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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헉! 강 공자님! “
강운이 누군가 하여 쳐다보니 희끗희끗한 하얀 머리와 주름진 얼굴의
채삼보였다.
“아.. 할아버지! 난 하도 안 나오길래 직접 찾아갈려구 했는데.. 헤헤 “
채삼보는 강운의 앞에까지 뛰어오더니 갑자기 강운을 향해 절을 하면
서 애원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고~ 강 공자님! 왜 이제서야 오셨습니까? 연아가 다 죽어갑니다
요! 강공자님이 오시기만을 눈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저를
따라 오시지요. “
강운은 갑자기 무슨 소린가 하여 어리벙벙하게 서 있는데 노인에게
거의 끌려가다시피 해서 어느 방 앞에 도착하게 되었다.
“이곳입니다. 이곳에 연아가 있습니다. 공자님! 염치 불구하지만 부디
저를 살려주실 때 처럼 연아를 살려주십시오. 이 늙은 목숨은 어찌 되
어도 상관이 없지만 우리 연아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살려야 합니다”
강운은 채수연이 아프다는 소리를 듣고는 채삼보의 말을 듣는 둥 마
는 둥 하면서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었다.
방문을 열어젖히자 그곳에는 뼈만 앙상하게 남은 채수연이 파리한
안색으로 연신 신음을 흘려대며 누군가를 애타게 찾고 있었다.
강운은 채수연의 병세가 생각보다 훨씬 심하다는 것에 대해서 몹시
놀라며 급히 달려가 채수연의 병세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강운이 보기에 채수연에게는 특별한 병이 없는 듯 했다. 다만 몸이 전
에 비해 몹시 허약해져 있다는 것을 뺀다면 특정 질환을 앓고 있지는
않았던 것이다.
강운은 일단 허약해져 있는 채수연의 몸을 회복시키기 위해 기운을
응축 시켜 나가다가 문득 생각난 것이 있다는 듯이 채삼보를 바라보
며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 혹시 전에 내가 가지고 다니던 짐 꾸러미 어디 있는 줄
알아요? “
“예? 아.. 아! 있습니다요. “
채삼보는 말을 끝냄과 동시에 강운의 보따리를 찾으러 밖으로 급하게
뛰어나갔고 강운은 시름시름 앓고 있는 채수연의 머리카락을 조심스
럽게 쓸어주었다.
얼마 후 헐떡거리는 숨소리를 내며 채삼보가 강운의 보따리를 들고
방안으로 들어오자 강운은 보따리를 받아 단환 하나를 꺼내 채수연의
입에 넣어주었다.
채삼보는 강운이 향긋한 내음을 풍기는 아무것도 모르는 자신이 보아
도 아주 귀해 보이는 단환을 서슴없이 자신의 손녀에게 쓰는 것을 보
고는 크게 감동하여 강운을 향해 땅에 머리를 박으며 연신 절을 해대
기 시작했다.
“공자님의 은혜는 평생 두고두고 잊지 않을 것입니다. 다 죽어가는 소
인을 살려주신 은혜만 해도 소인 앞으로 그 은혜를 어찌 갚을까 막막
한 심정이었는데 이처럼 저의 손녀에게까지 인정을 베푸시니.. 흑흑..
소인 공자님께 뭐라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
“아, 아니 괜찮은데.. “
강운은 몇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계속 질질 짜면서 절을 해대고 있
는 채삼보를 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단환을 먹었음에도 아
직 정신이 돌아오지 않고 있는 채수연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분명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채수연은 벌써 기운을 회복하고 정신을
차렸어야 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강운은 아직도 자신을 향해 질질 짜면서 뭔가 알 수 없는 말들을 늘
어 놓고 있는 채삼보를 재껴둔 체 마음속으로 채수연에게 말을 걸어
보았다.
-수연아! 정신 차려! 나 왔단 말이야. 벌써 나 까먹은 건 아니겠지?
강운이 채수연에게 말을 걸자 어느새 채수연의 신음소리가 멈추어
버리고 채수연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공, 공자님? 어디 계세요? 흑흑.. 제가 그동안 얼마나 찾았는데..
채수연의 지금 자신이 꿈을 꾼다고만 생각하고 있는지 그 동안 마음
한구석에 감추어 두었던 말들을 서슴없이 내뱉기 시작했다.
-보고 싶었어요. 보고 싶었다구요! 공자님이 너무 보고 싶었어요.
어디 계신 거에요? 제가 찾아갈 게요. 제발..
채수연은 말을 끝까지 잊지 못하고 갑자기 자신의 얼굴에 닿아온 낯
선 느낌에 깜짝 놀라 눈을 번쩍 뜨고 말았다.
-공자님?
