하고 간증도 하였다. 여행 후 내 삶은 자신감과 활력이 넘쳤다. 서울신학대학 계절 학기도 다녔고 남전도회 활동도 이때 가장 활발히 하였다.
다들 우리나라는 자원이 부족하고 땅이 좁다고 말하지만 이스라엘이나 중동국가에 비해 너무 많은 축복을 받은 나라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를 가진 우리나라는 삼천리 방방곡곡이 문자 그대로 금수강산이고 옥토요, 금싸라기 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게다가 우리 민족은 재능과 능력이 있는 민족이다. 이처럼 좋은 환경인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에 감사하니 나 스스로에게 자부심도 생겼고 자신감도 생겼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사업도 확장하고 교회 일도 열심히 하였다. 넓은 시야로 보니 무엇이나 하고 싶고 자신이 생겼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