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의 반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김한곤 / 사회학
초저출산 인구고령화 현상과 함께 한국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인구사회학적 현상 가운데 1인 가구의 증가 추이가 심상치 않다. 1인 가구는 1인이 독립적으로 취사하고 취침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가구를 일컫는데, 2000년 전체 가구(1,431만) 중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15.5%(222만 가구)에서 2023년에는 35.5%(782만)로 20여 년 사이에 무려 129% 상승하였다.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하게 영향을 미치게 될 1인 가구의 변화 추이와 특성 그리고 장래 전망 등을 살펴보기로 하자.
1인 가구의 변화 추이
지금부터 40여 년 전, 1980년 우리나라의 1인 가구 비율은 4.8%에 약 38만 가구에 불과하였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1990년에는 두 배 이상 상승하여 9.0%에 약 102만 가구이었으며, 2000년에는 약 6.5% 포인트 증가하여 15.5%에 약 222만 가구에 이르렀다. 그 이후 1인 가구는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2010년에는 23.9%에 약 414만 가구, 2020년에는 31.7%에 약 664만 가구에 도달하였다. 또한 2023년에는 35.5%에 약 783만 가구에 이르렀으며 2040년에는 40%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1인 가구의 연령대별 분포를 보면 2023년 기준으로 70세 이상이 19.1%로 가장 높았으며, 29세 이하(18.6%), 60대(17.3%), 30대(17.3%) 순으로 보고되고 있다. 1980년부터 2000년까지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인 4인 가구의 비율은 각각 64.1%와 31.5%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2023년 기준 1인 가구가 31.5%로서 가장 높은 비율 기록하였고, 그 뒤를 2인 가구 28.7%, 3인 가구 18.8%로 이어지고 있다. 2023년 기준 연령별 1인 가구의 비율을 보면 20대 이하 18.6%, 30대 17.3%. 40대 14.6%, 50대 12.1%, 60대 17.3%, 70대 이상 19.1%이다. 즉 20대와 30대의 청년층과 60대 이상의 노년층에서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역별 특징으로는 서울, 부산, 인천 등 대도시의 1인 가구 비율이 특히 높은 반면, 농촌 지역에는 고령층 1인 가구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다.
1인 가구의 증가 원인
1인 가구의 증가는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및 기타 요인들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사회적 요인으로는 결혼 연령의 상승과 비혼 문화의 확산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의 평균 초혼 연령은 2020년 남녀 각각 26.5세와 29.3세에서 2023년에는 31.5세 34세로 상승하였다. 한편 비혼 문화 및 어려운 경제 여건 등으로 인하여 미혼율 역시 해마다 상승하고 있다. 예를 들면 30대의 남녀 미혼율 추세를 보면 2000년 13.1%와 5.0%, 2010년 37.9%와 20.4%, 그리고 2020년 56.8%와 33.6%로 상승하였으며, 2023년 기준 35세와 40세 남성의 미혼율은 73%와 40%이며 여성의 경우 각각 58.0%와 23.3%로 상승하였다.
이러한 평균 초혼연령의 상승과 비혼율의 증가는 다양한 요인들에 의하여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혼하지 않는 비혼족(非婚族) 수의 증가는 개인의 자아실현과 독립적인 삶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여기는 것에 기인한다. 예를 들면 "나혼자 산다”와 같은 방송 프로그램은 비혼과 독립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긍정적으로 보여주며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혼율의 상승으로 인해 기존의 핵가족이 해체되면서 독신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중장년층에서 황혼이혼이 늘어나면서 나이가 들어서도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둘째, 경제적 요인으로 주거 환경 및 경제적 독립 가능성의 증가이다. 1인 가구를 겨냥한 소형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늘어나면서 개인이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물리적 환경이 개선되었다. 예를 들면 원룸형 오피스텔과 소형 주택의 공급 증가이다. 또한 높은 결혼 비용 및 양육 부담의 증가로 인하여 결혼과 자녀 양육에 드는 경제적 부담이 커지면서 이를 회피하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그 결과 청년층은 취업난과 높은 주거비로 인해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셋째, 문화적 요인으로 개인의 행복과 자율성을 중시하는 가치관의 확산을 들 수 있다. 전통적인 가족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개인의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SNS와 유튜브 등에서 1인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콘텐츠가 인기를 끌며 사회적 분위기가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1인 문화 콘텐츠 및 서비스 확산인데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문화 콘텐츠(1인 여행, 1인 레스토랑, 1인 독서 카페 등)가 늘어나면서 1인 생활이 더이상 낯설지 않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혼밥(혼자 밥 먹기), 혼술(혼자 술 마시기) 문화가 대중화되는 과정에 있다..