채수연은 자신이 흘리는 눈물을 강운이 닦아주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는 과연 얼마 전까지 사경을 헤매던 환자가 맞았을까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힘차게 강운의 품에 안겨 들었다.
“어.. 어? “
강운은 갑자기 채수연이 자신을 향해 달려들자 얼떨결에 품에 안고
있던 백호를 떨어뜨리고 채수연을 안아 버리고 말았다.
덕분에 잠을 자고 있던 백호는 엄청난 충격을 느끼며 깨갱거리는 신
음 소리를 흘리며 잠에서 깨어나고 말았다.
백호는 한참 맛나게 자고 있는데 깨운 것이 몹시 화가 났던지 하얀
이를 들어내며 주위를 둘러보며 으르렁 거리기 시작했다.
한참동안 주변을 둘러보던 백호는 전혀 와본 적이 없었던 새로운 곳에
자신이 서 있다는 생각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가 고개를 올
려 한 소녀를 끌어안아주고 있는 강운을 쳐다보고는 넋빠진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에구.. 운이가 영감탱이 없다고 너무 막나가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나중에 나만 혼나는 거 아닌지 몰라.. 말려야 하나? ]
백호는 소녀를 끌어안은 채 멍청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강
운을 쳐다보고는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강운과 소녀의 틈으로 파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백호가 한참 강운과 채수연의 틈 사이를 삐집고 들어가기 위해 용을
쓰고 있을 때 채수연은 어느 새 정신을 차리고는 얼굴을 붉히며 급히
강운에게서 몸을 떨어뜨려 놓았고 한참 그 사이를 삐집고 들어가기
위해 애를 쓰던 백호는 그 힘 그대로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고 말았다.
-깨갱
백호는 정말로 강아지가 된 듯한 모습으로 혹이 툭 불어나 있는 머리
를 하얀 털이 탐스럽게 자란 두개의 앞 다리로 머리를 부여잡고 낑낑
거리기 시작했고 강운은 그런 백호의 귀여운 모습에 한참동안 깔깔
거리며 웃어 대었다.
“푸히히히.. 백호야! 언제 일어났어? 근데 도대체 왜 그러고 있는 거
야? 다시 봐두 정말 귀엽다. “
[운아! 여기는 도대체 어디야? 그리고 아까 그 소녀는 누구고? 내가
전에도 미리 말해 줬었지만 그 영감탱이가 지금 자리를 비운 이상
운이 너의 보호자는 내가 되는 거야. 그러니까 내 말은 앞으로 어디
갈 데가 있으면 나한테 먼저.. 헉! 뭐, 뭐야? ]
백호는 강운에게 말을 하다말고는 신음을 흘려대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강운에거서 멀리 떨어져 있던 채수연이 바닥에서 아둥
바둥거리고 있는 백호를 안아 들었기 때문이었다.
-후훗! 너무 귀엽다.
강운은 채수연이 백호를 몹시 마음에 들어 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고개를 끄덕끄덕 거렸다.
-그치? 귀엽지? 수연아! 백호는 내 친구야.
백호는 채수연에게 잡히자 잠시 허공에서 몸을 비틀며 저항을 해 보
았지만 곧 채수연의 품에 안기게 되자 불쾌한 기분이 눈 녹듯이 없어
져 가만히 채수연의 손등을 핥아주기 시작했다.
-후훗! 간지러워 강아지야!
강운은 백호와 함께 즐겁게 웃고 있는 채수연을 흐뭇한 시선으로 바
라보다가 이제는 질질 짜는 것을 멈추고 멍한 표정으로 채수연을 바라
보고 있는 채삼보에게 다가가 어깨를 흔들었다.
“할아버지! “
“으응? 아! 고, 공자님! 왜 그러십니까? “
“저기 수연이가 지금 정신이 들었는데.. 아무래도 그 동안 음식을 제
대로 먹지를 못했을 테니 배가 많이 고플 텐데.. “
“아! 이, 이런.. 공자님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
비로서 제정신이 돌아온 채삼보는 강운에게 고개를 숙여보이고는 방
밖으로 빠르게 사라져 버렸고 강운은 문득 장난기가 동했는지 한참
백호를 끌어안고 즐거워하고 있는 채수연에게 다가가 살짝 백호를
뺐어들고는 채수연을 약올려 대기 시작했다.
