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도 유난을 떨어대던 폭염이 잠시 주춤하더니 밤새 요란한 빗소리가 울린다.
널널한 시간이 최대의 장점인 우리, 비구경을 나서야지.
곡성 카페 공림을 거쳐 봄 파스타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이쁜 두 아들이 장만해준 쏘렌토를 몰고 빗속을 달린다.
공림 야외 테이블에서 제대로 비 감상.
처마끝에서 떨어지는 낙숫물과 비단잉어들이 노니는 연못속으로 떨어지는 빗방울들의 노랫소리가 흥겹다.
에궁, 봄파스타 금일 휴무란다.
한 달 전 가보았던 들꽃피는 자리로 혹시나 하고 전화를 해보았다.
3일전 예약하지 않으면 차지할 수가 없는 곳.
고마운 비덕분에 자리가 비나보다.
쥔장 잠시 망설이더니 오세요~
35분을 더 달려 구례 들꽃피는 자리로 향한다.
들어서는 자리부터 기분이 좋다.
새뜻한 초록들이 멋스런 간판과 함께 맞아준다.
꽃차도 함께 파는 카페이기도 하다.
내부가 무척 예쁘다.
벽에는 들꽃들이 화사하게 피어난 액자와 병풍이 눈을 즐겁게 하고, 기품있는 소품들이 당당하게 자리하고 있다.
'들꽃피는 자리' 이름에 딱 걸맞다.
쥔장의 정성이 들어간 음식들은 귀티나는 그릇들에 담겨 있다.
음식 장식이 장난 아니다.
조형물을 이용해 빚어 놓은 것 같은 모양새.
먹기가 아깝다.
오이 물김치가 뱅그르 돌돌 말려 나오고, 보랏빛 양파는 연꽃이 되어 피어 있다.
견과류 가득한 연잎밥, 단호박에 담긴 닭가슴살과 여기저기 고개 내미는 연근들.
식탁위에 하나의 작품이 놓여 있다.
멋과 맛은 글자처럼 친근한 이웃이 된다.
건강을 듬뿍 선물받은 느낌이다.
후식으로 나오는 시원한 호박식혜.
만오천냥으로 누리는 성찬이 참 고맙다.
겨우 세 달전 오픈했단다.
그럼에도 입소문이 났는지 한 끼 만나기에 공을 들여야 한다.
곧 전문 요리사가 오고 저녁식사도 할 예정이란다.
그땐 좀 더 쉽게 올 수 있으려나.
부른 배를 위한 산책코스로 가까이에 있는 화엄사로 향한다.
지리산 정상에는 쟝대비가 쏟아졌나보다.
지리산 자락에서 흘러내리는 계곡물들이 콸콸콸 요란스럽게 흘러 내린다.
눈과 귀가 시원하다.
화엄사 들어서는 길 귀여운 동자승들이 불견, 불문, 불언하란다.
그럼 세상이 평화롭고 고요해질 수 있을까.
생각보다 크고 널찍한 화엄사, 천년 고찰답다.
국보와 보물들도 많다.
비가 오는데도 여기저기 사람들이 제법 보인다.
너무 많이 보았나? 사천왕의 위엄이 무서움이 아니라 친근함으로 다가오는 건.
대웅전은 부처의 옷을 새로 입히는 개금불사 중으로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건너편 건물 커다란 대청마루에는 사람들의 눈길도 개의치 않고 터줏대감처럼 고양이가 지키고 앉아 있다.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쌍둥이 동 서 오층탑이 대웅전 앞마당 좌우로 버티고 서있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각황전이 자리하고 있다.
각황전 앞에는 연꽃모양의 국보 12호 석등이 있는데 꽃잎의 형태는 3천년 만에 한 번 핀다는 우담바라라고 한다.
사람들의 희노애락의 표정을 담은 네 마리의 사자탑도 보인다.
각황전 뒤켠에 있는 돌담에는 이끼가 잔뜩 묻어 있다.
비에 젖어 싱그럽게 빛나는 초록이 무척 마음에 든다.
국보 사사자 삼층석탑을 보기 위해 적멸보궁으로 향한다.
각황전 바로 옆 효대라 부르는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가파른 돌계단을 제법 오른다.
사사자 삼층석탑 주변으로 미끈하게 잘생긴 소나무들이 호위하고 있다.
높은 곳답게 풍광이 시원하다.
비오는 날 맛있는 점심과 장엄한 화엄사의 풍경들이 멋스런 하루를 선물해 주었다.
첫댓글 촉촉히 비 내리는 날의 들꽃 피는 자리와 화엄사,,,
영숙씨와 잘 어울리는 풍경과 분위기입니다. 멋진 하루였네요.
항상 느끼는 일이지만, 어쩜 이렇게 사진과 더불어 설명을 잘 하시는지요.
여행 작가로의 등단 어떠신지요. 응원할게요.
너무너무 잘하세요. 짝짝짝
다니님의 격려가 글쓸 힘을 나게 하네요.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근 1년반 만에 오늘부터 다시 아침 운동 시작했어요.
그사이 몸이 굳어서 전에 되던 동작이 하나도 안 돼요.
그래서 전에는 30분간 했는데 오늘은 15분만 했어요.
상쾌하게 월요일 시작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