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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 ‘파울’은 족집게 예측하고 인간은 그저 파울만 양산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MVP는 단연 점쟁이 문어 ‘파울’이었다. 독일의 지난 7경기 승패를 모두 맞혀 화제를 집중시키더니 급기야 결승전 예상도 적중시키면서 월드컵 최고의 뉴스메이커로 등극한 것이다.
파울의 100% 승리 적중률은 세계인을 경악시켰다. 반면 축구황제 펠레는 어땠는가. 파울과 달리 100% 빗나가는 예측을 늘어놓은 펠레는 ‘저주’를 내리는 껄끄러운 존재로 전락했다. 이는 펠레가 월드컵에서 선전할 것이라 점치는 나라들이 신기하게도 대부분 부진하거나 운이 나빠 탈락의 고배를 마시게 만드는 ‘신기의 자동예측 시스템’은 이번 대회에서도 여지없이 작동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펠레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독일의 승리를 예상했지만 세 나라 모두 결승진출에 실패, 펠레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래서 상위 진출국은 제발 펠레가 우리팀 이름을 불러주지 말기를 고대하기도 했다. 그나마 마지막 결승전을 앞두고는 문어와 똑같이 스페인을 우승국으로 꼽아, 문어와의 대결을 피해갔지만 ‘문어가 펠레의 저주를 풀어 주었다’는 비아냥만 듣게 되었으니....
반면 점쟁이 문어 ‘파울’은 4강전에서 독일이 스페인에 패한다고 점쳤고 실제로 그런 결과가 나오자 일부 고국팬들에게 “구워 먹어버리겠다”고 살해협박을 했지만 반대로 스페인은 총리까지 나서서 "파울 살리기 위한 보디가드를 보내야겠다"고 조크를 하는 엽기적인 사태가 벌어졌다. 사실 파울이 살해위협을 받은 것은 독일 팬들로부터만은 아니다. 4강전을 앞두고 파울의 예측대로 독일에 패하자 광분한 아르헨티나 팬들은 파울을 죽이겠다고 위협했고, 3-4위전에서 역시 예언대로 독일에 패한 우르과이에서도 구워먹겠다는 저주가 나오는 등 펠레와는 정반대의 대접을 받는 귀한 존재가 되었다.
아무튼 하물며 미물인 문어도 저럴진대 ‘저주’라는 오명을 얻을 정도로 빗나간 펠레의 예측들을 보면서 같은 인간으로 느낀 감정은 뭐랄까. 아무튼 이 두 인물(?)의 예언을 비교하는 것이 이번 월드컵의 보는 재미를 배가시킨 것만은 사실이니 어찌됐건 문어만도 못한 인간 나부랭이 1호(1위)는 축구황제 펠레로 보면 될 것이고, 2호(2위)는 그 문어에 일희일비하여 구워먹니 볶아먹니 난리를 친 독일, 우르과이, 아르헨티나 등의 축구팬들일 것이며, 3호는 비록 조크였지만 파울을 광적인 축구팬들의 먹잇감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보디가드를 파견한다고 떠벌인 할 일 없는 스페인 총리일 듯싶다.
그 중에서도 2호의 압권은 생방송 도중 파울과 같은 종의 문어를 믹서기에 갈아버린 아르헨티나의 한 TV 프로그램 진행자일 것 같다. 영국 일간지 더 선에 따르면 TV 프로그램 ‘완벽한 세상’의 진행자인 로베르토 페티나토는 파울에게 분노를 느낀 나머지 생방송 중 파울을 ‘작은 나치 문어’라고 부르면서 준비한 문어 한 마리를 움켜쥐고 머리를 떼어낸 뒤 남은 부위를 믹서기에 넣고 갈았다는데, 그는 문어를 믹서기에 넣으며 “넌 이제 끝이야”라고 중얼거리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는 방송후 “파울이 너무 얄미워서 꼭 복수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고 더 선이 보도하고 있다. ‘점쟁이 문어’ 파울(Paul)은 적중률 100%를 자랑하는 세계적 스타가 됐지만 동족은 복수의 대상이 되어 생을 마감하고 만 것이다.