강운은 둘을 향해 가볍게 미소를 지어 보인 후 백호를 바닥에 내려놓
은 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할아버지! 저는 괜찮으니까 가서 일 보세요. 그 동안 수연이 때문에
밀려 있는 일이 많을 테니.. “
“하지만.. 연아가 아직.. “
채삼보는 아직 손녀가 완전히 성한 몸이 아니라는 생각에 선뜻 자리
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괜찮아요. 제가 그 동안 수연이 하고 같이 있어줄께요. “
“공자님께서 그렇게 해주신다면야.. 그럼..소인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사실 그 동안 채삼보는 채수연을 간호 하느라 객잔의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 한달 전 까지만 해도 추남과 화린이 객잔의 일을
도와줘서 그럭저럭 별 탈없이 운영되어 왔지만 추남과 화린이 떠난
이후로는 점소이들 관리하는 데에만 해도 그로서는 힘에 벅찰 지경
이었다. 다행히 대부분의 점소이들이 추남과 화린에 의해 군기가 확실
히 잡혀있기에 망정이었지 만약 말을 잘 듣지 않는 이들이 많았다면
평안객잔은 이미 오래전에 무너졌을 것이었다.
점소이들을 휘어 잡고 있는 군기는 무력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천상의 미모를 간직하고 있는 화린과 몸져 누워 있는 관계로 점소이
들도 가끔씩 얼굴을 볼 수 있는 객점주인의 딸 채수연의 미모를 동경
하는 마음에서였다.
처음에 화린과 추남이 평안객잔을 떠나가고 며칠 동안은 몇몇 점소이
들이 상사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아 누워 있었던 적도 있었으나 다행
히 채삼보의 말 한마디에 의해 그들은 바로 다음날 그 자리에서 박차
고 일어나 전보다 더욱 더 열심히 일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화린이 다시 평안객잔으로 돌아온다는 채삼보의 말 한마
디의 엄청난 위력이었던 것이다.
점소이들의 피나는 노력과 마침 사천으로 향하는 일행들이 끊임없이
이어졌기 때문에 그 동안 채삼보가 객잔의 일에 전혀 신경을 쓰지
못했지만 객잔은 나날이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왔다.
하지만 점소이들의 그런 노력에도 채삼보가 아니면 해결하지 못할 일
들이 많이 있었기에 채삼보는 강운의 말을 듣고는 걱정스러운 눈빛
으로 채수연을 힐끗 바라본 후에 밖으로 나가 그 동안 밀려있던 일들
을 처리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강운은 아직은 파리해 보이는 채수연을 바라보며 그녀의 곁으로 가까
이 다가갔다.
-공자님 왜 그러세요?
채수연은 강운이 가까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어쩔 줄을 몰라하였다.
그렇게 채수연이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고개를 숙이고 있을 때 백호
는 강운이 또 무슨 짓을 저지르려 하는 건지 궁금하다는 눈빛으로
가만히 강운의 행동을 지켜보기만 했다.
마침내 채수연의 코앞에까지 다가온 강운은 채수연의 어깨에 두 손을
얹혀 놓고는 가만히 채수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강운의 얼굴이 지척에 보이고 뜨거운 숨결이 살갗에 닿아오자 채수연
은 몸을 진저리 치며 몸을 뒤로 빼려고 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도무
지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공, 공자님! 왜 그러세요?
채수연이 또 다시 강운을 조심스럽게 불러보았지만 강운에게서는 아
무런 대답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방안에서는 긴 침묵이 흐르기 시작했고 채수연은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다 못해 터져버릴것 같은 심정이 되어 강운과 눈이 마주치지
않게 고개를 옆으로 돌려버렸다.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니 그곳엔 강운과 자신을 흥미롭게 쳐다보고
있는 새하얀 털의 귀여운 강아지 한마리가 있었다.
갑자기 강운이 꼼짝하지 못하는 채수연을 침대위에 눕힌 후에 채수연
의 몸 이곳저곳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아앗!
강운의 돌발적인 행동에 깜짝 놀란 채수연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강운을 바라보자 강운은 채수연에게 가벼운 미소를 흘려줄 뿐이었다.
그 빠져버릴 것 같은 커다랗고 맑은 눈망울에선 눈부신 하얀 빛이
흘러나와 자신의 온 몸을 뒤덮어 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채수연
은 한 없이 포근하고 편안한 느낌에 잠이들어 버리고 말았다.
채수연의 몸을 주무르고 있는 강운의 손에서는 눈에 보일 정도의 빛
이 흘러나와 채수연의 몸 속으로 스려들 듯 사라져 버렸고 그렇게 차
한잔 마실 시간동안 채수연을 안마해 주던 강운은 가볍게 심호흡을
하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휴.. 그 동안 몸이 정말 많이 약해져 있었구나. 단환을 먹고 나서도
몸 안에 흐르는 기의 흐름이 너무 미약해 제대로 된 효능을 발휘할 수
없었던 거였고. “
강운은 쌔근 거리며 잠들어 버린 채수연의 머릿결을 가볍게 쓸어준
후에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