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시하남不是河南이면 변귀하북便歸河北이로다.
하남 아니면 하북으로 교화하러 가겠다고 임제스님이 말하고,
맞고 쫓겨나서 요즘 같으면 한 5리쯤 가다가 임제스님이 생각하니
의심이 났습니다.
자기가 황벽스님의 뜻을 잘 몰라서 그만 두드려 맞고 쫓겨났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바로 다시 황벽스님께 돌아와 거기서 하안거 해제를 했습니다.
해제를 하고 돌아가려니까, 황벽스님이 "그럼 어디로 가려 하느냐?"
하고 물었습니다. 임제스님이 대답하기를,
"불시하남不是河南이면 변귀하북便歸河北이라,
하남 아니면 하북으로 가려 합니다." 강남 쪽 아니면 강북 쪽으로 간다 말입니다.
그러니까 황벽스님이 또 몽둥이로 두들겨 패려고 달려듭니다.
임제스님도 이번에는 가만있지 않고 한쪽 손으로 몽둥이를 거머쥐고 다른
한 손으론 그만 황벽스님의 뺨을 때렸습니다.
그러자 황벽스님이 큰소리로 한바탕 웃으시고는 시자를 불러서 앞 문단의 일로써
"시자야, 백장선사의 선판과 궤안을 가져오너라." 라고 말합니다.
선판이란 요즘 말로 좌선할 때 기대는 물건인데, 이것을 가져오라 한 것은
백장스님한테 전해받은 주장자를 가져오라는 말입니다.
황벽스님이 " 주장자를 가져오너라."고 시자에게 말하니,
이 번에는 또 임제스님이 시자에게 소리 지르기를,
"장화래將火來!" 하는데 '불을 가져오너라' 이 말입니다.
이것이 어떤 상황이냐 하면, 황벽스님이 참으로 법을 구하려고
백장스님한테서 전해받은 "주장자를 가져오라." 하니
임제스님은 또" 불을 가져오너라."고 대응을 한 것입니다.
"주장자를 가져오면 나는 그 주장자를 불질러버리겠다, 주장자 따위 필요없다."며
주장자를 받지 않으려고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