물론 3호(3위)에 해당하는 정치인으로서 스페인 총리보다 더 어울리는 사람이 있다. '점쟁이 문어' 파울을 비웃던 제이콥 주마 남아공 대통령(68)이다. 독일이 치른 7경기의 결과를 모두 정확히 예견하며 남아공월드컵 최고의 핫이슈로 자리잡은 ‘점쟁이 문어’ 파울의 예지력을 애써 무시한 것이 차라리 이번 대회 주최국의 대통령으로서 어찌 한낱 미물에게 인간사를 맡길 수 있겠느냐는 고상한 멘트라도 덧붙였더라면 문어보다 못한 인간 3호의 영광은 차지하지 못했을 텐데 주마 대통령은 그러질 못했다.
대신 주마 대통령은 지난 11일 공식 기자회견 자리에서 "남아공 주술사만이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2010남아공월드컵 결승전 우승팀을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하여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재현했다. 비록 문어는 아니지만 인간의 주술에 의지한 것이다. 당시 파울은 스페인을 우승국으로 예측한 반면, 남아공 주술사는 네덜란드의 우승을 점친 상태였다. 그리고 "우리는 누구의 말이 옳은지 조금 있으면 알 수 있을 것이다"고 문어를 비웃던 주마 대통령에게는 어이없는 일이었겠지만 스페인이 네덜란드에 이겨버린 것이다. 그렇게 주마 대통령은 스페인 총리를 밀어내고 당당히 3위 대표를 차지했다. 주마 대통령의 속이 많이 쓰릴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4위를 차지한 위인들은 학구파들이었다. 수학자들에 따르면 6경기의 결과를 잇따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확률은 0.5%라니 8경기 결과를 모두 맞춘 불가능에 가까운 그 ‘예지력’이 화제가 되는 것은 당연했을 것이고 당연히 학문적 관심도 쏟아졌겠지만, 할 일 없이 그 놀라운 예지력을 분석한 학자가 있었다.
CNN 인터넷판은 파울이 미래를 예측하는 특별한 능력을 타고 난 것은 아니며 학습을 통해 독일 국기를 인식하게 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는 해양생물학자들의 주장을 보도했다. 문어는 가장 지적인 해양생물 가운데 하나로, 특정한 행동을 하도록 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펜실베이니아 밀러스빌대학의 진 보울 교수(해양생물학)는 “예측 장면을 보니 그 문어가 학습된 작업을 수행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보울 교수는 파울이 처음에는 우연으로 결과를 맞혔을 것이고 유로 2008 대회부터는 독일 국기를 선택하는 훈련을 받았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파울이 4강전에서 ‘학습된’ 독일이 아닌 스페인을 승자로 예측한 것에 대해 보울 교수는 이것 역시 학습의 한 과정이라며 “가끔은 다른 걸 선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보울 그러한 설명은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린 것이었다. 파울이 독일이나 스페인 국기의 노란색과 붉은색에 유인된 것이라는 주장은 신빙성이 없는 얘기다. CNN인터넷판은 문어가 시력이 좋긴 하지만 색맹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색깔 때문에 파울이 독일이나 스페인을 선택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는 다른 과학자들의 주장을 보울 교수의 설명 뒤에 넣고 있다. 결국 보울 교수만 바보가 된 채 문어보다 못한 인간 4호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런 보도가 나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한국에서도 보울교수와 아주 흡사한, 마치 전염된 듯하면서도 조금은 더 진화된 주장을 하는 학자가 나왔다. 국립수산원 김영혜 박사는 13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문어가 예지력을 갖고 예측하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학습효과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어는 색맹이 아니라 색약이어서 파란색에서 녹색까지는 구분할 수 있으며, 빨강, 노랑, 검정 3색의 독일 국기를 눈에 익도록 훈련받아서 독일을 선택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럼 왜 스페인을 선택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문어의 실수라면서 스페인 국기도 삼선이라는 얼토당토한 말까지 했다. 그야말로 이어령 비어령이다. 보울교수가 비판받는 것을 보면서 색맹을 색약으로 바꾸고 문어의 실수론까지 들이대긴 했는데 어쩐지...
그런가 하면 이들과는 정반대로 문어의 8경기 예측은 전적으로 우연에 불과하다는 보다 원시적인 확률론을 주장하는 학자도 같은 날 한국에서 나왔다. 13일 CBS 이종훈 쇼에 나온 홍대 수학과 박경미 교수는 8경기 승패를 모두 맞힐 확률은 1/256=0.39%, 그러니까 로또 4등과 5등 사이에 해당하는 정도일 뿐인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폄하했다. 인간이라면 FIFA랭킹 등을 참고로 할 것이기 때문에 승패를 맞출 가능성이 1/2보다 클 수도 있겠지만, 문어는 무작위로 선택하니까 1/2이고 한 경기 결과가 다음 경기 예언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연속해서 맞춰도 그 횟수만큼 곱해주기만 하면 된다는 논리였다. 1/2 x 1/2...(8회)=1/256=0.39%라는 얘기다.
