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백 한계선 외 1편 / 이숙경

[김수엽]

측백 한계선

이숙경


바람과 햇살은 늘, 이만하면 다 누린 것

눈비로 목을 축이니 그만하면 다 적신 것

더는 더 바라지 않아 딱 잘라 선 그었네



화본역

이숙경


잘 달린 블라우스 옆구리로 다가와 
속수무책 움켜쥔 바람에 끌려간다 
내게서 탈선한 시간 돌아오지 않는역 

침목 위 지령 거드는 햇살의 먼길 따라 
화물열차 꽁무니에 던져진 버거운 짐 
한참을 엎치락뒤치락 들썩이며 떠난다 

여기서 이제 다시 어디로 갈 것인지 
개표구 나와 서면 잊고 싶은 목적지 
느슨히 돌려세우는 복선이 설핏 환하다 


ㅡ영언 동인지 『종이는 나무의 예문』(시와 실천,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