넷째, 인구의 고령화이다. 고령화 사회와 독거노인이 증가하면서 한국은 빠르게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였으며, 고령층에서 배우자와 사별하거나 자녀와 별거하는 독거노인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지방보다 도시 지역에서 독거노인의 비율이 더 높아지는 추세이다.
다섯째, 저출산 현상이다. 출생률이 감소하면서 가구의 규모가 작아지고, 핵가족 대신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젊은 세대의 자녀 출산에 대한 부담과 깊은 관련이 있다.
전망과 과제
1인 가구 증가가 미치는 영향을 개인과 사회로 나누어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1인 가구 증가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긍정적 영향으로는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로서 1인 가구는 자신의 시간과 자원을 자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자유를 제공한다. 예를 들면, 독신 생활을 통해 개인의 취미, 자기계발, 여행 등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집중할 수 있다. 또한 소비 패턴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자신의 필요에 맞는 규모있는 소비를 하며, 맞춤형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킨다. 그 결과 편의점 소포장 제품, 배달 서비스, 1인 전용 식당 등이 증가하게 된다. 한편 부정적 영향으로는 사회적 고립의 심화를 들 수 있다. 혼자 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외로움, 우울증 등 정신 건강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고령층 1인 가구의 고립감으로 인해 발생하는 자살률 증가가 있을 수 있다. 경제적 불안정으로 소득원이 한정되어 1인 가구가 경제적 충격에 더 취약한 경우에는 갑작스러운 실직이나 건강 문제에 대한 대비가 어려울 수 있다.
둘째, 1인 가구 증가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으로 구분하여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산업 구조의 변화에 따른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해 소형 주택, 소규모 가전, 배달 서비스 등 새로운 시장이 확대되고 경제에 활력을 제공하게 된다. 예를 들면, 1인용 냉장고, 소형 세탁기와 같은 가전제품의 수요 증가가 발생한다. 또한 도시 인프라 변화로 인하여 1인 가구를 위한 주거 공간, 공유 경제 서비스 등 새로운 형태의 도시 인프라 개발이 활성화될 것이다. 한편 부정적 영향으로는 주택 문제를 들 수 있다. 1인 가구 수요 증가로 인해 소형 주택 공급이 부족해지고, 부동산 가격 상승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으며, 그 결과 서울의 경우 원룸과 오피스텔의 임대료의 급등을 초래 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고령화와 맞물려 1인 가구가 증가하면, 의료비와 고령층 독거노인을 위한 돌봄 서비스 비용이 증가하면서 복지 비용 부담이 늘어나 사회적 비용의 증가를 초래하게 된다.
1인 가구 증가에 대한 대응책
1인 가구의 가파른 증가에 대한 대응 방안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개인 차원의 대응책으로 사회적 관계의 강화를 들 수 있다. 즉 1인 가구 전용 동호회나 네트워크 플랫폼 운영을 통하여 지역 커뮤니티나 취미 모임에 참여해 사회적 고립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보험 가입, 저축, 개인연금 등 미래에 대한 대비책 마련하여 경제적 안정성 강화할 수 있다. 둘째, 사회 및 정책적 대응책으로 고령층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돌봄 서비스, 주거 지원, 원격 건강 관리 시스템을 제공하여 건강 관리 프로그램을 확대하여 1인 가구 맞춤형 복지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다. 셋째, 1인 가구 전용 공공 임대주택 확대를 통하여 소형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임대료 안정화 정책을 통해 주거 문제를 해결하여 주택 정책의 개선을 들 수 있다. 나아가 정신 건강 지원 서비스를 강화하여 우울증, 외로움 등 정신 건강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상담 및 치료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이다. 넷째, 1인 가구 맞춤형 배달, 가전, 공유 경제 서비스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산업의 육성을 통하여 1인 가구를 겨냥한 산업을 지원하고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1인 가구의 증가는 피해갈 수 없는 사회인구학적 현상이며, 개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사회구조의 변화를 반영하는 중요한 현상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므로 긍정적인 측면을 극대화하면서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인, 사회, 정부 차원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 어떤 생명체보다 변화하는 환경에 가장 잘 대처하고 적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인간의 능력을 잘 발휘하고 준비함으로써, 예상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이를 통해 1인 가구가 안정적이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첫댓글 교수님, <<늘푸른나무>>에 꼭 필요한 옥고 감사드립니다. 연말연시 한창 일이 많으실 때에 <시사논단>이란 부담을 지고 계셨음에 죄송해하고, 그리고 감사드립니다. <헌법문제> <여론문제> <환경문제>와 함께 짝이 되어 서로 보완하며 생각할 거리를 크게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늘푸른나무>>를 자주 펼쳐보는 코너가 되게 하지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