3위까지를 차지한 위인들이 감성적이었다면 애처롭고 진지한 노력이 아까운 위인이었다. 학자들이 참 할 일이 없는가 보다. 훈련에 의한 것이라는 것이나 순전히 운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나 내가 보기엔 문어 폄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쉬웠으면 사람들 중에 왜 8번 연속해서 승부를 맞춘 사람이 없었을까 묻고 싶다. 그럼 최소한 대박이 났을 거고 세계적인 명사가 됐을 텐데 말이다.
그 다음으로 5호는 아예 박빙의 5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두 나라다. “점쟁이 문어의 이름은 파울이 아니라 파올로”라면서 자국 출신임을 주장하는 이탈리아와 “무슨 소리! 파울은 영국의 수족관에서 태어났다”며 역시 자국산임을 강조하는 잉글랜드가 공동 5위로 5호에 등극할 것 같다.
파울에 대한 관심이 극도로 높아지면서 급기야 그의 출생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독일의 일간지 ‘빌트’는 파울의 출생지가 이탈리아 투스카니 지역 인근의 엘바섬 근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빌트’는 당시 파울을 잡은 베레나 바르트쉬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해 4월 생후 4주가량의 어린 문어를 엘바섬 근해에서 잡았고 그 문어가 파울이라고 보도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이탈리아 언론들은 일제히 파울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대표팀이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일찌감치 탈락하며 뉴스거리가 없던 판국에 월드컵 최고의 스타인 파울이 이탈리아 출신이라는 사실이 흥미를 끌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투토스포르트’는 “문어의 이름은 파울로’라고 보도하고 나섰다.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아주리(이탈리아 대표팀)에 실망한 이탈리아인들로서는 대회 막판 작은 만족을 얻었다”고 말했고 ‘라 리퍼블리카’는 “어쨌든 이탈리아가 2010 월드컵의 스타로 끼어들 수 있게 됐다”며 은근히 대표팀의 부진을 비꼬기도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역시 16강에 탈락해 월드컵 관련 기사를 쓸 게 없었던 왕년의 축구 종주국 영국 언론이 가세했다. 당초 파울은 현재 2년 반 정도의 나이로 영국 웨이머스에 위치한 해양 테마파크 씨라이프 센터에서 부화된 뒤 현재 오버하우젠 시에 위치한 독일 지점으로 옮겨졌다는 것이 공식적으로 외부에 알려진 파울의 생애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부각시켰다.
만일 바르트쉬 씨의 주장이 옳다면 현재의 파울은 지난 유로 2008 당시 예측에 나섰던 그 문어가 아니라 수족관 측이 중간에 교체한 새로운 문어라는 얘기니, 수명이 반년 정도 밖에 남지 않은 파울이 유로 2012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결과를 예측하지 못할 것이라 한 오버하우젠 시의 씨라이프 수족관의 발표는 허위발표인 셈이고 파울은 오는 2012년까지는 살 수 있어 유로 2012에서도 ‘문어도사’로서 맹활약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이런 보도에는 원래 파울이 영국과 독일 국적을 동시에 소유한 일종의 이중국적자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탈리아의 보도를 반박하는 게 주목적이었다.
이처럼 문어 파울이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무수한 인간계 스타들을 제치고 최고의 화제로 떠오르자, 국적을 놓고 서로 자국 출신임을 강조하는 리턴매치를 벌이고 있는 두 나라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후보로 거론되다가 16강에도 진출하지 못한 ‘펠레의 저주 수혜국들이어서 그 니전투구에 더 애잔함이 묻어나는 듯하다. 월드컵 16강 탈락국은 문어보다 못한 인간 순위에서도 역시 4강에도 못 드는 또 다른 굴욕의 세월을 만끽해야 했다.
문어 파울은 앞서 유로 2008때 결과의 80%를 맞췄고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독일의 승패를 정확하게 예측해 인기를 끌었다는 기록이나 파울의 나이가 2년 6개월로 문어의 수명(3~5년)을 고려할 때 다음 월드컵 예언을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는 내용, 그리고. 지금은 독일 오버하우젠의 해양생물박물관에서 살고 있지만 원래는 잉글랜드산(産)이라는 게 공식 자료상의 기록 등으로 볼 때 두 나라의 5위 다툼은 일단 잉글랜드의 승이 될 것 같다. 그런 누가 5위고 누가 6위지?
