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의 마무리 말씀과 함께 미사는 끝이 났고 ,
우리 일행은 제단을 바라보며 무릎을 꿇고 인사를 한 다음 성당을 나왔다.
시간은 밤 9시가 되었고 ,
이제 펍에 갈 차례였다.
나는 소녀들을 따라 차 뒷자석에 올라타는 도중 ,
내 옆자리에 앉는 오툴 부인 때문에 깜짝 놀랐다.
" 패디는 자리를 잡으러 먼저 갔고 ,
브랜던이 펍에서 우리를 내려줄 거예요. "
오툴 부인이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추측컨데 , 패디 라는 남자는 아직 내가 소개받지 못한 오툴 부인의 남편인 것 같았다.
브랜던은 차에 시동을 걸더니 말했다.
" 우리 식구는 오늘 밤 펍에 안 가요.
저는 친구들하고 연습을 하기로 했어요. "
" 연습이요 ? " 나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아 그에게 되물었다.
" 풋볼이요. "
그가 말했다.
나는 북미에서는 축구를 사커라고 하는 반면 , 아일랜드에서는 풋볼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재빨리 떠올렸다.
모린은 아무 말이 없었다.
아마도 모린은 아이들을 집으로 데리고 가서 잠을 재울 것 같았다.
브랜던은 평소처럼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차를 몰았고 ,
나는 마음속으로 성호를 그으며 기도했다.
몇 분 뒤 , 내가 사는 길목 아래에 있는 펍에 도착했다.
그 곳에는 이미 많은 차가 주차되어 있었고 ,
문 위로 음악의 밤이라고 써진 커다란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오툴 부인과 나는 서둘러 차에서 내린 다음 ,
브랜던에게 데려다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전하고 펍으로 들어갔다.
펍 안은 웃음과 활기찬 대화로 가득 차 있었다.
자욱한 담배 연기 때문에 실눈을 뜨고 바라보니 ,
저 멀리에 있는 한 테이블에서 작은 남성이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의 옆에 빈 의자 두 개가 놓여 있었다.
기적이었다.
나는 그에게 걸어갔고 , 오툴 부인이 내 뒤를 따라왔다.
펍 안의 모든 사람이 오툴 부인을 보고 깜짝 놀라 하며 그녀를 향해 고개 인사를 하였다.
오툴 부인은 수줍은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에 답했다.
나는 오툴 부인과 오툴씨가 같이 앉을 수 있도록 가운데에 자리를 남겨 놓고 끝에 앉았다.
오툴 부부가 함께 저녁 외출을 하는 것은 드문 일이겠다는 느낌이 들었고 ,
나를 위해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었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웠다.
" 이 사람이 패디랍니다. "
오툴 부인이 남편을 소개했다.
오툴씨가 거칠어진 손을 뻗어 악수를 청했다.
류머티즘과 노동으로 손가락 마디마디가 굵어져 있었지만 손아귀의 힘이 단단했다.
오툴씨는 키도 체격도 작은 편이었다.
장밋빛 얼굴에 반짝이는 눈동자와 따듯한 미소를 지닌 그는 검은색 모자를 쓰고 있었다.
오툴 부부는 둘 다 건전하면서도 선량한 기운을 내뿜었다.
그것은 땅과 가까이 사는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었다.
" 뭐 좀 마시겠어요 ? " 오툴씨가 정중하게 물었다.
샌디 (맥주에 레몬 또는 레몬과 같은 라임 맛이 나는 음료를 섞은 것) 한 잔 부탁드릴게요. " 내가 대답했다.
" 여보 , 당신은 ? " 그는 오툴 부인에게 다정하게 물었다.
" 레몬 스쿼시요. "
나는 그가 자리를 떠나는 모습을 보고 있었는데 , 그는 한쪽 다리를 절고 있었다.
오툴 부인은 그런 나를 보고 몸을 앞으로 숙이며 말했다.
" 고관절이 안 좋아서 내년에 수술을 받을 예정이랍니다. "
" 오툴씨는 연세가 어떻게 되시나요 ? "
내가 물었다.
" 예순 다섯이요. " 그녀가 대답했다.
나는 아무리 궂은 날씨에도 소와 양을 돌보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농장으로 향하는 그의 모습을 봐왔었다.
그는 고관절이 좋지 않은데도 나이보다 훨씬 더 젊은 사람처럼 행동했다.
