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와 보살 숭배
5. 붓다들( 약사여래)
약사여래(藥師如來, Bhai?ajyaguru)는 치료불이다. 다른 불·보살들도 병을 예방하고
치료하기는 하지만 약사여래는 감기와 정신적 질병으로부터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모든 것을 치료해 주는 화신(化身)불이다. 티베트에서 약사여래는 대부분 승려이자 의사가
행하는 치료의 보호성자이다.
약사여래의 진언을 암송하고 약사여래를 명상하면 치유력이 커지고 약효가 강화된다.
특별히 약사여래를 주제로 하는 경전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약사여래경(藥師如來經)』과
『칠불경(七佛經, Saptabuddha 혹은 Saptatath?gata)』이라는 짧은 제목의 두 경전이다.
『칠불경』은 『약사여래경』의 많은 부분을 포함하고 있지만
약사여래 이외에 여섯 명의붓다들을 더 첨가하여 일곱 명의 붓다들을 열거하고 있다.
두 경전 모두 티베트어로 남아 있으며 산스크리트어로된 『약사여래경』은 길기트에서
발견되었다. 산스크리트어본과 티베트본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이 경전들이 반드시
인도에서 찬술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번바움(Raoul Birnbaum)은 『약사여래경』이 중국에
전파되기 이전에 인도에는 약사 여래상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인도를 순례한 누구도 약사여래
숭배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한다(1980).
이 경전의 가장 오래된 한역본(4세기)은 초기부터 그 신빙성이 의심스러운 경집부(經集部)에
포함되어 있다. 한편 4세기경 약사여래는 다른 한역 경전 속에서 이미 중요한 인물이
되었으며, 중앙아시아에서 현저하게 나타난다. 비록 논쟁점이 남아 있지만 중앙아시아에서
만들어진 『약사여래경』이 인도에 소개되었고, 7세기나 8세기에 적천이 자주 인용할 만큼
대중적이었다는 증거가 있다(Birnbaum 1980: 52 이하; Soper 1959: 176-8 참 조).
동아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약사여래경』은 7세기에 현장이 한역한 것인데 이것은
산스크리트어본이나 티베트본과 거의 일치한다.
『약사여래경』은 그와 같은 유형의 다른 경전들과 매우 흡사하다. 그것은 보살로서
약사여래의 위대한 서원을 묘사하고 있으며, 대단히 훌륭한 그의 불국토에 대해서는
간단하게 언급하고 있다. 또한 이 경전에서는 예법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약사여래를
숭배하면, 특히 약사여래의 이름을 부르면 자연히 얻게 되는 공덕을 길게 설명한다.
약사여래는 보살도를 수행하면서 열두가지 서원을 세웠다고 한다.
즉 번바움의 한역 경전 번역에 따르면 그는 붓다가 되었을 때
1) 광대한 광명과 뛰어난 존재가 지니는 삼십이상과 팔십종호를 지닐 것이며,
모든 중생들이 그를 닮으려 할 것이다.
2) 육체는 흠 없는 유리 같아 태양과 달의 광명을 능가할 것이다.
3) 중생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게 할 것이다.
4) 비불교도들을 깨달음의 길로 들어서게 할 것이며,
소승의 사람들이 대승을 받아들이도록 할 것이다.
5)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이 완전한 계율과 서원을 지니도록 할 것이며,
자신의 이름이 지닌 구원의 힘을 통해 죄를 범한 사람들을 청정하게 만들 것이며,
그들이 윤회의 낮은 단계로 떨어지는 것을 막아 줄 것이다.
6) 또한 그의 이름이 지닌 힘으로 신체장애자, ‘나병환자, 발작, 정신이상자’를 치료할 것 이다.
7) 내가 깨달음을 얻었을 때 … 만약 병에 걸리고 압박을 받는 중생, 가야할 곳이 아무데도
없고 돌아갈 곳이 없는 중생, 의사나 약이 없는 중생, 친척이나 직계 가족이 없는 중생,
가난한 중생, 심한 고통을 받 는 중생들이 존재한다면, 내 이름이 그들의 귀에 들리자마자
그 모든 질병들이 치료될 것이며 몸과 마음이 모두 평화롭고 즐거울 것이다. 그들은 많은
가족과 부(富)를 지니게 될 것이며 개인적으로는 최상의 깨달음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Birnbaum 1980: 153-4).
