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01. 병상일기 마량항으로 나들이
10월 1일은 우리 큰아들 생일이다. 아내가 며칠 전부터 아들 생일 새 준다고 오늘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전 11시 아들이 차를 대문 앞에 대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어서 나오라는 신호를 보낸다 우리 부부는 아들 차에 타서 나는 두 사람 눈치만 살폈다. 아들이 어디로 가실까요 하고 지 엄마에게 묻는다. 그랬더니 지 엄마 하는 말! 우리 아들 가고 싶은 곳으로 가소.. 하면서 아들 비위를 맞춘다. 그러면서 오늘 비용으로 쓰라며 봉투 하나를 아들에게 준다. 나도 채면 치레로 5만 원을 주면서 오늘 기름값은 내가 부담한다며 건네주었다. 그러면서 엄마가 생선회를 좋아하니 바다로 가자고 했다.
보성 율포. 목포. 강진 마량 세 군데를 놓고 우왕좌왕하다가 내경험으로 강진 마량이 좋을 것 같아 마량으로 결정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가는 도중에 아들은 널따란 내비게이션에 미리 임영웅 노래 동영상을 몽땅 준비해놓고 계속 돌려준다. 아내는 임영웅 왕팬이기 때문이다. 아내는 영웅이 노래만 나오면 좋아서 영웅이 칭찬하느라 침이 마른다.
아들과 아내가 앞자리에 나란 하 얹아 즐겁게 가는 모습을 뒷자리에서 바라보는 나도 무척 행복한 순간이었다.
1시간 50분 걸려 마량항에 도착했다. 2년 전 보다 훨씬 넓어진 주차장이 좋았다. 셋이 어판장에 들어서니 많은 관광객이 북적 거린다. 여기저기 구경하다 아들이 돔 큰 놈 한 마리와 전어 14마리 한 무데기를 샀다. 주인이 돔을 잡는데 어찌나 팔닥 거려서 한참을 실랑이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주인이 일러준 식당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려 전어 구이와 돔 횟감이 왔다.
물론 현지가 값이 더 비싼 줄은 알고 다닌다. 그러나 엮시 생선 맛은 달랐다. 아내는 자꾸만 멋있다며 횟감이며 매운탕 국물이며 잘도 먹는다. 그런데 진작 주인공인 아들은 별로다. 지 엄마가 웬일로 안 먹느냐고 하니 어제저녁에 늦게까지 술 한잔했다고 한다. 결국 횟감만 한 접시 먹고 나니 모두 배가 불러버렸다.
구운 전어도 포장하고 매운탕 국물도 포장해서 모두 차에 싫고 왔다. 지 엄마는 마냥 영웅이 노래를 듣고 오면서도 즐거워했고 나도 뒷자리에서 아내의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면서 피곤한 내 모습을 감추느라 고생을 했다. 집에 도착해서 아내 눈치를 살피며 허리 통증은 좀 어떠냐고 물었더니 오늘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아무렇지 않다며 쌩쌩거린다. 나는 마음속으로 천만다행이다. 생각하면서 아내가 그동안 모질게 아끼고 살아준 그 생활이 한없이 고맙게 여겨졌다.
2023.10.01. 병상일기 마량항으로 나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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