그는 우리가 마실 음료수와 함께 흑맥주 한 잔을 들고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 고맙습니다. " 나는 그에게 인사를 전한 뒤 , 고개를 숙여 그의 농장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그는 내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았고 , 오툴 부인이 당황해하는 나를 보면서 대신 답했다.
" 이이는 전쟁 때 청각이 손상돼서 잘 듣지를 못해요. "
어색한 대화를 시도하고 있던 우리를 구한 것은 연주단의 등장이었다.
별도의 무대가 있지는 않았지만 ,
연주자들은 우리 자리에서 두 테이블 떨어진 곳의 의자에 격식없이 알아서 앉았다.
음악이 시작되었고 , 사람들은 연주를 듣기 위해 대화를 줄였다.
한 연주자는 파이프를 연주했고 , (파이프는 스코틀랜드가 아닌 아일랜드에서 발명한 악기라고 한다)
아일랜드의 전통적인 드럼이라고 알려진 보란
다른 음악가는 아일랜드식 핸드 드럼인 보란을 연주했다.
보란은 짤막한 막대기의 양쪽 끝을 사용해서 연주하는 악기다.
연주가 제법 어려워 보였다.
밴조처럼 보이는 악기를 자기 옆에 세워둔 마지막 음악가는 기타를 연주했다.
음악은 훌륭했고 , 오툴씨는 박자에 맞춰 발을 구르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곡이 끝나자 , 한 여자가 일어서서 기타 연주자에게 귓속말을 했다.
그러자 기타 연주자는 노래 한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고 ,
여자는 음악을 음미하는 청중을 향해 큰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밴드가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고 있을 때 , 나는 오툴씨의 맥주잔이 비어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와 눈을 마주치며 최대한 아일랜드의 어풍을 살려 말했다.
" 이번에는 제가 쏠게요. 기네스 한 잔 더 드시겠어요 ? "
놀란 그는 고개를 끄덕였고 , 나는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바를 향해 걸어갔다.
집 안의 모든 사람이 서로 아는 사이인 것 같았다.
어떤 남자들은 나를 살피는 듯한 눈빛으로 쳐다 보았다.
무례하지 않은 , 그러나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이었다.
붉은 머리에 주근깨가 가득한 어떤 남자는 나를 여러 번 쳐다 보았다.
내가 그를 향해 몸을 돌리자 , 그는 재빨리 시선을 피했다.
' 부끄러워하네 , 마음에 들어 '
나는 혼잣말을 하고는 재빨리 머릿 속의 생각을 지워버렸다.
' 이번 여름 , 내가 집중해야 할 것은 명상과 레프리콘을 통한 배움이지 붉은 머리의 아일랜드 남자가 아니야. '
나는 이 사실을 상기하면서 , 마실 것을 챙겨 들고 오툴 부부가 있는 자리로 돌아왔다.
이상하게도 , 그들 부부를 성으로 부르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 모두 일요일 아침 미사 대신 , 토요일 저녁 미사에 참석하시나요 ? "
나는 대화를 시작하기로 마음 먹고 , 오툴씨에게 큰 소리로 물었다.
" 네 , 그래야 저녁 미사를 끝내고 펍에서 한 잔한 다음 , 일요일 아침까지 잘 수 있거든요. "
그가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참 현실적인 아일랜드 사람들이다.
젖을 짜야 하는 소들을 돌보는 그가 과연 얼마나 오랫동안 늦잠을 잘 수 있을지는 짐작이 되고도 남았다.
우리의 대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던 찰나 , 밴드가 돌아왔고 다시 음악이 흘렀다.
한 시간쯤 지나니 술잔도 비었고 , 우리는 서로를 쳐다 보며 충분히 시간을 보냈으니 인제 그만 일어나기로 했다.
펍 문을 나서자 , 바텐더가 문을 닫기 전의 마지막 주문을 알리는 벨을 울렸다.
오툴씨는 자전거를 타고 길을 따라 올라갔고 , 오툴 부인과 나는 걸어갔다.
사랑스러운 밤이었다.
나는 담배 연기와 소음이 가득했던 펍을 뒤로한 채 , 고요하고 상쾌한 공기를 듬뿍 들이마셨다.
그렇게 오툴 부인을 집 대문까지 데려다 준 뒤 , 혼자 오두막까지 계속 길을 따라 걸어 올라갔다.
아직도 희미하게 타오르고 있는 벽난로 속의 불꽃이 집에 돌아온 나를 반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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