8) 여자라는 신분에 지쳐 버린 여성들(의료 시설이 불충분한 원시적 상황에서 계속되는
임신)은 약사여래의 이름을 통해 남자로 환생할 수 있다
(『칠불경』은 이것이 현생에서일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9) 모두 악마 마라의 그물에서 벗어날 것이며,
잘못된 견해들을 버리고 보살도로 나아갈 것이다.
10) 특히 왕법에 의해 처벌받는 두려움과 고통에 직면한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들으면 구제될 것이다.
11) 굶주림과 갈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훌륭한 음식과 음료를 얻게 될 것이고,
다시 한번 약사여래의 이름을 통해 정법을 얻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12) 옷도 입을 수 없을 만큼 가난한 사람들, 추위, 더위, 파리, 모기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붓다의 이름을 염불하는 힘으로 옷 뿐만 아니라 장식품, 화환, 향수, 음악과 향연도 얻게
된다(Birnbaum 1980: 152-3).
단지 약사여래의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어떻게 이러한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칠불경』
에서는 그것이 이 붓다들의 위대한 서원과 그 결과로 생기는 무량한 힘 때문이라고 말한다.
약사여래의 불국토는 아촉불과 같이 동쪽에 있다. 그곳은 극락처럼 유리로 된 땅과 황금의
길로 매우 간단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 정토에 서는 보다 우월한 남자로 태어나기 때문에
여자는 전혀 없다.
약사여래는 자신의 정토에 무량수불처럼
일광(日光, S?ryaprabha)보살과
월광(月光, Candraprabha)보살의 두 보살을 대동하고 있다.
이 보살들은 사자(死者)를약사여래에게 인도한다. 이 정토에 비대승불교 수행자들은 없는 듯하다.
약사여래나 경전을 숭배하는 공덕은 엄밀하게 말하면 ‘세속적’이다.
첫째, 약사여래는지옥이나 육도윤회에서 낮은 단계로 떨어진 존재들,
심지어 가장 사악한 사람들조차도구제한다. 그는 또한 이미 육도윤회의 낮은 단계에 있지만
어떤 인연으로 자신의 이름을기억하는 사람들을 메아리로도 구제할 수 있다.
그들은 약사여래의 정토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지만 약사여래의 능력을 통해 극락에
태어나는 것을 포함해서 보다 나은 세계에 태어난다. 약사여래를 숭배하는 최상의 방법은
대좌(臺座) 위에 약사여래상을 안치하고, 꽃을 뿌리고 향을 피우며 깃발로 장식하는 것이다.
7일 밤낮 동안 여덟 가지 서원을 지니고 정갈한 음식을 먹고 향수와 깨끗한 물로 목욕을 하며
깨끗한 옷을 새로 갈아입는다. 분노나 악의를 지니지 않고 오염되지 않은 채 한 곳에 정신을
집중하여야 한다. 모든 중생들을 향해 축복과 공덕, 평화, 자(慈), 비(悲), 희(喜), 사(捨)
그리고 평정의 마음을 일으킨다. 불상의 오른쪽으로 돌면서 악기를 연주하고 찬가를 부른다.
더욱이 약사여래의 본원(本願)의 공덕을 상기하고 이 경전을 연구하며 암송한다 이 경전의
핵심을 설명하는 원리와 교훈만을 생각해야 한다.