마지막으로 7, 8위는 그나마 점쟁이 파울을 짝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월드컵이 끝난 지금, 2살배기 문어, 정확히 말해 왜문어(학명 Octopus vulgaris) 파울은 뭔가 허전함 속에서 어떤 잔상이라도 찾아 월드컵의 추억을 만끽해보려는 사람들로부터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월드스타' 파울의 몸값은 이미 수천만 원대로 뛰었다. 독일 통신사 DPA는 최근 스페인 북서부의 작은 마을인 카르발리노시에 사는 사업가 마누엘 파조가 '족집게 문어' 파울을 3만 유로(한화 4600만원)에 구입할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파조는 "파울을 미식 이벤트의 마스코트로 활용하고 싶다. 다음달 8일 이 마을에서 열리는 오징어 페스티벌에 파울을 초대하고 싶다"고 설명했지만 파울이 현재 거주하고 있는 독일 오버하우젠의 해양생물수족관에서 이를 거부했다. 그러나 파조는 "임대로 파울을 데리고 오는 방안을 구상중이며 개인적으로 구입한다면 계속해서 축구 경기 결과를 예측하는데 활용 하겠다"고 말하면서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파울을 카르발리노시로 데려오겠다는 아이디어는 페스티벌에 방문객을 유치하고자 하는 카를로스 몬테 시장의 제안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문어보다 못한 인간 7위에 넣어줄까 말까.
파울을 엽기적으로 짝사랑하는 것으로 말하자면 역시 일본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일본 프로야구 도쿄 야쿠르트 스왈로스가 독일의 `점쟁이 문어` 파울에 클라이막스 시리즈(CS) 진출 여부를 점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일본이 뒤늦게 짝사랑 대열에 합류했다. 일본 스포츠신문 스포츠호치는 13일 "야쿠르트가 남아공 월드컵에서 화제가 된 독일의 `점쟁이 문어` 파울에 팀의 CS 진출 여부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구단측은 벌써 파울을 사육하는 독일 수족관의 연락처를 입수했고, 가까운 시일내로 의뢰 문서를 송부할 계획이다.
관계자는 "CS진출을 점쳐 팀의 분위기가 상승되면 팬들도 즐거울 것"이라고 전했지만 우려의 시선도 있다. 지난 2007년 일본프로야구에 CS제도가 도입된 후 야쿠르트는 단 한 번도 CS무대에 오르지 못한 조바심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파울이 `CS진출은 불가능하다`고 점이라도 친다면 팀의 기세는 더욱 하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파울은 축구 전문 점쟁이고, 국가간 대결만 점쳤는데 일개 야구팀의 경기결과를 점치라니 코메디를 해도 너무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8위에 올려 보았다. 여하튼 그거로라도 남아공 월드컵 8강에 오르고 싶었던 일본의 심정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파울은 호불호를 떠나 스토킹에 많이 시달릴 듯하다. 하지만 파울이 살고 있는 해양생물박물관은 철통같은 경비를 자랑한다. 더욱이 개관 중에는 파울만 전담하는 경비 요원이 따로 배치된다고 하니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닌 듯 싶다. 정작 안타까운 것은 몸길이 35cm의 파울은 정확히 생후 2년 6개월 된 인간으로 치면 할아버지나 마찬가지인 노인이지만 아직 ‘여자친구’를 한 번도 사귀어본 적이 없는 총각이라는 사실이다. 문어는 대개 수명 3년을 넘기지 못하기 때문에 채 4년 후 브라질 월드컵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는 일은 없을 것 같고, 섭씨 15도의 1500리터짜리 전용 수족관에서 조용히 생을 마감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은퇴를 준비 중인 세계 최고의 스타 파울에게는 하루 세 번 홍합이 먹이로 제공된다니 몸값 비싼 스타에 대한 대접치고는 소홀한 게 아닌지....
정작 파울은 히트만 치는데 그 사이 인간들은 그저 파울만 양산하다 문어보다 못한 인간이 되어 버렸으니, 파울은 파울을 잘 모르는데 인간은 파울을 잘 알고 행한 것 뿐이라고 해석하면 될까?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파울이 문어구이나 말린 문어는 안 될 것 같다는 예측 정도나 100% 맞을 것 같다.