경전에 따르면 이와 같은 수행을 통해 인간은 장수, 부귀, 관직, 아들, 딸, 악몽으로부터의
해방, 또는 필요한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 (Birnbaum 1980: 162). 그에 대한 염불과 숭배는
임종하는 순간에 효력이 있으며 분만하는 여성에게도 도움이 된다. 그것은 거의 죽음에 이른
사람들과 이미 죽음의 판관인 야마왕[염라(閻邏, Yama)]의 법정으로 간 사람들도 돌아오게
할 수도 있다.99)
그 사람들은 ‘꿈처럼’ 선행과 악행의 결과를 볼 것이며, 영원히 개과천선할 것이다(앞의 책:
165). 약사여래를 숭배하면 당연히 환자도 치료할 수 있다(상세한 내용은 특별한 의례
속에서 제공된다). 왕은 전염병, 침략, 반란, 자연 재해를 극복할 수 있으며 국가는 평온해질
것이다.
『칠불경』에는 질병에 걸렸을 때나 장수 등을 위해 사용되는 진언이나 다라니가 첨부되어
있다. 이들은 또한 약효를 증대시키기 위해 암송할 수도 있다. 티베트 경전에 따르면 죽어가는
사람의 귀에다 이 진언이나 약사여래의 이름을 암송하면 공덕을 낳는다고 한다. 심지어 이
진언을 암송한 후 살이나 유골에 입김을 불어넣는 것도 공덕이 된다. 왜냐하면 이것이 죽는
자의 고통을 줄일 수 있으며 좋은 곳에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해 주기 때문이다.
약사여래와 그의 경전을 계속해서 숭배하는 사람들은 열두 명의 야차(夜叉, yak?a)왕과
그들의 군대가 보호해 줄 것이다. 통치자들은 훌륭한 종교에서 장수, 건강, 부귀, 국가의
보호를 얻고자 했던 것이다. 이것은 중국과 일본의 통치자들이 듣고자 원했던 것들이다.
일본에서는 특히 약사여래의 숭배가 대단히 중요한 신앙이었다. 앞에서 이미 역병과 재앙을
피하고 국가를 보호하기 위해 경전을 독경하는 것이 초기부터 일본불교의 필수불가결한
요소였음을 보았다. 720년에 여왕은 한 대신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48곳의 사찰에서
『약사여래경』을 독경하도록 명령하였다. 그러나 그는 바로 그 다음날 죽었다.
그렇지만 여왕은 경전에서 가르치는 선행의 하나인 특별사면을 선포하였다. 9세기에
약사여래의 의식은 가뭄과 역병을 물리치기 위해 행해졌다. 일곱 명의 붓다들에 집중된
의식은 13세기 몽골의 침략을 격퇴하기 위해 행해졌고, 약사여래 숭배의식은 통치자나 왕족
가운데 한 사람이 병을 앓을 때 종종 행해졌다.
불화에서 약사여래는 보통 결가부좌의 모습으로 표현된다. 그는 파란색이나 유리색, 혹은
파란 후광을 지닌 황금색으로 표현된다. 그는 무릎 위에 올려놓은 왼손에 약사발을 들고
있다. 일본에서는 때로 왼쪽 무릎에 올려놓은 왼손 바닥에 작은 약사발을 지니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티베트 예술에서 그의 오른손은 펼쳐져 있는 것이 특징이며,
바깥쪽을 향해 있는 손바닥과 함께 오른쪽 무릎 위에 올려져 있다. 그는 약재에 쓰이는
마이로발란(myrobalan) 줄기를 들고 있다.
예술작품에서 약사여래는 일광보살과 월광보살을 거느리고, 때로는 열두 명의 야차왕을
좌우에 거느린 모습으로 표현된다. 영국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비단 위에 그려진 거대하고
정교한 돈황(9세기) 출토의 그림에서 그 모습의 일부를 볼 수 있다.
거기에는 부수적으로 경전에 나오는 아홉 가지의 횡사, 즉 적당한 치료를 받지 못해 악화된
질병이나 영적인 매개에 의하여 생기는 질병, 저주, 지나친 황음, 화재, 익사, 야수의 공격,
산에서의 추락, 독초, 주문이나 마술, 마지막으로 기아나 탈수로 인한 죽음으로부터
약사여래가 보호해 주는 장면도 담겨 있다.
한편에는 약사여래의 열두 가지 서원이 묘사되어있다(Zwalf 1985: 217).
약사여래의 정토 자체는 거의 무량수불의 극락을 모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